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싸운 '바다보다 낮은 땅'…'폭우 사망 0' 네덜란드 기적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5:00

업데이트 2021.07.21 21:11

네덜란드의 전통 풍차 모습. [AFP=연합뉴스]

네덜란드의 전통 풍차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4~15일(현지시간) 독일 등 서유럽을 강타한 ‘100년 만의 폭우’에서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지역엔 평소 한달치에 해당하는 강우량이 24시간 사이 쏟아졌다. 네덜란드 남부 1만여명에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100년 만의 집중호우에 인명 피해 없어
치수 기술 · 제방 인프라 세계 최고 수준

그런데 국경을 맞댄 독일과 벨기에 등에서 2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것과 달리 네덜란드에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피해가 없던 건 아니지만 도시가 완전히 물에 잠기지도 않았다. 바다보다 낮은 땅,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어떻게 역대급 수마(水魔)를 피할 수 있었던 걸까.

19일 미국 CNN은 이 비결이 1000년 이상 수해와 싸워온 네덜란드의 역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의 치수(治水)와 대응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대비와 관련해 전 세계에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논평했다.

네덜란드는 국가명부터가 네덜란드어로 '낮은(Neder) 땅(Land)'이라는 의미다. 유럽 3대 강으로 불리는 라인(Rhein)·뮤즈(Meuse)·스켈트(Scheldt) 강의 삼각주(delta)가 네덜란드에 위치해 있다. 삼각주 지형은 배수가 불량해 범람으로 인한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토의 20%에 해당하는 간석지를 보전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치수는 생사와 직결된 문제였다. 10개 도시가 물에 잠긴 1421년 11월 대홍수 이후 해안 도시에서 제방은 중요한 시설로 자리잡았다. 이 시기 방조제를 쌓고 배수에 어려움을 겪는 저지대의 물을 퍼내기 위해 풍차가 도입됐다.

지금도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전체 국토의 60%가 여차하면 홍수를 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실제로 1953년 발생한 대홍수로 1835명이 숨지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치수 기술과 제방 인프라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란 게 CNN의 설명이다.

2021년 7월 19일 네덜란드 남부 로어몬드에서 홍수 방어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EPA=연합뉴스]

2021년 7월 19일 네덜란드 남부 로어몬드에서 홍수 방어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EPA=연합뉴스]

관리 시스템도 체계적이다. 홍수의 경우 국가 차원의 물 관리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국가물관리청(National Water Authority)은 해안 지역을 책임지고, 내륙의 치수 시설 관리는 12개 주(州)에 설치된 지역물관리청(Regional Water Authority)이 담당한다. 주 정부도 모든 1차 홍수 구조물 관리에 책임을 가진다. 기능과 지역을 대표하는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제론 아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집중호우가 오는 것과 어디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정부 관계자들의 준비가 잘 되어 있었고, 주민들과도 신속하게 의사소통했다"고 평가했다.

서유럽을 강타한 이번 집중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독일에서는 낙후된 재해대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 일간 디펠트는 "재해 대책이 후진국 수준으로 드러났는데도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 탓만 하고 있다"며 "독일은 자연재해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벨레(DW)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독일에서만 최소 166명이 숨졌고 통신망 복구 지연으로 실종자도 여전히 1000명을 넘겼다. 벨기에 역시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실종자도 7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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