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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뀌었다고” vs “박원순 때 합의”…'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입장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서울 광화문광장 남측에 설치된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이하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으로 철거될 예정인 가운데, 서울시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시장 한 사람 바뀌었다고 세월호 기억을 광장에서 지워서는 안 된다”며 오세훈 시장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기억공간 조성을 추진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이미 한시적 운영키로 합의가 된 시설”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 펜스로 둘러 쌓여있다. 뉴스1.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 펜스로 둘러 쌓여있다. 뉴스1.

"애당초 한시적 운영?" 엇갈리는 입장 

22일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9년 3월 조성 계획을 발표할 당시부터 세월호 기억공간은 연말까지 한시적 운영을 전제로 한 시설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 2019년 12월 광화문 광장 공사가 본격화할 때까지 연장 운영키로 재합의된 것”이라며 “유족들은 '공사 후에도 존치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당시에도 표명했지만, 박 전 시장 재임 때 이미 구조물이 없는 보행광장 조성이 확정된 만큼 '추가설치는 불가능하다'고 통보도 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가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참사 7년의 기억이 켜켜이 새겨진 역사의 현장”이라며 “시장 한 사람 바뀌었다고 세월호 기억을 광화문 광장에서 지우는 일에 나서고, 유족회와 대치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7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여·야를 넘어 탄핵의 강을 건넜던 국민의힘이 당연히 찬성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작년 말 이미 '새 광화문광장 조성공사가 시작하면 세월호 기억공간은 철거 또는 이전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만큼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이 뒷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시 광화문광장 공사를 본격화하며 내놓은 조감도에도 세월호 기억공간은 없었다.

21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를 요청합니다' 글의 일부. [페이스북 캡처]

21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를 요청합니다' 글의 일부. [페이스북 캡처]

"합의 없었다" "세월호 아픔 반복해선 안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측은 “특정 시점이 되면 철거한다는 전제,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공사를 위해 한시적으로 철거하더라도 공사 기간엔 임시 공간을 설치하고, 공사가 끝나면 기억공간을 재설치하는 내용을 건의했다는 주장이다. 재설치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철거에 대한 공감대도 없었다는 의미다.

시민단체인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 학생 38명은 “광화문 기억공간이 사라지면 저희뿐만 아니라 국가와 다른 국민에게도 큰 아픔이 반복될 수 있다”며 철거 반대 성명을 냈다. 4·16 연대는 SNS를 통해 “오 시장에게 면담을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급기야 지난 13일엔 7월 중으로 전시관 내 기록물 이관과 가설건축물 해체를 진행할 것을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4ㆍ16 시민연대 관계자 및 세월호 유가족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세월호 기억관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1.

4ㆍ16 시민연대 관계자 및 세월호 유가족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세월호 기억관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1.

서울시는 내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조성되는 국가 추모시설(가칭 4·16 생명안전공원)에 기억공간 기능을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공간 철거 후 전시물은 일단 서울 기록원에 보관했다가, 국가 추모시설로 이관을 협의해 볼 계획”이라며 “광화문 기억공간을 대체할 새로운 기억공간 재설치 계획은 현재로써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밝힌 철거 기한은 오는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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