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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 손발 묶인 채 질식사···동거녀 대신 왜 아들 노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주지법 "도주 우려" 구속영장 발부 

중학교 남학생이 대낮에 자기 집 담장을 넘어 들어온 40대 남성 2명에 의해 살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중학생의 어머니와 동거하던 남성이 주도한 계획범죄였다.

[사건추적]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전말 #이별 통보한 동거녀 아들 살해한 40대

이 남성은 중학생의 어머니가 결별을 선언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경찰은 이 남성이 왜 이별을 통보한 동거녀 대신 10대 아들을 노렸는지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제주 동부경찰서는 21일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48)와 A씨 지인(46)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제주지법 김연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인과 공모해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A씨(48)가 도주 하루 만인 지난 19일 오후 8시 57분쯤 제주동부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지인과 공모해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A씨(48)가 도주 하루 만인 지난 19일 오후 8시 57분쯤 제주동부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손발 묶인 채 발견…"경부 압박 질식사"

A씨 등은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쯤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동거녀의 아들 B군(16)을 살해한 혐의다. 1차 부검 결과 B군의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숨진 A군은 사건 당일 오후 10시 51분쯤 일을 마치고 귀가한 B군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B군은 2층 다락방에서 손발이 묶인 채 발견됐다. 이들은 집 안에 있던 물건을 사용해 B군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집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토대로 사건 발생 이튿날 A씨 등 2명을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 붙잡혀 연행되는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A씨 지인은 경찰에서 "사건 당시 A씨를 도왔을 뿐 B군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

지인과 공모해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A씨(48)가 21일 제주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지인과 공모해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A씨(48)가 21일 제주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결별 후 협박·폭력 시달려…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A씨 등이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B군 모자가 사는 주택 뒤편 담을 뛰어넘은 뒤 다시 양쪽 벽을 손으로 짚어가면서 사람이 통과하기 어려운 좁은 길을 따라 사라지는 장면이 찍혔다. "두 사람은 사회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로 시간만 나면 같이 음식을 나눠 먹고, 술을 마시는 친한 사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1~2년간 사실혼 관계로 지낸 피해자(B군) 모친이 서너 달 전 헤어지자고 하자 앙심을 품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B군 어머니는 A씨와 결별한 뒤 협박과 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2일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112에 신고한 뒤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당시 A씨는 폭행 혐의로 입건됐지만, 연락을 끊고 도주했다.

A씨는 지난 4일 법원으로부터 B군 어머니 등에 대한 100m 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다. 경찰은 B군 어머니의 신변 보호 요청에 따라 지난 8일과 16일 각각 집 뒤편과 대문 주변에 CCTV 2대를 설치하고 집 주변 순찰을 강화했지만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경찰은 B군 어머니에게는 긴급출동 요청이 가능한 '스마트 워치'를 지급했지만, 아들에게는 재고가 없어 지급하지 못했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남성(46)이 21일 제주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남성(46)이 21일 제주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경찰 "잔인성 등 충족 못해 신상 비공개"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B군 어머니가 출근한 사이 집 대문이 아닌 뒷문으로 침입했고 현장 상황도 계획범죄에 가깝다"며 "다만 처음부터 아들을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기보다는 헤어지자는 모친에 대한 감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 동부경찰서 측은 "제주경찰청이 관련 법률과 지침을 검토한 결과 신상 정보 공개 4가지 요건 중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부분을 충족하지 못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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