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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의 올림픽 라스트 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김연경(가운데)을 비롯한 여자 배구대표팀이 21일 일본 도쿄 아레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오륜기를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장진영 기자

김연경(가운데)을 비롯한 여자 배구대표팀이 21일 일본 도쿄 아레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오륜기를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장진영 기자

한국 여자 배구의 아이콘 김연경(33)은 2016년 리우올림픽 일본전 도중 혼자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여러 차례 TV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에 몰입한 나머지 나온 실수였다. 이후 그에게는 욕설과 비슷한 발음의 ‘식빵 언니’라는 별명이 생겼다.

45년 만의 메달 노리는 여자 배구 #김연경 뛰는 지금이 메달 딸 기회 #“강서브로 리시브 라인 흔들어야”

걸크러시에 대한 팬들의 열광은 김연경을 코트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인기를 끌었다. 이미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녔던 그에게 리우올림픽은 대중적인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하는 계기였다.

배구 선수로서 모든 걸 이룬 것 같은 그에게도 허전함이 있다. 올림픽 노메달.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동메달) 이후 올림픽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김연경이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2012년 런던 대회 3~4위전에서는 일본에 아쉽게 졌다. 여자 배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국제무대 우승을 차지했으나, 5년 전 리우에선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연경은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서 정말 아쉽다. 스포츠에선 지면 안 되니까…”라며 “사실 주변의 기대가 높아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해외 리그에서 뛰면서도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에 모든 걸 걸었다. 대표팀이 원하면 먼 거리를 마다치 않고 달려왔다. 그는 2017년 인터뷰에서 “국가대표의 무게감이 힘들기도 하지만, 내게는 대표팀에서 뛰는 게 가장 재미있다”며 “도쿄올림픽이 진짜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중국과 국내 리그 흥국생명에서 잠시 뛴 것도 대표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동 거리를 줄이는 등 체력 안배를 고려했다. 수억 원대의 연봉 삭감까지 감수했다. 또 지난해 1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진통제를 맞고 출전,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만큼 대표팀과 올림픽 메달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간절한 이유는 단 하나다. 김연경은 “지금껏 리그에서 많이 우승해 봤고, 최우수선수상(MVP)도 수상했다. 유럽에 진출해서 인정도 받았다. 유일한 목표는 세계 대회(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구계에서도 “김연경이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지금이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는 최적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자 배구는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영입하며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미뤄졌다. 그 사이 대표팀의 메달 도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이재영과 이다영이 학교 폭력 문제로 빠졌다. 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른 발리볼네이션스리그는 3승 12패,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더군다나 김연경의 전성기도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배구 여제’는 마지막 올림픽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 입성한 김연경은 “무조건 서브를 강하게 때려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야 한다. 사이드 아웃 공격 효율을 높이는 것도 숙제”라고 말했다. 한국(세계 랭킹 14위)은 이번 대회서 일본(5위), 세르비아(13위), 브라질(3위), 도미니카공화국(6위), 케냐(24위)와 A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상위 4개 팀이 8강에 오르며 이후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25일 브라질과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는다.

이번 대회 기수를 맡아 개막전에 처음 참가하는 김연경은 “(메달을 따) 마지막까지 도쿄에 남고 싶다”라고 했다.

그의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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