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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관공서 틀에 갇힌 자원봉사법 19조 2항 개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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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진경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 총리실 자원봉사진흥위원

정진경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 총리실 자원봉사진흥위원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시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괜찮다.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 근데 거기(백신 접종센터) 봉사자들이 엄청 수고하더라.” 자원봉사 분야 연구자인 며느리 기분 좋아지라고 하신 말씀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 뒤 ‘예방접종의 숨은 공신-자원봉사자가 또 하나의 희망 백신’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자원봉사자의 공로를 알아주는 듯해 미소가 절로 나왔다.

봉사센터, 국가·지자체 직영 문제 #민간 창의, 지역 다양성 담아내야

코로나 원년이었던 지난해 전국에서 170여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올해도 수십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전국의 236개 자원봉사센터가 코로나 예방 접종 통합 자원봉사 지원체계로 전환했다. 이들은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니라 잔여 백신이 있으면 그걸 맞고 봉사활동을 한다. 법이 없으니 우리가 영웅으로 칭송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위험에 노출돼 활동한다.

위기 때마다 영웅으로 칭송받는 자원봉사자들이 더 체계적으로 참여하고 필요한 활동을 안전하게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금의 자원봉사센터가 처음으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내무부 시절부터다. 서울 송파, 경기 성남, 대전 중구, 광주 북구, 전남 순천 등 20여 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교부금과 지방비로 시작했다. 그때는 정부·민간·언론·학계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원봉사라면 머리를 맞대고 하나로 뭉쳤다. 필자는 그들을 ‘자원봉사의 모험가’라 칭한다.

이후 자원봉사센터는 전국의 광역시·도와 시·군·구 단위에 설치됐고, 2005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민관 파트너십에 기반해 자원봉사 진흥을 위한 정부의 책임으로 자원봉사센터 설치와 지원, 자원봉사자 보호와 사회적 인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법 제정 이후 16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동안 놓친 것이 많았다. 적잖은 미비점이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 문제는 자원봉사법 제19조의 2항 ‘자원봉사센터를 국가기관 및 지자체가 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법인으로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한다는 원칙 규정이 있지만, 이 조항을 나란히 둔 것은 위탁할 단체도 예산도 없다고 토로하는 산간벽지에 있을 법한 자치단체에 대한 배려였다. 그런데 전남과 경남 대부분의 시·군·구에 이어 서울의 25개 자치구마저도 16개 센터를 구청이 운영하고 있다.

직영 자원봉사센터는 시·군·구 행정부서인 자원봉사팀이 맡고 있고, 공무원은 자원봉사 관리자이고, 국비·지방비 예산을 스스로 사용한다. 자원봉사자가 자유롭게 드나들기 어렵다.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즉 직영 조항이 없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원봉사센터를 법인으로 독립시키거나 민간에 위탁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자원봉사센터는 단지 봉사자 수만 계산하는 곳이 아니다. 전문적 역량과 민간의 창의성을 강점으로 지역사회 다양성이 연결되는 포용적 자원봉사의 플랫폼이다. 자원봉사가 관공서 틀에서 벗어나는 걸 자원봉사법 19조 2항이 지체시킨다. 물론 이 법 조항만 없어지면 자원봉사센터를 향한 비판과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다고 믿지는 않는다. 법과 정책 행태라는 현실과의 괴리 정도는 알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움직이게 할 실마리라도 마련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원봉사센터의 민간 중심성과 전문성 강화’라는 기본 방향에 따라 국회를 통해 부분적인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듣자 하니 19조 2항 규정의 삭제를 반대하는 자원봉사센터는 한 곳도 없다니 어려운 일도 아닌 듯싶다. 지금 국회에서 다뤄지고 있는 자원봉사법 부분개정은 더는 시간을 끌 일도, 힘 뺄 일도 아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자원봉사법이 조속히 개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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