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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짝짓기 때가 더 기뻤다" 33년 경력 '판다 할배' 돌직구

중앙일보

입력

돌잡이에서 행복을 뜻하는 '워토우'를 잡은 아기 판다 푸바오를 강철원 사육사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에버랜드

돌잡이에서 행복을 뜻하는 '워토우'를 잡은 아기 판다 푸바오를 강철원 사육사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에버랜드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에버랜드 판다월드 방사장. 첫돌을 맞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암컷) 앞에 대나무와 사과, 당근, 판다들이 먹는 빵인 워토우가 놓였다. 처음 집어 드는 물건으로 아기의 운명을 점치는 ‘돌잡이’ 행사다. 사육사들은 당근은 ‘건강’, 대나무 ‘장수’, 사과 ‘인기’, 워토우엔 ‘행복’의 의미를 담아 돌잡이 상을 차렸다.

첫돌 판다의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

냄새를 맡고, 툭툭 만져보던 푸바오가 품에 안은 것은 워토우.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강철원(52) 사육사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푸바오(福寶)의 이름 뜻이 ‘행복을 주는 보물’입니다. 사실 우리 푸바오가 태어난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그러질 못했어요. 푸바오 이름처럼 우리 국민 모두 행복하라는 의미에서 내심 ‘워토우를 잡았으면’ 했는데 정말 워토우를 잡았네요.”

판다 아빠·할아버지로 불리는 남자

33년 경력의 베테랑인 강 사육사는 이른바 ‘판다 아빠’로 불린다. 국내 유일한 판다 부부인 러바오(수컷·2012년생)와 아이바오(암컷·2013년생)는 물론 1994년 한중수교 2주년을 맞아 국내로 왔다가 IMF 외환위기로 3년 만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 밍밍과 리리도 돌봤다.

지난해 7월 20일 푸바오가 태어나면서부터는 ‘판다 할아버지(판다 할배)’로 불리고 있다. 그는 2019년 5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판다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적 있다. 1년 만에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의 아기 판다 푸바오와 엄마 판다 아이바오. 에버랜드

에버랜드 동물원의 아기 판다 푸바오와 엄마 판다 아이바오. 에버랜드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엄마 아이바오는 2018년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2019년엔 배란이 되질 않았다. 더욱이 암컷 판다의 가임기간은 1~5일로 짧다. 이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아기 판다의 탄생을 기대하는 이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당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한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판다를 공부하러 중국으로 가려던 계획도, 중국에서 전문가를 데려오려던 계획도 모두 무산됐다. “올해도 힘들겠구나” 하면서 반쯤 포기했는데 기특(?)하게도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짝짓기했다. 그리고 4개월 뒤 푸바오가 태어났다. 강 사육사는 “돌아보면 푸바오가 태어났을 때보다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짝짓기 한 것이 더 기뻤던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태어난 지 1년 된 푸바오지만 판다의 평균 수명이 25살 정도라 사람 나이로는 4~5살이다. 한참 에너지가 넘칠 때다.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 에버랜드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 에버랜드

197g이던 몸무게는 40.6㎏으로 늘었다. 호기심도 많고 너무 활발해 가끔 사육사들도 힘에 부친다고 한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여느 판다처럼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1등 공신으로는 엄마 아이바오를 꼽았다. 그는 “다른 판다들은 유두가 4개인데 아이바오는 유두가 6개라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다”며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유두가 6개면 오히려 번식과 양육에 유리하다’고 답했는데 그래서 푸바오가 건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판다 할아버지’의 육아일기, 21일로 연재 끝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태어난 뒤 에버랜드 블로그에 ‘아기 판다 다이어리’라는 글을 연재해왔다. 푸바오의 성장 과정과 판다의 습성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육아일기다.

푸바오가 태어난 날부터 분홍색이던 몸에 검은 무늬가 생긴 것, 첫 뒤집기, 아랫니가 나는 모습 등을 사진과 함께 글로 소개했다. 2020년 7월 28일 첫 연재를 시작한 푸바오의 육아일기는 연재하는 동안 누적 조회 수가 50만회를 넘어섰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의 생일 다음 날인 21일 올라온 32화를 끝으로 육아일기를 종료할 예정이다.

마지막 회의 제목은 ‘첫 생일을 맞은 푸바오. 그리고 마지막 인사’다. 그는 “처음부터 1년 연재를 계획하고 글을 썼다”고 했다. 판다는 생후 1년~1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모유를 떼고 어른 판다처럼 대나무 등을 먹는다. 푸바오도 현재 모유를 먹으면서 대나무와 죽순 등을 입에 넣어 맛보고 있다.

강 사육사는“푸바오가 태어나고 1년 간의 성장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연재했던 것”이라며 “태어난 지 1년 된 판다는 성체는 아니지만, 습성 등이 성인 판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푸바오에게 새로운 변화가 있다면 바로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연재한 육아일기를 바탕으로 포토 에세이『아기판다 푸바오』를 출간했다. 강 사육사가 글을 쓰고 에버랜드 사진을 담당하는 류정훈 포토그래퍼가 참여했다. 푸바오의 생일인 20일 출간했는데 벌써 초판이 매진돼 2쇄 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강철원 사육사가 지난 20일 출간한 포토에세이 '아기판다 푸바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에버랜드

강철원 사육사가 지난 20일 출간한 포토에세이 '아기판다 푸바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에버랜드

강 사육사는 푸바오를 돌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푸바오가 뒷발로 몸을 긁었을 때’라고 했다.

“100일쯤 지났을 때였나. 푸바오가 뒷발로 목을 긁더라고요. 원래 판다가 몸이 유연해서 앞발보다는 뒷발을 많이 사용해요. 그런데 꼬맹이가 다 큰 판다처럼 뒷발로 몸을 긁으려고 하는데 웃기기도 하고 ‘판다가 맞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강 사육사가 마지막으로 쓴 블로그 글엔 판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잔뜩 묻어났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의 푸바오가 지켜봐 주는 모든 분에게도, 푸바오 자신에게도 행복한 보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저는 언제나 바오 가족의 편이 되어줄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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