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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석열 ‘민란, 120시간 근무’ 발언 부적절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광주 북구 5·18 구묘역(민족민주 열사 묘역)에서 이한열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부적절한 발언으로 잇따라 구설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광주 북구 5·18 구묘역(민족민주 열사 묘역)에서 이한열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부적절한 발언으로 잇따라 구설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차기 대선 예비후보가 잇따라 구설에 휘말렸다. 부인과 장모를 둘러싼 가족 의혹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며 지지율이 출렁이더니 이제는 후보 자신의 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언이 반복되면 후보의 참신성에 상처가 생기고 신뢰를 갉아먹을 것이다.

윤 후보는 최근 논란이 되는 발언 세 건을 연달아 쏟아냈다. 지난 2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를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스타트업 청년의 말을 인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비판한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120시간 인용은 지나쳤다.

광주를 방문한 지난 17일에는 “광주는 경제 발전이 안 돼 18년 전과 똑같다”며 울컥했다. 광주 민심을 얻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지역의 변화상을 도외시하고 광주만 불이익을 받아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과장된 표현이었다. 지난 20일 대구에서는 지난해 코로나 초기 여당 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막 나와 대구 시민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했다.

당시 여론을 전하는 형태로 얘기했지만 ‘철없는 미친 소리’ ‘민란’ 발언은 거칠고 부적절했다. 대구와 다른 지역을 갈라치기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어떤 경우에도 망국적 지역감정을 부추겨 표를 얻으려는 무책임한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규정했다. “언어는 곧 정신”이라는 말도 있다.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선현들이 말조심을 신신당부했던 까닭이다. 복잡다기한 세상을 표현할 때는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더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모든 국민이 주시하고 있는 지지율 선두권의 대선주자라면 더욱 그렇다. 여의도 정치는 혼탁한 막말 공해로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여의도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 신인일수록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해야 한국 정치의 품격도 높아질 수 있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경고를 곱씹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