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1잔 1만9000원…명품 '디올'은 왜 카페 차렸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05:00

업데이트 2021.07.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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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시계 브랜드 IWC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세계 최초로 카페를 열었다. 사진 롯데쇼핑

시계 브랜드 IWC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세계 최초로 카페를 열었다. 사진 롯데쇼핑

이달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IWC가 운영하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IWC가 카페를 낸 건 세계 최초다. 인테리어는 자신들의 대표 시계 ‘빅 파일럿’을 주제로 꾸몄고, 시계를 특징으로 한 디저트와 시그니처 커피도 선보인다. 이 카페는 IWC가 2017년 스위스 제네바에 칵테일바를 연 이후 두 번째 식음료 매장이다.

프랑스의 신명품으로 불리는 ‘베트멍’도 한국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비건(완전 채식) 버거를 본격적으로 출시한다. 지난 4월 모스크바에서 단 며칠 만에 2000개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던 ‘베트멍 버거’다. 베트멍측은 식물성 패티에 비밀 소스를 추가해 새로운 요리법으로 만든 버거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식품·외식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히 매장 한 쪽에 유명 커피·베이커리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게 아니라 직접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신메뉴를 개발하고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는 식이다.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팔겠다는 전략이 깔린 행보다.

먹는 것도 패션…SNS로 먹거리 공유

프랑스의 신명품으로 불리는 베트멍은 한국을 기점으로 전세계에 비건 버거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프랑스의 신명품으로 불리는 베트멍은 한국을 기점으로 전세계에 비건 버거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일이 일상화하면서, 먹거리도 하나의 패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여전히 의류와 액세서리가 패션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패션이란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는 입는 것만큼이나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 가치관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에 패션의 범주가 의류에서 리빙, 푸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외식업체 진출에 포문을 연 건 명품 브랜드 ‘디올’이다. 디올은 지난 2015년 서울 청담동 매장인 ‘하우스 오브 디올’ 5층에 ‘카페 디올’을 차렸는데 당시 ‘본업’인 디올 매장보다 더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유명 제과 셰프인 피에르 에르메가 만든 마카롱뿐 아니라 ‘피에르 에르메 파리’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페셜 음료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많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방문했다. 덕분에 아메리카노 한 잔에 1만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았다.

명품 3대장 ‘에루샤’도 카페 운영  

디올은 2015년 청담동 매장 5층에 '카페 디올'을 열었는데, 본업인 디올 매장 보다 화제를 모았다. 사진 디올

디올은 2015년 청담동 매장 5층에 '카페 디올'을 열었는데, 본업인 디올 매장 보다 화제를 모았다. 사진 디올

먹고, 마시며, 쇼핑도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패션 매장의 개념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된 ‘10 꼬르소 꼬모’가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느린 패션’이라는 철학으로 예술·패션·음악·디자인·음식·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2008년 한국 청담동에 들어온 10 꼬르소 꼬모 역시 서점과 카페, 레스토랑, 라운지, 정원이 한데 어우러진 ‘10 꼬르소 꼬모 카페’를 두고 있다. 개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디자이너 의자에 앉아 정원과 분수대를 감상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산 어란·한치·케이퍼(향신료의 일종)로 맛을 낸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패션 브랜드가 낸 카페와 버거 매장은 쇼핑하다 다리가 아프면 쉬라고 만들어 놓은 휴식 공간이 아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미각·후각·시각·촉각 등으로 보다 생생하게 느껴보라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실제 소위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각각 식음·음료(F&B)사업을 운영 중이다.

패션보다 어려운 식생활 트렌드 변화  

루이비통이 지난해 2월 일본 오사카에 문을 연 '르 카페 브이' 사진 루이비통

루이비통이 지난해 2월 일본 오사카에 문을 연 '르 카페 브이' 사진 루이비통

전문가들은 의→식→주의 순서로 트렌드가 움직이지만, 트렌드 주기는 의생활이 가장 짧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 식생활과 리빙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옷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에 비해 식생활과 주거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훨씬 어렵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음식은 온라인 쇼핑과 코로나 시대에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유인책이기도 하다. 특히 ‘집콕’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매장 경험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며 “기업은 갈수록 고객에게 감각적 경험의 기억을 심기 위해 애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 카페, 불가리 호텔 등 인기  

불가리는 런던, 밀라노, 발리 등에서 호텔을 운영 중이며, 올해 파리 내년 로마에 신규 호텔을 열 계획이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는 런던, 밀라노, 발리 등에서 호텔을 운영 중이며, 올해 파리 내년 로마에 신규 호텔을 열 계획이다. 사진 불가리

해외에서도 명품 패션 브랜드가 운영하는 외식업체는 인기를 끌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2월 일본 오사카에 ‘르 카페 브이’를 선보였다. 루이비통 오사카 매장의 꼭대기인 7층에 위치하며, 프랑스 요리, 칵테일 등을 판매한다. 구찌의 첫 레스토랑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르칸지아 궁정에 위치한 ‘구찌 오스떼리아’는 지난해 이탈리아 미슐랭 가이드 1스타를 획득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샤넬 레스토랑 ‘베이지 알랭 뒤카스’는 입구부터 인테리어까지 베이지톤으로 꾸몄고 식탁보, 소파 등 소품에는 샤넬을 대표하는 베이지 트위드 소재가 쓰였다. 이밖에 버버리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토마스 카페’, 아르마니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디저트 카페 ‘아르마니 돌치’, 구찌는 상하이에서 ‘1921 구찌 카페’ 등을 운영 중이다.

명품 브랜드가 숙박 산업으로 진출한 사례도 있다. 불가리는 런던·밀라노·두바이·발리·베이징 등에서 호텔을 운영 중이며 올해는 파리에, 내년엔 로마·모스크바·도쿄에, 2024년엔 미국 마이애미 등에 호텔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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