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폴드3 김뺀 그들, 해커일까 도우미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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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서 ‘갤럭시 언팩(공개) 2021’을 알리는 옥외광고를 시작했다. 하지만 김이 좀 샜다. 다음 달 11일 열리는 언팩에서 공개될 예정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이미지와 주요 사양 등이 정보기술(IT) 팁스터(tipster·정보 제공자)들에 의해 상당 부분 노출돼서다. 같은 날 공개되는 갤럭시워치4(스마트워치), 갤럭시버즈2(무선이어폰) 역시 마찬가지다.

IT 신제품 기밀 흘리는 ‘팁스터’ 세계
IT 매체 종사자들 상당수 활약
협력사·물류업체 등에 정보원
“수익보다는 정보 공유가 목적”
디자인 숨긴 ‘도시락폰’ 써도 유출

지난 18일에는 유명 IT 팁스터인 에반 블래스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갤럭시 언팩 초대장 이미지를 올렸다. 사흘 뒤 삼성전자가 공개한 초대장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많은 팁스터가 최신 IT 기기,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정보를 흘린다. 국내에서는 블래스와 존 프로서, 온리크스, 맥스 웨인바흐, 아이스 유니버스, 맥스 잼버 등이 자주 언급된다.

유명 IT 팁스터 누가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명 IT 팁스터 누가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팁스터 신상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상당수는 IT매체 종사자이거나 과거 종사자였다. 블래스는 엔가젯의 편집자였으며, 프로서는 유튜브 ‘프런트 페이지 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렌더링(완성 예상도)을 주로 보여주는 스티브 맥플라이(온리크스)는 IT 매체 슬래시리크스를 소유하고 있다.

“소수만 아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팁스터 A는 22일 중앙일보와 메신저 인터뷰에서 정보 유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또다른 팁스터인 블래스는 중앙일보에 “정보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어떤 이에게는 (그 정보를 미리 아는 게)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에게 가격과 디자인과 사양을 미리 알려 구매 결정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 팁스터의 활동이 수익과 연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들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는 “과거 유료 구독 사이트를 운영한 팁스터도 있었지만, 유출 정보에 대한 금전 거래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IT 전문 블로거 최필식 기술작가는 “예전에는 행사가 임박해 일부 정보만 공개했지만, 요즘은 언팩 두 달 전부터 360도 렌더링이 모두 유출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제품 개발의 각 단계에서 제조사 임직원, 협력업체, 통신사, 물류업체, 계열사 등의 경로에서 정보가 샌다. 팁스터는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DM),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 암호화된 이메일 등으로 제보를 받거나 직접 만나 테스트용 실물 기기 등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존 프로서는 지난해 트위터 팔로워들에 “정보를 공유하기 전 정보원 2~3명의 확인을 거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팁스터는 “삼성전자 고위 인사가 정보를 주려고 먼저 연락해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팁스터 정보가 다 맞는 것은 아니다. 프로서는 지난 4월 “구글 (스마트폰) 픽셀 5A가 취소됐다”고 트윗을 올렸지만, 이후 구글은 “취소되지 않았다”며 “올해 말 미국과 일본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조사들은 유출을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보안 서약서를 쓰게 하고 주기적으로 보안 교육을 한다. 테스트할 때 신제품 기능을 기존 단말에 넣어 디자인을 숨기는 등 일명 ‘도시락폰’ 을 사용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면 고유 번호가 나타나게 하는 방법은 기본이다.

각종 보안 대책에도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해외 IT 매체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일부 팁스터에게 경고장을 보내 저작권 침해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팁스터에게 법적 조치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최 작가는 “주로 정보를 토대로 제작한 렌더링을 공유하는 거라 저작권을 따지기 모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팁스터의 정보는 관련 산업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이르렀다”며 “지금처럼 제품을 꽁꽁 숨겼다가 행사에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기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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