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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징역 2년 확정 5가지 이유…대법도 "킹크랩 시연 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가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업무방해 유죄를 확정한 이유는 결정적으로 ‘드루킹’ 김동원(52·징역 3년 수감중) 일당의 포털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김 지사가 이를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는 무죄로 보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경수-드루킹 공모' 인정한 원심 확정 #선거법, 법리오해 있지만 무죄 그대로

김경수-드루킹 공모 인정은…킹크랩 시연 참관 등 5가지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인정된 포털 댓글 순위 조작 공모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김 지사 측 상고를 기각했다. 항소심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경기 파주 사무실 ‘산채’를 찾아 댓글 순위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을 참관하고, 그 개발과 운용을 묵시적 동의·승인했다고 판결했다.

1·2심에서 김 지사 측은 ‘킹크랩’을 들어본 적도 없고, 시연 역시 참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는 대법원 판단까지도 가장 큰 쟁점이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지사 측 주장은 법원에서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1심은 물론이고, 2심의 변경 전 재판부(재판장 차문호)와 변경 후 재판부(재판장 함상훈)도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관은 모두 4개의 재판부에서 사실로 인정되고 확정된 셈이다.

‘김경수-드루킹 공모’ 인정한 5가지 이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경수-드루킹 공모’ 인정한 5가지 이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법원에서 인정된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모 판단 근거는 몇 가지 더 있다. 항소심은 킹크랩 시연 참관에 더해 김 지사와 드루킹의 공모를 인정할 주요 근거를 4가지 정도 제시했다. 먼저 ▶김 지사가 드루킹으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 및 매일 댓글 작업 기사 목록을 받은 점 ▶김 지사 스스로 기사 URL을 드루킹에 보내기도 한 점 ▶드루킹과 수차례 만나고 정치적 현안 등을 논의한 점 ▶드루킹 요구로 그 일당을 공직에 추천한 점 등이 그것이다. 항소심은 이런 증거를 종합할 때 김 지사가 드루킹으로 하여금 킹크랩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지속하고, 강화하게 하는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도 이 부분 항소심 판단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선거법, 2심 해석과 달랐지만 “지방선거 대가 증거 부족” 

‘포털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재판별 판단 그래픽 이미지.

‘포털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재판별 판단 그래픽 이미지.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혐의와 관련해 2심에 일부 법리 오해가 있지만,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2심을 확정했다.

앞서 항소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며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① 이익 제공의 표시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고 ② 이익 제공의 표시가 ‘지방선거’와 관련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지적한 법리오해는 전자인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공직선거법 조문 해석에 관한 오해다.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1항 제4호와 제135조 제3항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다.

항소심은 이 조항에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조문의 해석을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규정할 때 특정 후보자의 존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므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조문을 해석할 때도 특정 후보자가 전제돼야 한다는 해석이다.

즉 김 지사가 드루킹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2017년 12월 말부터 2018년 1월 초에는 2018년 6ㆍ13 지방선거의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이익 제공의 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이익 제공의 의사를 표시할 시점에 특정 선거와 관련 있음이 인정되면 충분하고, 선거운동의 대상인‘특정 후보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장차 특정될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과 관련해 이익 제공 등을 한 경우에도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2017년 대선 대가·보답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

다만 여전히 김 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김 지사의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특검의 공소사실처럼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뤄졌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항소심의 ②판단과 같은 판단이다. 항소심은 김 지사의 공직 제안 의사표시에 대해 “201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각종 활동에 대한 보답 내지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김 지사의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2017년 대통령 선거 과정의 대가인 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선거법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당해 선거일 후 6개월이다. 즉 2017년 11월 9일이면 대선 관련한 선거법 위반은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는데 특검 출범은 이 이후에 2018년 6월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검 "인터넷 여론조작 선거 단죄" vs 김 지사 측 "형사사법 오점" 

허익범 특검은 선고 직후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라고 생각한다”며 “선거법 위반 부분의 대법원 판단은 특기할 만하지만, 지방선거가 아닌 대선의 대가로 평가한 점은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 측 김성수 변호사는 “형사사법에서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에 기초해야한다는 사명을 대법원이 다 했는지 아쉽고, 우리 형사사법의 역사에도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고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판결로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지방자치법 제99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피선거권이 없게 될 때 그 직에서 당연퇴직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날 형 확정으로 피선거권을 잃게 되는데, 확정된 징역 2년을 복역한 뒤 향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및 형의 실효(失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사람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징역 3년 이하 형의 경우 형 집행 완료 이후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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