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공익신고' 좌천된 장준희 “불법출금 수사 안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5:00

업데이트 2021.07.21 11:20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공익신고자 장준희 부장검사. 중앙포토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공익신고자 장준희 부장검사.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불법출금)’ 사건의 공익신고자가 얼굴을 8개월 만에 드러났다. 2019년 6월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안양지청 불법출금 수사를 무산시킬 당시 담당 부장검사던 장준희(51·사법연수원 31기)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 부장검사가 주인공이다.

사건 발생 당시는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장검사, 지난해 12월 첫 공익신고를 했을 때 의정부지검 형사1부장검사였던 그는 이번 인사에서 ‘한직’인 중경단으로 밀려났다. 장 부장검사는 21일 “개인적 불이익은 감수하겠다”며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검사들이 좌천당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라고 했다.

“좌천인사, 직권남용 문제 있다”  

이 사건 공익신고 이후 장 부장검사를 비롯해 산 권력을 수사한 사람들은 모조리 좌천됐는 데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에도 비슷하게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한 검사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대규모 좌천 인사를 한 예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를 핑계로 좌천성 인사를 냈다. 사실상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면 이렇게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다음에 권력형 비리가 발생해도 눈감아라, 아니면 좌천되니까 각오하고 수사하라.’ 이런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이었던 변필건(30기)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밀려났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장인 이정섭(32기)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이동했다.)

기소된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지난 6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뉴시스

기소된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지난 6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뉴시스

“공익신고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 의사에 반하는 근무지 변경이자 신분 강등을 당했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것도 이 연장선인가. 
그렇다. 검사들이 살아있는 권력이든 부정부패든 소신을 갖고 열심히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검찰개혁’이다. 친(親)정부 검사들이 요직에 앉아서 (산 권력 수사) 검사들을 상대로 외압을 행사하게끔 하고 외압으로 인해서 정권 수사가 막혀서는 안된다. 이러한 인사 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는 편한 길을 걷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사는 ‘검찰개혁’ 방향과도 거스른다. 이번 인사는 추후 직권남용이나 재량권 남용일탈 등 형사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행정소송의 대상도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장 부장검사는 지난달 중경단 소속으로 발령 이후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권익위에 원상회복 또는 불이익 조치의 취소 등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박 장관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를 이유로 전보·전근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를 할 경우 이를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로 규정하고 있다.)

“‘나쁘다’는 감정 말고 법대로 수사해야”

지난 2019년 안양지청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때 당시 검사 생활 20년 동안 가장 큰 압력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에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 인지 사실을 보고하며 입건 지휘(수사)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수사 서류는 법무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법무부가 수사에 관해 압력을 가하거나 구체적 지시를 했다면 문제인 데 현재까지 밝혀지진 않았다. 이후 대검은 수사하던 안양지청에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고 결국 안양지청 수사결과 보고서에는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란 문구까지 들어갔다.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에게 “내가 시켜서 출입국본부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하느냐”고 강하게 질책하면서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이에 윤 전 국장은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한 것인데 왜 계속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느냐”고 항의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지검장 역시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현 전주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 협의가 된 건데 왜 이 검사를 수사하느냐”고 했다.)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여권에서는 “김학의 같은 사람을 출국하게 둬야 했냐”고 역비판한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과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에 대한 수사로 드러난 사실을 보면, 김 전 차관 출국 금지 당시까지만 해도 이규원 검사는 그를 (긴급출금 대상자로) 입증할만한 실질적인 피의사실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이 나쁜 짓을 한 것 같은데’라는 추정만 있고 증거가 없었단 얘기다. 검사에게 엄격한 자격 요건을 요구하고 그만큼 신분을 보장해주는 이유는 ‘살아있는 권력’처럼 까다로운 수사를 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상황에서조차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해서 내일모레 검사 시험 붙을 테니 검사 합격증 들고 수사하러 다니지 않는다. ‘나쁘다’는 법 감정이 아니라 엄격한 법률지식과 고도의 실무 능력으로 수사해야 한다. 그게 검사다. 그렇지 않으면 열성 지지자나 당원을 뽑아서 검사를 시켜도 된다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안 끝났다”

수원지검 수사는 이광철 청와대 행정비서관 기소로 일단락된 것 같다. 다만 이성윤 당시 반부패부장 공소장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까지 언급됐다. 
이 비서관이 ‘몸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 직급 체계상 (차관급인) 민정수석 정도는 돼야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대검 차장검사와 연락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다. 사법연수원 기수 상으로도 그렇다. 수원지검 수사팀을 흐트러뜨린 목적 중의 하나가 윗선 규명에 대한 수사 확대나 진실 규명을 가로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오해가 있지 않으냐.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수사팀이 어떻게 할지를 지켜봐야 한다. ‘끝났다’고 단정 짓기 이르다. 
이성윤 당시 반부패부장 공소장에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화로 이규원 검사의 해외 연수를 언급하며 수사 무마를 요구한 정황이 담겼다. 연합뉴스

이성윤 당시 반부패부장 공소장에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화로 이규원 검사의 해외 연수를 언급하며 수사 무마를 요구한 정황이 담겼다. 연합뉴스

공익신고 후 아쉬운 점은, 후회하지 않았나. 
개인으로서 불이익은 감수하겠다. 다만 수원지검 수사팀이 원하지 않는 임지로 뿔뿔이 흩어지거나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 등) 지휘라인이 좌천 혹은 사직한 부분이 많이 아쉽다. 자신의 소임을 다해 열심히 수사하고, 지휘라인에 있어서 역할을 한 것뿐인데 그 결과가 정권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좌천과 한직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다만 위안을 갖는 것은 여전히 “이런 후배들이 검찰에 남아있어 자부심을 갖는다”는 선배 검사들과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근무해달라. 그래야 이 일이 방패가 돼 다시는 부당한 외압이 없을 것”이라고 응원해주는 후배 검사들 덕분이다. 후회보다는 응원을 많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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