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아니면 文-安 승부 몰랐다"···2017 대선 때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5:00

업데이트 2021.07.23 09:48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법원이 21일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앙포토

대법원이 21일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앙포토

“금메달을 딸 유력 후보면 도핑해도 상관없나”(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대통령과 민주당은 최대의 범죄수익 집단”(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가 확정된 다음 날인 22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울분이 쏟아졌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현 여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드루킹’ 김동원씨와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업무방해)를 받아왔다.국민의당 지도부는 “댓글 조작 범죄수익으로 집권한 정권”(안철수),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권은희 원내대표), “사기 범죄로 당선”(구혁모 최고위원) 등 수위 높은 표현을 써가며 비판을 쏟아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측도 “민주당은 선거 공정성 침해에 대해 사과하라”(이준석 대표)고 공세를 폈지만, 유독 국민의당 측 반응이 더 거칠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 대표가 맞붙었던 19대 대선때의 악연 때문이다.

안철수 37% 찍자 ‘MB 아바타’ 총공세

‘드루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드루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당시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갑자기 치러졌다. 보수 진영은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고, 더불어민주당은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마냥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는 아니었다. 탄핵 사태와 무관했던 안철수 후보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해 4월 11~13일 조사된 한국갤럽의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다자대결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37%로 문 후보(40%)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7%,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3%에 머물렀다.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김 전 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화력이 안 후보에게 집중됐다. 주로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안초딩’(안철수+초등학생), ‘갑철수’(갑질+안철수) 등 안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댓글이 쏟아졌다. 반면 드루킹 일당은 문 후보에게는 ‘청렴’ ‘대인배’ ‘소통’ 등 긍정적 이미지의 댓글을 달았다. 국민의당이 김 전 지사 1심 판결문의 ‘범죄일람표’를 분석한 결과, 그해 4월 한 달간만 757만4924건의 추천 수 클릭조작이 이뤄졌고, 드루킹 일당이 조작한 댓글 7만2834건 중 6만5299건(89%)이 안 후보 공격에 집중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안 대표가 4월 23일 대선 TV토론에서 문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물었다는 게 국민의당 측 설명이다. 당시 문 후보는 “항간에는 그런 말도 있죠”라고 답했다.

이후 안 대표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추락했다. 같은 조사에서 일주일 뒤 7%포인트 하락한 30%를 기록했고, 이후 24%, 19%로 3주 만에 지지율이 반 토막 났다. 당시 안철수 캠프에 있었던 한 인사는 “인터넷 댓글이 하루아침에 조롱 일색으로 돌변해 ‘무슨 사고가 터졌냐’고 관계자들에게 수소문했을 정도”라며 “댓글 조작을 기점으로 양강 구도가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安 측 “댓글조작 없었다면 승부 몰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권 일각에선 “(댓글 조작 여부와 관계없이) 어차피 문 대통령이 이겼을 선거”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후보가 홍 후보에게 17%포인트라는 압도적 차이의 승리를 거뒀는데, 그럴 일(댓글 조작)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19대 대선에서 문 후보는 41.1% 득표율로 당선됐다. 홍 후보(24.0%), 안 후보(21.4%), 유 후보(6.8%)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양강 구도를 깨뜨리고, 주요 승부처마다 판세를 뒤엎는데 댓글 조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권은희 의원)는 반박이 나온다. 이태규 의원은 “안 대표 지지율이 무너진 뒤 양강 구도가 흔들리면서 당시 비문(非文) 표심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 분산됐다”며 “댓글 조작이 없었다면 승부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댓글조작 사과하라”던 文의 침묵

2015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된 당일,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고 진실을 밝히라″는 입장을 내놨다. [YTN 캡쳐]

2015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된 당일,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고 진실을 밝히라″는 입장을 내놨다. [YTN 캡쳐]

김 전 지사의 유죄 확정 뒤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침묵’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서면 브리핑에서 유죄 확정에 대해 “청와대 입장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 전 지사 판결에 대해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는지, 이에 대해 언급을 했는지 등을 묻는 말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과거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당시 문 대통령의 태도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은 “조직적인 대선 개입이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저질러진 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하고 진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특히 ‘친문(親文) 적자’ ‘민주당 황태자’ 등으로 불리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김 전 지사의 유죄 확정에도 문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드루킹 일당을 여권과 관계없는 사기 집단으로 몰고 가는데, 그 사기 행각의 최대 수혜자가 문 대통령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을 치렀던 야권 주자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조작된 여론으로 대통령이 됐다면 대국민 사과라도 하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댓글조작으로 당선된 문 정권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판결이) 진실과 다른 경우도 꽤 있다”(이재명 경기지사), “김 전 지사의 진정을 믿는다”(이낙연 전 대표)는 입장을 내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