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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벤처가 상장한다고? 3년새 100배 커진 ‘방구석 맛집’

중앙일보

입력

프레시지 밀키트

프레시지 밀키트

# 주부 한지영(38)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다시 시작된 ‘집콕 생활’에 대비해 지난 주말 소고기 전골, 부대찌개, 청국장 같은 밀키트를 한꺼번에 구입했다. 한씨는 “요즘 계란이며 채소값이 너무 올랐다”며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찌개나 요리는 밀키트로 사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날씨도 너무 더워 장시간 요리하다 보면 땀이 범벅돼 요즘엔 간편식을 더 찾게된다"고 했다.

3년 만에 밀키트 시장 100배 커져 

국내 밀키트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밀키트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밀키트(Meal kit) 시장이 새삼 폭풍 성장하고 있다. 밀키트는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중에서도 구입 후 3~4일 이내에 먹어야하는 ‘신선HMR’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시장은 전년보다 85% 증가한 1882억원 규모다. 2025년까지 연평균 31% 수준으로 성장해 725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만 해도 20억원에 불과했던 밀키트 시장 규모가 3년 만에 100배가량 커진 것이다.

요즘 밀키트는 우선 종류가 다양해진 게 특징이다. 단순히 데워먹던 즉석밥·핫도그·피자 등에서 요즘은 국물 요리·냉동 볶음밥·생선구이 등으로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또 손질한 원재료와 맞춤 양념 등 조리하는 과정이 필요해 요리에 더욱 가까워졌다. 코로나19로 집밥 트렌드가 지속하면서 가정간편식도 다양해지고 세분화한 것이다. 한 대기업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3조5000억원인데, 이중 밀키트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밀키트 시장 주도  

프레시지 매출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프레시지 매출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밀키트 시장을 프레시지, 마이셰프, 테이스티나인 같은 스타트업 식품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레시지 시장 점유율이 60%가량 된다. 프레시지는 매출은 2019년 712억원에서 지난해 1271억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고, 테이스티나인은 2년 연속 매출이 300% 가까이 성장하며 연말에는 코스닥 상장을 예고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 업체는 쿠팡·11번가·컬리 등 e커머스를 통해 주로 판매한다. 대부분 밀키트가 신선식품인 만큼 e커머스의 신속한 배송이 밀키트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중에선 CJ제일제당(쿡킷), 한국야쿠르트(잇츠온), 이마트(피코크)가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전국 점포에 밀키트존을 도입했고, 롯데마트도 주요 점포에 마이셰프를 입점시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젊은 층은 배달음식에 물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를 찾고, 중장년층도 밀키트의 품질과 맛이 괜찮다보니 국·찌개류를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외식 대신 방구석 맛집투어 

밀키트업체 테이스티나인 홈페이지.

밀키트업체 테이스티나인 홈페이지.

식품업계에 따르면 밀키트는 올해 들어 또 한 번 진화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이 줄면서 외식 못지않은 프리미엄 밀키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전국의 유명 맛집 또는 셰프와 협업한 밀키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른바 레스토랑에서 먹던 메뉴의 재료를 그대로 포장해 배달한다고 해서 업계에선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 한창 유행이다.

테이스티나인은 최현석 셰프와 협업한 안심 스테이크 키트로만 상반기 12억원 매출을 올렸고, 현대백화점은 서너군데 유명 맛집 밀키트를 단독 입점시켜 1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식당도 자체 손님이 줄다보니 밀키트 제작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 관계자는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며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유명한 식당은 제안이 많이 들어가 경쟁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프레시지와 손잡고 30년 업력의 지역 소상공인 식당을 선별해 ‘백년가게 밀키트’를 만들어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원용신 투홈팀장은 “요즘은 냉동·보관기술 발전으로 메밀국수까지 밀키트가 가능하고 맛도 뛰어나다”며 “식품업계에선 밀키트가 미래 먹거리시장이라는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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