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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日 군함도 왜곡' 결정문 만장일치 채택...日 침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군함도'(하시마·端島)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담긴 결정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strongly regret)' 등의 표현이 담긴 결정문을 수정 없이 채택한 것으로 일본도 당초 예상과 달리 별다른 반론을 펼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해저에 묻힌 석탄을 캐기 위해 한국인 600명이 강제노역했던 군함도는 70여년이 지난 현재 폐허로 변했다. 중앙포토.

일제강점기에 해저에 묻힌 석탄을 캐기 위해 한국인 600명이 강제노역했던 군함도는 70여년이 지난 현재 폐허로 변했다. 중앙포토.

세계유산위원회는 22일 중국 푸저우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44차 회의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을 별도의 토의 없이 채택했다. 해당 결정문에는 일본이 2015년 6월 군함도 등 7곳의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을 포함한 23곳의 근대 산업 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약속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인 등이 강제노역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조치 역시 미흡했다고 돼 있다.

日 향한 "강한 유감" 결정문 수정 없이 채택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日, 반론 펼치지 않아

특히 결정문에는 일본의 후속조치 미이행에 대해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을 표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유네스코의 결정문에 이처럼 강도 높은 경고성 표현이 담긴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부는 이날 결정문 채택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를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았음을 국제사회가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충실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 대표가 발언한 약속 사항을 처음으로 결정문 본문에 명시했다"며 "앞으로도 일본 측에 위원회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개선 조치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 유네스코의 지적에 즉각 반발한 바 있다. 지난 12일 결정문이 최초 공개되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튿날인 1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국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성실히 이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도통신도 지난 17일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론을 펼치기로 방침을 세우고, 일본은 (산업유산정보센터 관련 설명을) 성실하게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에 속하지 않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해 결정문의 논의 및 채택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따라서 결정문 채택 전에 일본에 우호적인 위원국이 대신 토의에 참여해 일본의 입장을 대변해 주거나, 결정문 채택 후 일본이 발언권을 얻어 반론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결정문은 토의 없이 채택됐으며, 일본 측도 이에 대해 추가 발언을 신청하지 않았다. 

22일 중국 푸저우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 화상 회의 장면. 위 화면은 군함도 관련 결정문과 관계 없음. 세계유산위원회 유튜브 캡쳐.

22일 중국 푸저우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 화상 회의 장면. 위 화면은 군함도 관련 결정문과 관계 없음. 세계유산위원회 유튜브 캡쳐.

앞서 일본은 지난해 6월 도쿄에 세계문화유산 등재 근대 산업 시설 관련 정보센터를 개관하며 강제징용에 대해 왜곡에 가까운 전시물을 공개했다. 이에 지난달 7~9일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은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한 뒤 60쪽 분량의 실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지난 12일 결정문을 만들어 공개했고, 이날 정식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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