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에 팔린 압구정 현대아파트, 왠지 의심스러워 캐보니…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18:59

업데이트 2021.07.22 19:29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아파트 단지. 76동이 80평형으로 구성된 동이다. 함종선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아파트 단지. 76동이 80평형으로 구성된 동이다. 함종선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 4월 5일 80억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전용면적 245.2㎡·11층)를 자전거래로 의심하고 조사를 벌였지만, 위법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백지화된 '재건축 2년 실거주' 때문에 집값 급등
실질적 매도자인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은 '절세신공'

정승현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 7차 거래 건에 대해서 언론 보도 이후 서울시와 협의해 강남구청에서 조사를 마쳤다"며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국세청에 세무행정 참고자료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15억원 껑충 뛴 80억원에 신고가 거래 

당초 이 거래가 화제가 됐던 것은 압구정동에서 처음으로 평당 1억원(공급면적 기준· 80평)인 80억원에 계약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6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5억원이 뛰었다. 여기에 중견건설사 반도건설의 자회사인 케이피디개발이 매도자로 확인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케이피디개발은 2013년 경매를 통해 33억1000만원에 낙찰받은 이 아파트를 배 이상 오른 가격인 80억원에 판 것이다.

매수자는 압구정동 내 다른 단지에 거주하던 김모씨 부부였다. 당초 현금으로 매수대금 전부를 지급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매도자 케이피디개발이 이 아파트에 대해 19억5000만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 부부가 아파트 매수대금을 모두 마련하지 못해 일부를 채무로 남긴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는 케이피디개발로부터 이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들이 반도건설과 특수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근저당권 설정을 안 해주기 때문에 특수관계가 아닌지, 자기들끼리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국토부 "근저당권 설정, 위법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의 공동 조사 결과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승현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장은 "사적 거래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집값 상승기에는 이처럼 잔금을 다 치르기 전에 소유권을 먼저 넘기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거래의 적법성을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통 매도인이 세금 문제 등으로 집을 급하게 처분해야 할 때 이런 방법을 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거래도 조합 설립 전에 서둘러 거래를 마치기 위해 양측 합의하에 소유권을 먼저 넘기는 거래 방식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는 매수자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형태이기 때문에 주택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근저당 설정 금액만큼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매수자 입장에서도 집을 빨리 사들여 시세 차익을 누리면서도, 부족한 잔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가 이끈 신고가 행진

결국 양측의 거래는 '합법'인 것으로 정부가 인정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압구정 80억 거래와 관련해 두 가지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본다.

우선 매수자들이 집주인에게 돈을 빌리는 형식의 '사금융'까지 일으키며 서둘러 집을 계약한 원인이 '조합설립'때문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올 초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조합설립 붐이 일었던 것은 최근 백지화가 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때문으로 법 시행 전에 조합을 설립하면 실거주의무 규제를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은 뒤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에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그 과정에서 압구정 아파트 단지에서는 거래 가격이 사상 최고 가격을 넘어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강남 재건축의 대표주자인 압구정 단지가 들썩이자 그 여파는 강남 전역으로 퍼져 연초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강남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2021.5.7/뉴스1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2021.5.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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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세금이다. 이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 등 높은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 거래의 경우 사실상의 매도인이자 사실상의 다주택자인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은 중과 규제를 벗어나고, 오히려 그룹의 부실 자산을 아파트를 보유한 자회사에 몰아넣어 '법인세 감면' 혜택까지 누렸다. 이 아파트와 같은 동 같은 층 옆옆집은 권 회장의 자택이다.

이번 거래에서 취득세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케이피디개발의 양도소득은 약 49억원인데, 결손금이 많은 케이피디개발은 거액의 결손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도 관련 세금이 15억원으로 줄어든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일반 법인세 20%와 주택양도에 대한 법인세 20%를 내게 돼 있는데 케이피디개발은 누적 결손금이 28억원이나 된다. 10여개의 반도건설 자회사 중 결손금이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반도건설은 권홍사 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고, 지난해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순위) 14위를 기록한 탄탄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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