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충남서 길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 “왜유?”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96)  

귀촌여지도④충청남도 편

작년이던가. 지인들과 모여 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데 충청남도 이야기가 나오자 그쪽 출신의 선배가 충남인의 특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충남에선 사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단다. 심지어는 길을 가던 사람이 길을 물으면 보통 어디 어디로 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충남에선 누군가 길을 물으면 이렇게 되묻는단다. “왜유?”

어떻게 설명되지는 않지만 그럴듯하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그 길을 왜 묻냐고 묻는 사람. 어쩌면 이유를 알면 더 적당한 답을 해줄 것 같다. 길을 물으면 ‘왜유?’라고 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충청남도 길을 들어선다.

충청남도에서 먼저 가 볼 곳은 홍성이다. 우리나라에서 유기농 운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다. 풀무학교가 시작되었고, 생태 농업이 실천되는 곳이다. 그래서 신념을 가진 사람이 홍성으로 많이 귀농했다. 귀농 프로그램이 마을 자체에서 이루어지는데, 주민자치단체만 70여개라고 한다. 농민 카페 ‘초록이둥지’, 동네 할머니들이 반찬 만드는 ‘할머니 장터 조합’, 마을 의료생협인 ‘우리 동네 의원’, 동네 카페이자 술집인 ‘뜰’, 홍성지역 화폐 거래소 ‘잎’, 마을 단체 협력 공간 ‘마을 활력소’ 등이 마을 주민이 모여서 만든 자치단체다. 보통 귀농·귀촌이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자영업과 자경을 강조하는데 홍성군 홍동면은 주민들이 함께 사는 방식을 강조하기에 특별하다. 그래서 많은 귀농·귀촌인이 몰리고 있다.

예산군은 황새와 사과의 고장이다. 최근에는 출렁다리가 건설되어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1996년 교원대학교에서 황새 복원 센터를 열면서 시작된 황생 복원 사업은 점차 결실을 보아 사육장에서 황새 150마리로 증식이 되었고, 예산군에서 사업을 이어받아 황새 공원을 만들어 황새 방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한에서 멸종된 것으로 기록되었으나 복원 사업으로 철새 황새도 늘어나고 텃새 황새도 잘 들어오고 있다. 마을 주민은 황새를 보호하느라 자신의 논을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전환했다. 수익이 오히려 줄어들었으나 황새에게 기꺼이 논을 내어준 농민이 고맙다. 황새공원 옆에는 황새마을 권역센터가 있다. 센터로 가면 황새 마을 위원장과 사무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황새가 노니는 논에서 나온 유기농 쌀이 명품인데 흑미, 적미도 있다.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 있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필자도 갈 적마다 일부러 사서 주변 사람에게 선물한다.

보령을 가려면 대천 IC로 나오던가, 대천역으로 가야 한다. 대천해수욕장이 워낙 유명하기에 보령과 대천이 헷갈린다. 1980년대에는 보령군과 대천시로 분리되어 있다가 1995년에 보령시로 통합됐다. 스스로 ‘만세 보령’이라 부를 만큼 백년 만년 행복하게 사는 지역이다.

'미친서각마을'에서 '미친'은 'beautiful & friendly'를 뜻한다. [사진 김성주]

'미친서각마을'에서 '미친'은 'beautiful & friendly'를 뜻한다. [사진 김성주]

미친서각마을은 주민들이 서각 전문가이고 예술인이다. [사진 김성주]

미친서각마을은 주민들이 서각 전문가이고 예술인이다. [사진 김성주]

대천역에서 대천해수욕장 쪽으로 가다 보면 재미있는 마을이 나온다. 이름이 묘하다. ‘미친 서각마을’이다. 여기서 ‘미친’은 ‘crazy’가 아니라 ‘beautiful & friendly’이다. ‘美親’이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친한 마을인데 서각(書刻)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이다. 나무나 돌에 글씨와 그림을 새기는 작업을 할 수 있다. 미친서각마을은 주민들이 서각 전문가이고 예술인이다.

요즈음에는 마을에 딱따구리가 출몰하고 있다. 새가 아니라 인간 딱따구리다. 조각칼에 망치를 대는 소리가 ‘딱딱딱’이라 딱따구리를 마을의 새로 정하면서 보령 시민과 주민들이 모여 목판에 딱따구리를 그리고 새기느라 여념이 없다. 마을 곳곳에 딱따구리 그림을 걸어 전시할 계획이다. 여름 머드 축제 기간에는 관광객들과 딱따구리 판화를 만든다고 하니 대천 해수욕장에 가면 관심을 가져 보기 바란다. 작품을 만들어 마을에 기증하면 자원봉사 시간도 부여가 된다니 일석이조다. 벼농사를 주로 하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경순왕의 전설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이 아름다워 최근에 외지 사람들이 터를 잡아 모여들고 있다. 귀농귀촌 사유가 예술인 곳이다.

딱따구리를 마을의 새로 정하면서 보령 시민과 주민들이 모여 목판에 딱따구리를 그리고 새기느라 여념이 없다. [사진 김성주]

딱따구리를 마을의 새로 정하면서 보령 시민과 주민들이 모여 목판에 딱따구리를 그리고 새기느라 여념이 없다. [사진 김성주]

여름 머드 축제 기간 중엔 대천해수욕장에서 방문객이 딱따구리 판화를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사진 김성주]

여름 머드 축제 기간 중엔 대천해수욕장에서 방문객이 딱따구리 판화를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사진 김성주]

충청남도는 바다가 좋다. 바다와 인접한 당진, 서산, 태안, 홍성, 보령, 서천은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할 만하다. 생선은 말할 것도 없고 낙지, 조개, 새우는 제철에 축제가 열릴 정도로 좋다. 그래서 귀농·귀촌과 함께 귀어·귀촌이 활성화되어 있다. 도청이 있는 내포 신도시에 귀어·귀촌 지원센터가 있다.

충남에는 왜목 어촌체험마을, 왕산 어촌체험마을, 만대 어촌체험마을, 병술만 어촌체험마을, 무창포 어촌체험마을 등 어촌체험마을이 14개소가 있다. 이곳에 가면 갯벌 체험과 망둥어 낚시 체험, 대하잡기 체험, 독살 체험, 해루질 체험, 신비의 바닷길 체험 등 서해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가 준비되어 있어 여름에 가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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