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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90%가 확진, 301명 중 31명 빼고 다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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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임무를 중단하고 전원 귀국한 청해부대 34진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귀국한 부대 장병 301명 전원을 대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다시 한 결과 전체 감염자가 270명으로 나타났다. 현지를 출발하기 전 247명이던 확진자가 국내 검사에서 23명이 늘었다. 1차로 266명이 양성으로 나왔으며, 재검 대상인 12명 중 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음성 판정은 31명이다.

합참, 부대 이상징후 열흘간 놓쳐 #국방부에 보고도 제때 안 이뤄져 #증상자 발생 후 장관 보고까지 2주

이처럼 부대원의 89.7%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군 당국의 무능·무지·무계획의 3무(無)가 빚어낸 총체적 인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일고 있다. 청해부대 34진은 군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3월보다 앞선 2월 8일 진해를 떠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게 국방부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의 ‘군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 기본계획’에선 접종 1순위가 의무부대, 2순위가 필수 작전부대였으며, 청해부대는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국방부는 2~3월 질병관리청과 두 차례에 걸쳐 해외 파병자의 백신 접종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하고 파병부대뿐 아니라 장기 파견자 등에 대한 포괄적 지침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질병청은 백신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 국내 백신 접종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밝혔다고 한다. 이채익 의원은 “현지 접종이 힘들다면 출국을 연기해서라도 접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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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군 당국이 청해부대의 출발 뒤엔 백신에서 손을 놨다는 점이다. 또 다른 파병부대인 아크부대(아랍에미리트)와 한빛부대(남수단)는 각각 주둔국과 유엔의 협조로 현지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청해부대는 다국적군 소속이며, 주로 기항하는 국가는 외국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국적군을 주도하는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주한미군 장병에게 백신을 접종하면서 한국군 카투사 병사는 물론 한국인 군무원도 대상에 포함했다.

보고 지연도 문제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국방부가 청해부대의 확진자 발생을 처음 보고받은 건 현지 PCR 검사에서 확진자 2명이 나온 다음인 지난 14일 새벽이었다. 그러나 합참이 국회에 보고한 문건에 따르면 감기 증상 환자는 이미 지난 2일 1명이 발견됐으며 5일 18명, 9일 78명, 10일 95명으로 급증했다. 청해부대는 10일 이를 합참에 보고했다. 11일 감기 환자는 105명까지 늘었고, 합참은 12일에야 상황의 긴박함을 파악하게 됐다. 그런데도 합참은 이를 즉시 국방부에 알리지 않았으며 결국 첫 감기 증상 환자 발생부터 국방부 장관 보고까지 2주가 걸렸다. 군 관계자는 “해외 파병부대를 책임지는 합참이 청해부대의 이상 징후를 열흘간 놓치고 국방부에 제때 보고도 하지 않은 건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청해부대 병사의 아버지에게서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부대엔 코로나19에 대비한 산소도, 의약품도 없었다. 대신 “열이 39~40도까지 오르는데 타이레놀 두 알씩 주면서 버티라고 한 지시가 전부였다”고 한다. 합참이 국방부 지침을 어기고 신속항원검사 키트 대신 판별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 키트 800개를 부대에 지급한 것도 오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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