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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어던진 ‘제페토 세상’…금융사들 메타버스로 뛴다

중앙일보

입력

대나무숲을 지나자 한옥마을이 펼쳐졌다. 친구들과 함께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마을을 산책한 아바타 '미니'가 한옥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워터파크가 나타났다. 워터파크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인증샷을 남겼다. 캠핑장에서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하는 것으로 재충전의 시간은 끝났다.

제페토 유저들이 하나카드월드를 방문해 찍은 인증샷 [제페토 캡처]

제페토 유저들이 하나카드월드를 방문해 찍은 인증샷 [제페토 캡처]

마스크를 벗어 던진 여유로운 일상이 벌어진 곳은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 하나카드월드다. 하나카드가 제페토에 만든 가상의 세계다. 야외콘서트장, 캠핑장, 한옥마을, 하나카드 사옥, 하나카드 박물관, 워터파크 등 총 6개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이곳에 접속해 다른 아바타들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메타+유니버스)에서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한편 관련된 특화 카드도 내놓고 있다. 앞으로는 금융 교육이나 상품 상담 등 대면으로 주로 진행했던 서비스들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제페토 제작사인 네이버제트와 협업해 메타버스 특화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제페토 카드에는 고객의 아바타를 새겨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MZ 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공략한다. 또 선불카드는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본인 인증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게 하고, 제페토에서 쓸 수 있는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와 네이버제트의 협약식은 아예 제페토에서 이뤄졌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는 제페토에서 각자 아바타로 등장해 서로의 손을 잡고 '인증샷'을 남겼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제페토와 협업해 기존에 신한페이판 앱에서 제공했던 일부 서비스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와 제페토 제작사 네이버제트가 21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임영진(왼쪽) 신한카드 대표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가 제페토에서 각자의 아바타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신한카드]

신한카드와 제페토 제작사 네이버제트가 21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임영진(왼쪽) 신한카드 대표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가 제페토에서 각자의 아바타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신한카드]

카드사들이 이렇게 메타버스에 입점하고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네이버가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이용자 80%는 10대다. 카드사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상품 개발의 장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 유저 데이터를 통해 미래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학습할 수 있어서다.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들이 채팅 대화가 가능하다. 각자 휴대폰 마이크를 활성화해 음성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영상을 띄우거나 홍보물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고 실시간 문답을 주고받을 수도 있어 금융 교육, 상품 컨설팅 등 대면 서비스를 가상공간으로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의 필요성이 커진 것도 메타버스를 통한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은행권도 메타버스에 속속 입점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3일 하나은행은 제페토에 ‘하나 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 이 가상 캠퍼스는 2년 전 하나금융이 인천 청라에 만든 진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그대로 본떴다. 하나은행은 가상 연수원에서 신입 행원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수료식도 진행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도 자신의 아바타인 ‘라울’로 등장해 수료식에 참여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아바타 라울(뒷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제페토에 만들어진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행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아바타 라울(뒷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제페토에 만들어진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행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다만 아직 금융사들의 메타버스 활용 수준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상 공간을 선보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만큼,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고객들의 아바타가 금융사의 가상 공간에 방문하고 구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메타버스에서 얼마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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