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기자의 여기는 도쿄] 오늘이 개막인데, 올림픽 맞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0:03

업데이트 2021.07.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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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3일 개회식이 열리는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3일 개회식이 열리는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일본 도쿄에 온 지 12일째. 드디어 오늘이 개회식이다. 그런데 여기가 올림픽이 열리는 곳이 맞나 싶다.

대회 참가자 87명 코로나19 확진
무더위 탓 일부 시민들 ‘노마스크’
기량보다 코로나 안 걸려야 메달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도쿄의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아리아케 체조경기장 등을 찾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차창 밖을 보면, 올림픽 광고나 공식 배너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시부야 스크램블에서 BTS(방탄소년단) 앨범 홍보차량이 더 눈에 들어왔다.

20일 도쿄의 상징 시부야 스크램블을 BTS(방탄소년단) 앨범 홍보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일 도쿄의 상징 시부야 스크램블을 BTS(방탄소년단) 앨범 홍보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던 건, 지난 21일 올림픽 스타디움에 갔을 때였다. 이날 일본 공군자위대 블루임펄스가 ‘곡예비행’ 예행연습을 했다. 전투기 5대가 상공에서 오륜기를 그렸다. 도쿄 시민들이 카메라에 이 모습을 담았다. 그게 전부였다.

지난 21일 일본 공군자위대 블루임펄스가 도쿄 상공에 오륜기를 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 일본 공군자위대 블루임펄스가 도쿄 상공에 오륜기를 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항공자위대 블루임펄스는 21일 오후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상공에서 오륜기를 그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경기장 인근에 행사를 구경하러 나온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장진영 기자

일본 항공자위대 블루임펄스는 21일 오후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상공에서 오륜기를 그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경기장 인근에 행사를 구경하러 나온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장진영 기자

올림픽 열기는 온데간데없다. ‘찜통더위’가 더 뜨겁다. 체감 온도는 섭씨 40도에 달한다. 일본 시민들 일부는 더위 탓인지 ‘노마스크’로 거리를 걷는다.

현재 일본은 긴급사태가 발령돼 있다. 모든 매장은 오후 8시까지만 영업한다. 술은 아예 팔 수 없다. 어기면 300만원 미만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주점도 꽤 있다. 아카사카, 신주쿠, 시부야 등의 거리에는 술 마시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반면 선수단과 해외 취재진에는 엄격한 방역 수칙을 요구한다. 현재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경기장, 메인 프레스센터(MPC), 선수촌뿐이다.

18일 일본 도쿄 도심 긴자 거리 모습. 거리에 올림픽 관련 홍보물이나 배너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8일 일본 도쿄 도심 긴자 거리 모습. 거리에 올림픽 관련 홍보물이나 배너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나흘간의 자가 격리가 끝났지만, 입국 후 14일 동안 활동은 제한된다.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다. 후배 기자는 한국축구대표팀 취재를 위해 왕복 택시비 7만엔(73만원)을 지불했다. 도쿄에서 가시마까지 편도 택시비만 3만4820엔(35만원)이다. TM(호텔~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이 있지만, 좌석과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다. 결국 ‘TCT(조직위원회과 제휴한 택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조직위에서 TCT 1만엔짜리 무료 쿠폰 14장을 주지만, 이걸 다 쓰고 나면 자비 부담이다.

환영문구를 손에 든 2020도쿄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17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는 외국 선수들을 맞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환영문구를 손에 든 2020도쿄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17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는 외국 선수들을 맞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경기장 취재도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1m 이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사진 기자들의 입장은 특히 제한된다. 조직위는 “공식 통신사, 현지 매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많이 기여한 매체 순으로 입장을 허가하겠다”고 했다. 자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는 우선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하루하루 피 말리는 티켓팅을 해야 한다.

‘편의점 15분 이용 제한’도 그대로다. 방역 수칙을 어기는 기자를 잡기 위한 파파라치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죽했으면 ‘해외 기자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거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은 상대 선수보다 바이러스와 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개막하기도 전에 여러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21일 여자사격 스키트 세계 랭킹 1위 앰버 힐(24·영국)은 도쿄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26일이 경기인데, 출국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무증상 상태지만 영국 정부 지침에 따라 격리돼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힐은 “내 기분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지난 5년간 훈련하고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양성이 나왔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세계 1위도 코로나19에 졌다. 지난 5년간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노력했을 텐데….

러시아의 수영 천재 일리야 보로딘(18)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미국 테니스 코리 고프(17)도 확진돼 꿈을 접었다. 이밖에 칠레 태권도 페르난다 아기레, 호주 테니스 알렉스 드미노어 등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올림픽을 TV로 봐야 한다.

도쿄 오다이바 인근 공원에 설치된 2020 도쿄올림픽‘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 조형물.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 오다이바 인근 공원에 설치된 2020 도쿄올림픽‘미라이토와'와 '소메이티’ 조형물.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선수촌에서도 선수와 관계자 등의 확진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오후를 기준으로 대회 참가자 중 코로나19 감염자는 87명에 달한다. 개막 후에도 이런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은 실력보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행운’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20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진종오 사격 국가대표가 훈련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진종오 사격 국가대표가 훈련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주제는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다. 격리와 거리 두기가 중요한 이때, 올림픽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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