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쏜 주52시간 논쟁…2030 "52시간도 짧지 않은데…"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17:38

업데이트 2021.07.21 17:54

"모임에서 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120시간 일하고 싶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야근은 다음 날 생산성을 떨어뜨려 의미 없다'는 말이 있어요. 노련한 팀은 야근 잘 안 해요."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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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2030 청년들의 이야기다. "주 120시간 근무도 가능해야 한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두고 일부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주 52시간제를 업계의 장애물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전 총장 측은 "주 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데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으로 실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수아(29)씨는 "회사 지분을 스톡옵션으로 갖고 있지만 노동자다. 52시간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모임에서 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120시간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본 적 없다. 나도, 주변에서도 일을 더 잘하고 싶어 퇴근 후 업무 이외 다양한 스터디를 한다. 이런 활동이 내 일과 삶에도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포괄임금제 부당한 현실 개선부터" 

IT기업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횡단보도. [중앙포토]

IT기업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횡단보도. [중앙포토]

6년 차 개발자인 A(34)씨는 "업계에선 '야근은 다음 날 생산성을 까먹어 의미 없다'는 말이 있다. 노련한 팀은 필요한 경우 외 야근은 안 한다"면서 "주 6일 9 to 6를 해도 4시간이 남는 게 52시간이다. 과로가 문제되던 게임 업계도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넘게 '초과노동'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이모(34)씨는 "포괄임금제(근로계약 시 연장·야간 근무 등을 미리 정해 일정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로 52시간 넘게 일해도 제대로 보상 못 받는 게 현실"이라며 "52시간 시행 전에도 수당은 없었다. 업계 부당한 처우부터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밤낮 일은 그대로인데 52시간으로 수당만 줄어"

일부 반대 의견도 있다. 온라인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엄지원(27)씨는 "52시간제 이후 집에서 잔업을 하고 보상을 못 받는 이들도 있다"면서 "업계 특성상 밤낮으로 일할 때가 많다. 보상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거나 광고주 갑질을 막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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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한 중소 제조업체 노동자인 30대 천현우씨는 "나 같은 미혼은 주 52시간제를 반겼지만 부양가족 있는 기혼 동료들은 반대 여론이 높았다. 1.5배인 잔업 수당을 못 받기 때문이다. 빨리 벌어 고향에 가고 싶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반대가 많았다"면서 "월 40만원 정도 임금이 줄었는데 생활에 큰 타격을 주는 돈은 아니라 도입 이후 일부 만족한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연성 높여야" vs "지금도 유연한 운영 가능" 

현행 근로기준법은 기업과 사용자단체 등의 요구로 탄력근무제(특정일 노동 시간을 연장하고 다른 날 노동 시간을 단축해 평균 노동 시간을 맞추는 방식) 단위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선택근무제(노동 시간을 선택해 조절하는 제도) 정산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난 상태다. 해당 기간 내 업무량에 따라 주 평균 52시간을 넘지 않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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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획일적으로 영세사업장에도 적용돼 제약이 많다. 탄력 근로 단위 기간을 늘리거나 연구직은 선택 근로제 단위 정산 기간을 확대하는 등 유연성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IT업계 노조 관계자는 "기술 개발로 자율적인 유연 근무제를 반영한 인사 시스템이 있고 선택적 근로제 등을 통해 52시간제를 지키면서 현재도 충분히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52시간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 시간 단축은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지만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규격화된 시간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면서 "독일은 근로시간저축 계좌제를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운영한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노동 시작 시점과 시간에 대한 유연한 방법론 고민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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