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난 청해부대 함정(문무대왕함)에 외과ㆍ마취과 군의관만 탑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 안팎에선 “2년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계속되는 국면에서 코로나19에 취약한 구조의 함정에 감염병 대응 전문 인력이 없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염병 전문 인력 없어 사태 키워" #전문가 "한시적으로라도 파견했어야" #후속함도 백신 접종만 의존해 불안 #英 항모전단, 100명 이상 돌파감염
감기약을 처방하는 등 초동 대응이 잘못되고, 최초 환자 발생 후 8일 뒤에나 늑장 보고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정은 문무대왕함의 바통을 이어받은 청해부대 35진 충무공이순신함 역시 마찬가지다. 청해부대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과 같은 전투 상황에 대비해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외과ㆍ마취과 군의관만 배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화생방 방호 문제로 실내에서만 공기가 순환하는 함정 특성상 미국 해군 항모인 루즈벨트함처럼 집단 감염 사례는 이전부터 빈번했다”며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평상시처럼 군의관을 운영한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전문의가 부족하더라도 감염내과는 커녕 내과나 가정의학과 군의관 1명도 탑승시키지 않은 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해부대 작전 지역의 취약한 방역 환경을 두고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문무대왕함의 경우 최근 아프리카 해역 내에서 임무를 위해 이동했는데, 이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기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군 당국이 작전 구역 변경으로 방역 상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면 한시적으로라도 전문의를 보내 상황을 통제하면서 자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무공이순신함 장병의 경우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고 출항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영국 해군의 퀸엘리자베스함 항모전단처럼 함정 내 돌파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항모전단 병력 3700여명은 전원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중 최소 1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도 100명이 접종하면 3~4명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며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방역 조건이 나쁘면 돌파 감염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군 내에선 또 다른 우려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미 파병된 충무공이순신함 병력 300명 가운데 5명은 개인이 희망하지 않아 백신을 맞지 않았다"며 "사전에 조정해 다른 인원으로 교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군 당국이 해외 파병 병력의 안전 문제에 소홀하다"고 꼬집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군의관 운영 문제와 관련해 22일 중앙일보에 "현재 내과 등 타과 관련 자문이 필요하면 원격으로 의무사령부가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파병 예정 부대의 내과 군의관 편성 여부는 국내 방역 관리 상황과 군내 의료인력 수급계획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