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정쟁’ 닮아가는 李·李전쟁…“당 분열 일으킬 정도 심각”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05:00

업데이트 2021.07.22 07:46

“일부 지지자들이 정도를 넘어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 21일 선관위 전체회의를 열고, 당내 경선에서 과열된 일부 지지자들의 태도를 우려하며 한 말이다. 그만큼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상호 네거티브 수위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날 선관위에 ‘후보 간 신사협정’을 제안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자들의 마타도어가 당 분열까지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공방…캠프 다툼으로 확전  

상호 비방전이 날로 격해지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공방은 온라인에서 지지자들이 먼저 이끌었다. 대표적인 게 이 전 대표 지지자 ‘더레프트’(트윗 아이디)가 만든 ‘군필여당미필야당’ 포스터다. 공장에서 일하다 팔을 다쳐 군대에 못 간 이 지사를 이명박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미필야당’에 묶어놓은 이미지 파일이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지가 만든 포스터. 트위터 캡처

이낙연 전 대표 지지지가 만든 포스터. 트위터 캡처

이에 이 지사 측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1981년 동아일보 기자 시절 썼던 기사를 캡처해와 맞불을 놓았다. “이 전 대표가 기자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기사를 썼다”는 취지의 비판이었다.

이 지사 지지자가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 지사 지지자가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온라인 네거티브 공방이 거칠어지자 후보들은 일일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 지사는 군 면제 사유인 굽은 팔 사진을 공개하며 “병역을 고의로 면탈한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정말 서글프다”고 했고, 이 전 대표도 전두환 찬양 논란에 “만약에 그랬으면 김대중 대통령의 공천을 받았겠느냐”고 항변했다.

온라인 상의 네거티브 공방을 각 후보 캠프가 직접 받아 다시 공방 소재로 활용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경기도 교통연수원 사무처장 진모씨가 텔레그램 단톡방을 통해 이 전 대표 비방전을 펼쳤다는 의혹이다. 이 지사의 “진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해명에도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과거 진씨의 SNS 계정에 남아있는 사진을 토대로 “이 지사와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했고, 이낙연 캠프에선 다시 이를 근거로 “함께 있는 사진이 있다. (이 지사가 몰랐다면) 이는 도정농단”(박광온 총괄본부장)이라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선 최근의 네거티브 공방이 2018년 경기지사 경선 때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지사와 ‘친문 핵심’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맞붙었던 당시 당내 경선에서 양측 지지자들이 거세게 맞붙으면서 민주당은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 지사 측에서도 진씨 의혹에 대해 “SNS의 일부 내용을 근거로 프레임을 만들어 공격하는 것이다. 2018년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캠프 관계자)는 말이 나온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hkkim) 이 올린 트위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hkkim) 이 올린 트위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혜경궁 김씨’ 사건은 당시 이 지사를 지지하던 트위터 ‘정의를위하여(@08__hkkim)’가 이 지사의 배우자 김혜경씨로 지목된 사건이다. '정의를위하여'는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 등 전 장관 비방 글을 잇달아 올렸는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아이디가 김혜경씨 이니셜과 비슷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지사와의 연관성을 부각했다.

[사진 SBS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사진 SBS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그러자 전 장관도 이런 주장들을 이어받았다. “저에 대한 허위와 악의적인 비방이 담긴 트위터가 있었는데,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논란도 나왔다”며 경기도 선관위에 해당 계정을 고발했다. 이 지사 측은 “선거철이면 나오는 마타도어”라고 주장했고, 결국 선거에도 승리했지만,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같은 해 11월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지만, 당내에선 이 지사를 출당 조치하라는 목소리가 분출되는 등 내홍은 오래갔다. 2019년 말 전 장관이 이 지사의 수원 공관을 찾아 폭탄주 회동을 갖는 등 원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여전히 '혜경궁 김씨'는 이 지사에게 개운치 않은 꼬리표로 남아있다.

2019년 1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왼쪽 두 번째)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10일 경기도 수원시의 이 지사 공관에서 만찬회동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한 모습. 민주당 김진표(가운데) 의원과 정성호(맨 왼쪽) 의원, 박광온(맨 오른쪽) 의원도 참석했다. 트위터 캡처

2019년 1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왼쪽 두 번째)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10일 경기도 수원시의 이 지사 공관에서 만찬회동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한 모습. 민주당 김진표(가운데) 의원과 정성호(맨 왼쪽) 의원, 박광온(맨 오른쪽) 의원도 참석했다. 트위터 캡처

“선한 김경수, 광신적 지지자 올가미에 빠져”…대법원은 “공동 정범”

당내에선 일부 지지층의 자극적인 공세를 캠프에서 재활용하는 데에 대해선 많은 우려가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20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유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지지층(드루킹)과 댓글을 조작해서다.

‘드루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드루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댓글 조작을 처음 수사 의뢰했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이날 “원래가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경수 지사의 성정상 광신적 지지자 그룹에 대해 베푼 성의와 배려가 뜻하지 않은 올가미가 됐을 수도 있다”(페이스북)란 글을 올렸다. ‘착한 김 지사가 나쁜 지지자의 꾀임에 넘어갔다’는 취지의 주장이지만, 이날 대법원은 “피고인(김 지사)이 공모공동정범으로서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원심판결 내용을 확정했다.

당내에선 감정적 공방이 ‘원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중진 의원은 “서로 감정을 건드리는 공세를 멈추지 않으면, 누가 이기든 ‘원팀’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온라인 특성상 자극적인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후보들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며 “정책이 아닌 정쟁에 몰두하는 건 민주주의 후퇴만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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