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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슨이 먼저인데 "내가 최초"…베이조스 '3대 신기록' 자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고의 날(best day ever)!”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지구로 귀환한 직후 던진 감탄사다. 베이조스 창업자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에 이어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20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설립한 미국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은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론치 사이트 원 발사기지에서 뉴셰퍼드 로켓을 발사했다. 베이조스를 포함한 4명의 승객은 고도 106㎞까지 상승한 뒤 3분가량 우주 공간에 머물렀다 지상으로 귀환했다.

이날 블루 오리진이 우주여행에 성공하면서 달성한 기록은 모두 세 가지다. 먼저 인류 최초로 조종사 없는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이날 발사한 뉴셰퍼드는 우주비행사가 운전하는 방법이 아니라 자동조종 방식이었다. 뉴셰퍼드 로켓에 탑승한 4명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이에 비해 브랜슨 회장이 설립한 우주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이 지난 11일 발사한 VSS유니티는 조종사 2명과 기술자, 우주비행 훈련사 등 5명의 전문가가 브랜슨과 동행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3가지 신기록

우주로 떠나기 직전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세퍼드. 뉴셰퍼드 상단 캡슐에 승객이 탑승해있다.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우주로 떠나기 직전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세퍼드. 뉴셰퍼드 상단 캡슐에 승객이 탑승해있다.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최고령자와 최연소자가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이날 캡슐에 베이조스 형제와 함께 탑승한 여성 월리 펑크는 82세다. 그는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하고 머큐리7 우주인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주비행사가 되지 못했다. 블루 오리진은 지난 1일 윌리 펑크를 명예 승객으로 선정해 우주여행에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같은 캡슐에 동석한 올리버 다먼은 올해 18세로 최연소 우주비행 기록을 세웠다. 부동산·금융 투자사 서머셋캐피털파트너스를 설립한 조스 다먼 최고경영자(CEO)가 아들인 올리버 다먼에게 낙찰받은 우주여행 티켓을 양도했다. 봅 스미스 블루 오리진 CEO는 “올리버 다먼은 우주로 가는 여정 구축을 도울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또 인류 최초로 ‘우주’를 여행했다는 것이 블루 오리진 측의 주장이다. 버진 갤럭틱이 9일 전 우주관광에 성공해 블루 오리진은 민간 우주관광에 성공한 두 번째 기업이다.

블루 오리진의 우주발사체 '뉴 셰퍼드'의 비행 계획.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블루 오리진의 우주발사체 '뉴 셰퍼드'의 비행 계획.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하지만 버진 갤럭틱은 엄밀히 우주가 아닌 ‘지구’를 여행했다는 것이 블루 오리진의 주장이다. 버진 갤럭틱이 카르만 라인(고도 100㎞)을 넘어서지 않아서다. 카르만 라인은 양력이 사라지는 지구의 끝단이다. 국제항공연맹(FAI)은 카르만 라인을 넘어서야 우주라고 정의한다. VSS유니티는 모선(母船)에 매달려 이륙한 뒤 고도 13.6㎞에서 분리됐고 상공 86㎞에서 비행했다.

이에 비해 블루 오리진이 발사한 캡슐은 35만 피트(약 106㎞)까지 상승하면서 지구의 경계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섰다. 블루 오리진이 ‘인류 최초의 우주여행’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블루 오리진은 인류 최초의 여행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크게 강조하며 곳곳에 관련 문구를 삽입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블루 오리진은 인류 최초의 여행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크게 강조하며 곳곳에 관련 문구를 삽입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실제로 이날 블루 오리진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 웹캐스트의 방송 타이틀도 ‘FIRST HUMAN FLIGHT(인류 최초의 여행)’이었다. 또 승객이 탑승한 캡슐의 명칭은 ‘RSS FIRST STEP’으로 명명했다. 재사용 가능한 우주선, 첫 번째 도전(Reusable Space Ship First Step)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블루 오리진은 승객이 캡슐에 승차·하차하는 입구 상단에 캡슐 명칭을 적어놓는 등 ‘최초’를 강조했다. 이들을 싣고 올라간 로켓(뉴셰퍼드)의 이름도 1961년 우주에 간 최초의 미국인(앨런 셰퍼드) 이름에서 착안했다.

우주 공간에서 승객들은 벨트를 풀고 무중력에 가까운 극미중력(microgravity)을 만끽했다. 약 3분간 가로 107㎝, 세로 71㎝의 창문을 통해 지구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좌석에 앉았다. 역시 버진 갤럭틱은 제공하지 않았던 관광 프로그램이다.

미국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은 미국 텍사스 서부 밴혼에서 32㎞ 떨어진 발사기지에서 뉴셰퍼드 로켓을 발사했다.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미국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은 미국 텍사스 서부 밴혼에서 32㎞ 떨어진 발사기지에서 뉴셰퍼드 로켓을 발사했다. [사진 블루 오리진 캡쳐]

뉴셰퍼드는 발사한 지 7분30초쯤 지나 안전하게 착륙했다. 이후 우주 공간을 잠시 경험한 캡슐도 지구로 자유 낙하를 시작했다. 8분 20초경 캡슐 상단에서 3개의 낙하산을 펼쳐 감속하고, 착륙 직전 역추진 로켓을 분사해 사막에 내려앉았다. 10분19초경 캡슐이 지상에 착륙하는 순간 사막 먼지가 훅 올라오면서 충격이 우려됐지만, 승객들은 웃으며 캡슐에서 나와 지상에서 기다리던 사람들과 재회했다.

모든 승객의 안전이 확인되자 블루 오리진은 “우주비행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며 “‘첫 번째’ 유인 비행에 성공한 이들은 우주 서적에 기록될 것”이라며 ‘최초’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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