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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법가', 중국 공산당의 미래 통치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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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감시 카메라가 가장 많이 설치된 도시는 어디일까?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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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가 베이징, 2위가 상하이다. 상위 20개 도시 중 16개가 중국의 도시들이다. 온라인 검열도 조밀하다. 어떤 나라보다도 앞선 빅데이터 수집과 안면 인식 기술 등을 사회 안정을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 지역에는 ‘톈왕(天網)’이라는 보안 감시 시스템이 있다. 안면 인식 기술을 내장한 고성능의 CCTV 2000만 대가 활용된다.

농촌에는 대중 감시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인 쉐량(雪亮)공정이 있다. 도로 등에 설치한 CCTV를 주민들의 TV,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공안 당국과 주민들이 함께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국 농촌 대중 감시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인 쉐량(雪亮)공정. ⓒhuajiukeji

중국 농촌 대중 감시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인 쉐량(雪亮)공정. ⓒhuajiukeji

소설 속 '빅 브러더'가 현실로 뛰쳐나오는 모습이다.

중국 권위주의 정권의 감시 체제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독일의 중국 전문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의 세바스티안 하일만(Sebastian Heilmann)은 이를 ‘디지털 레닌주의(Digital Leninism)’라고 명명했다.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은 빅데이터와 AI 등 혁신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국가 사회주의가 실패했던 오류를 바로잡으려 한다. 보다 정교한 계획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시대의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결국 기존의 당 독재에 지나지 않는 레닌주의의 부활일 뿐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없고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게 하일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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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디지털 레닌주의’라기보다는 중국의 법가적 전통과 신기술의 결합으로 본다.

시진핑 시대 중국 공산당은 전면적인 의법치국(依法治國, 법에 따른 통치)과 전면적인 종엄치당(從嚴治黨, 엄격한 당 관리)을 앞세운다. 이는 법가라는 오래된 중국의 정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정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담보한다는 면에서 필자는 이를 ‘디지털 법가(Digital Legalism)’라고 명명한다.

2019년 5월 푸젠성 푸저우에서 열린 디지털 전시회에서 안면인식 장비가 방문객들의 나이·성별·머리 모양 등의 특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5월 푸젠성 푸저우에서 열린 디지털 전시회에서 안면인식 장비가 방문객들의 나이·성별·머리 모양 등의 특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춘추전국 시대 법가 사상가들은 부국강병을 도모하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강력하고 공정한 법을 제도화했다. 중앙집권적 전제국가를 만들려고 했다.

혼란으로 말미암은 백성의 고통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공평무사한 법을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엄격하고 투명한 관료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법가의 개혁적인 성격은 당시 과거의 종법과 혈연에 기초한 사회 질서가 해체되고 새로운 구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현재 시진핑 정권이 국제 정세의 대변동 속에서 새로운 강력한 통치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과 유사하다.

중국 기자들은 기자직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앱을 사용하여 시진핑 주석의 사상에 대한 이해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앱은 중국 공산당 당원도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로이터

중국 기자들은 기자직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앱을 사용하여 시진핑 주석의 사상에 대한 이해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앱은 중국 공산당 당원도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로이터

‘디지털 법가’라는 새로운 시도가 단순히 중앙으로의 권력 집중과 엄격한 사회 통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기층 인민들에 대한 사회 관리와 사상 통제에도 사용되지만, 지방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정책의 투명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중국이 핀테크와 디지털 위안화 사용, 나아가 블록체인을 현재의 중앙집중형 관리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국가는 기존의 현금 사용에서는 알 수 없었던 거래의 내용을 다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관료들이나 기업의 부정부패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재정 집행이나 조세 정책에서도 투명도를 높일 수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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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인민들의 지지를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감시가 강화되는 것은 개인의 인권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중국 내에서 강한 편이다.

특히 코로나 19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엄격한 통제형 방역 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두면서 인권 침해의 측면보다 공공의 안전이라는 성과가 중요하다는 여론이 많은 힘을 받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법가'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법가는 강력한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를 가졌다. 법가의 사상가들은 ‘수주대토(守株待兎)’의 고사를 들어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의 질서만을 추종하던 다른 제자백가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본인들이 새롭게 구상했던 토끼를 잡으려는 방식 또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을 뿐, 얼마 가지 않아 강력한 제국은 몰락했다. 그 이유는 백성들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고 공평무사한 법 적용을 그 체제가 스스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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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 역시 첨단 기술을 통한 효율성과 투명성의 강화라는 ‘디지털 법가’를 내세워서 인민들의 동의와 통치 정당성을 얻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민들의 지지가 지속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디지털 법가 역시 춘추전국 시대의 법가가 가졌던 한계를 그대로 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정리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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