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훈민정음 해례본' 1억원에 판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17:36

업데이트 2021.07.22 17:42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성삼문·박팽년 등 세종을 보필하며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히 설명한 글이다. 중앙포토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성삼문·박팽년 등 세종을 보필하며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히 설명한 글이다. 중앙포토

국보 제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이 1억원짜리 디지털 파일로 팔릴 예정이다.

간송미술관은 22일 ‘미술관 소유의 훈민정음 해례본을 한정판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으로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파일에 고유정보를 기록해, 발행처가 소유권을 보증하는 디지털 자산을 뜻한다. 해외 미술계를 중심으로 NFT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NFT가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지만 국내 문화재에서는 선례가 없었다.

이번에 간송미술관이 발행을 추진중인 훈민정음 해례본 NFT는 개당 1억원에 판매가가 매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 목적과 원리를 밝혀 적은 책으로, 국보 제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간송미술관과 협력한 미디어 업체 ‘퍼블리시’는 “001번부터 100번까지, 고유번호가 붙은 '훈민정음 NFT' 총 100개를 발행할 것”이라며 “원본 소장 기관인 간송미술관이 한정 발행을 보증하고, 훈민정음의 디지털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보를 디지털화하겠다’는 발상은 간송미술관이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 개척한 활로로 보인다. 미술관 측은 이번 NFT 발행에 대해 “국보급 유물의 독점적 희소성을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소장성과 가치를 가진 NFT 기술로 재탄생시켜, 디지털 자산으로 영구보존할 것”이라며 “간송미술관의 기금 마련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연합뉴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사립미술관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외에도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다수의 국보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간송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자금난으로 지난해에는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는 등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번 NFT 발행도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인건 간송미술관장 주도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미술관 측은 “산하에 ‘헤리티지 아트’를 설립해 문화재 디지털화를 전담할 것”이라며 앞으로 NFT 발행을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

문화재, 그것도 국보의 디지털화 및 판매는 지금껏 없던 일이다. 그러나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유권이 간송미술관에 있고,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소유물의 디지털화 및 판매행위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게 간송미술관 측의 입장이다.

처음 발생한 상황에 대해 문화재청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촬영 등 작업이 필요한 경우, 문화재보호법 상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특별히 훼손 등의 우려가 없다면 디지털화를 제지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로 전환된 훈민정음해례본 NFT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문화재청 측은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를 디지털화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건 문화재청에서도 ‘디지털 대전환 계획’ 등으로 고려하고 있던 부분”이라며 “다만 이렇게 디지털화된 문화재를 사고파는 행위, 혹은 이후 시장이 형성되었을 때의 관리 등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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