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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면세점, 확진 사실 숨기고 영업 강행" 내부 직원 폭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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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확진자가 줄줄이 나온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면세점에서 확진자 발생 후에도 상황을 방치한 채 영업을 강행하다가 집단 감염을 불렀다는 내부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면세점 측이 고객에게 감염자 발생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과 “보건소에서 검사받을 때 면세점 직원이라는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일주일 내 검사 받으면 된다며 영업 강행" 폭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한 제주공항 JDC 면세점 주류 매장 앞에 길게 구매줄이 늘어서 있다. 박사라 기자.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한 제주공항 JDC 면세점 주류 매장 앞에 길게 구매줄이 늘어서 있다. 박사라 기자.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JDC 면세점에서 나흘 동안 총 10명이 감염됐다. 지난 18일과 19일 담배 매장에서 직원 1명씩 확진자가 나왔고, 20일과 21일에는 주류매장에서 4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JDC 면세점은 이날과 23일 매장을 임시 폐쇄하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1000여 명에 달하는 면세점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추가 감염이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면세점 측에서 이를 방치해 감염 확산을 불렀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제기됐다. 면세점 직원 A씨는 중앙일보에 “담배 매장에서 이틀 연속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바로 옆 매대를 쓰고 있는 주류매장은 폐쇄 등 조치 없이 정상 영업을 지시했다”며 “면세점 매장 사이에 칸막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이 창고와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직원들에게 곧장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고 일주일 내에만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한 뒤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일주일 동안 코로나가 확산되면 어떡하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결국 8명이나 집단 감염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화장품 매장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에도 해당 브랜드 3개 매장 중 한 곳만 폐쇄 조치됐다가, 직원들 항의로 전부 폐쇄됐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면세점 직원인 것 숨기고 검사 받으라" 지시도

18일부터 연속으로 확진자가 나온 제주공항 JDC 면세점이 직원들에게 코로나 검사시 'JDC 직원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지시한 문자 내용. 제보자 캡처.

18일부터 연속으로 확진자가 나온 제주공항 JDC 면세점이 직원들에게 코로나 검사시 'JDC 직원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지시한 문자 내용. 제보자 캡처.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면세점이 고객들에게 감염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18일 확진자가 나온 뒤 JDC 면세점이 매장 일부를 닫으면서 붙인 안내문에는 ‘브랜드 사정으로 긴급하게 일부 매장 폐쇄를 결정하게 되었다.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내용만 적혀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폐쇄했다는 말은 없다.

A씨는 “왜 국산담배 판매가 중단됐는지 고객들의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는데도 파트장이 직원들에게 ‘고객한테는 감염 사실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매장 폐쇄로 인한 매출 손실을 줄이는데 급급해서 직원들과 고객들의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JDC 면세점은 직원들에게 면세점 폐쇄 기간 동안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안내하면서 면세점 직원 신분을 숨기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면세점 측은 지난 21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18일 이전에 보건소 검사 받은 사람은 재검사를 받으라”라며 “보건소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있어서 JDC에서 왔다는 말은 하지 말고 개인이 검사받고 와야 한다”고 했다.

그 와중에 단체 교육→ 참가자 중 확진자 나와

이에 대해 JDC 면세점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전부터 직원들이 일주일 단위로 계속 중복 검사를 받던 상황이라 보건소 측에서 항의가 들어오는 걸 우려했던 것 같다”며 “방역 당국에서 직원 전체 검사를 명령한 게 아니니, JDC 직원 단체 검사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검사를 받으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인접 매장에서 확진자에 나오는 상황에서 영업을 중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그 기준에서 판단하면 면세점은 계속 전면 폐쇄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담배 매장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 밀접 접촉자에 대해서만 자가격리를 하라고 방역 당국이 지시한 상태였고, 물론 옆 매장 직원들까지 전부 일괄 검사를 한다면 좋았겠지만 방역 당국보다 선제적으로 나서서 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면세점 간부가 직원들에게 공유한 메시지. 사진 제보자

면세점 간부가 직원들에게 공유한 메시지. 사진 제보자

이날 오후 면세점에서 전날 내부 교육에 참가한 자회사 직원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상황에서 단체 교육까지 그대로 진행한 건 도를 넘었다”며 또 한번 논란이 됐다.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확진자 숫자와 단체 교육 참가자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원래 잡혀있던 교육 일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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