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백신예약이 효도라는데…” 좌절한 대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00:02

업데이트 2021.07.22 00:58

지면보기

종합 08면

“여태껏 BTS 콘서트 티케팅도 다 성공했는데 백신 예약을 실패하네.”

서버 먹통, 50대 부모 대리예약 실패
“인기과목 수강 신청보다 더 치열”
문 대통령 “예약 대응책 마련하라”

지난 20일 50~52세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사이트가 열리자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유의 글이 쇄도했다. 이날 오후 8시 예약이 시작된 직후 2시간여 동안 게시판에는 2~3분 주기로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다’거나 ‘겨우 성공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인터넷 사용이 미숙한 부모를 대신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약하려는 청년들의 반응이었다. 예약 사이트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접속이 어려워지면서 ‘백신 예약이 K-효도’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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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50대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이 시작된 이후 사이트 ‘먹통’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53세 어머니의 접종 예약을 도왔다는 대학생 임규원(24)씨는 “집에 있는 컴퓨터 2대와 스마트폰까지 총동원했는데 2시간 넘게 시도하다가 부모님이 먼저 포기하셨다”며 “대기 인원 10만 명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오류 창이 뜨는 걸 보고 좌절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대학교 수강 신청에 빗대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인기 과목 수강 신청을 할 때도 이 정도로 치열하진 않았다”고 했다.

접속 후 대기하던 중 다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튕김 현상까지 발생했는데, 그 원인과 관련해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접속이력(쿠키)을 가진 분들이 재접속 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접속이력을 무력화할 수 있게 응급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예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가 공유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우회 사이트로 접속하면 서버가 열리기 전에 예약할 수 있다’거나 ‘스마트폰 비행기 모드를 켰다가 끄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대학생 김모씨도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백신 접종이 절박한 사람이 많을 것 같아 편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며 “시스템을 허술하게 구축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예약 사이트 먹통과 접속 지연이 이어지면서 당국의 안정적인 시스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8월 시작될 40대 이하 대상 대규모 사전 예약이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40대 이하 예약 전까지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선착순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과열 경쟁을 초래한 정부를 향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를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만큼 이번 문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며 “정부가 연장자 순으로 날짜를 배정해 접종 일정을 짜면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백신 예약 시스템 오류가 반복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관련 참모들을 질책하고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취지로 말하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에 대해 고재영 질병청 대변인은 “시스템 개선 방안 및 향후 운영 계획 등을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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