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학교에서 외톨이었던 미국의 10세 소녀 애디슨 옌들은 점심 도시락 가방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쪽지엔 익숙한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빠의 도시락 쪽지' 총 690장 #딸 전학 간 학교서 따돌림 당하자 #'인생 선배'의 조언, 따뜻한 메시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렴. 모두가 네 마음 같진 않을거야. 다른 사람에게서 독특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렴. 너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힘이 있단다. 아빠가.'
이렇게 시작된 '아빠의 도시락 쪽지'는 매일 이어져 지금까지 총 690장에 달한다.
"내가 너를 믿는 것 만큼 네 자신을 믿으면 좋겠어." "아름다운 실수를 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결과를 가질 수 없단다." "강한 사람은 좀처럼 쉬운 과거를 갖는 법이 없어"와 같이 다친 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용기를 주는 내용들이다.
최근 미국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등은 4년간 매일 손으로 적은 쪽지를 딸의 도시락 가방에 넣어준 아빠 크리스 옌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크리스의 직장 문제로 옌들 가족은 자주 이사를 다녔고, 애디슨은 그때마다 전학을 가야만했다. 2016년엔 크리스가 실직 후 새 일 자리를 얻으면서 옌들 가족은 미국 루이지애나주로 이사를 갔다.
딸이 전학 간 학교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점을 눈여겨 본 크리스와 그의 아내는 애디슨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크리스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 같아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그러던 중 딸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적어 도시락 가방 안에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딸에게 '아빠가 항상 너와 함께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성장하도록 길잡이가 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쪽지에는 '인생 선배'이자 아빠로서의 진솔한 조언과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학교에선 너에게 가르침을 준 다음에 시험을 보지만, 삶은 너를 먼저 시험에 들게 하고, 교훈을 준다."
다른 사람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진 장식을 센다고 네 아이스크림이 녹게 내버려 두지마라."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무지개를 보지 못해. 그러니 고개를 들으렴."
약한자는 복수를 하고, 강한자는 용서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은 신경쓰지 않는다."
크리스는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힘들게 깨달은 것들을 적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감명받은 격언을 쓰기도 했다. 애디슨은 쪽지를 받기 시작한지 2~3년쯤 지나자 자신감있고 밝게 변하기 시작했다. 애디슨은 현지 언론에 "아빠의 쪽지 모두 다 좋다. '아재 개그'만 빼면"이라며 웃었다.
크리스는 매일 딸을 위해 쓴 메시지가 어느 순간 자신에게도 위안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 쪽지들이 나 스스로에게도 '오늘도 잘 이겨낼 수 있다'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이 쪽지들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도 있다.
이 사연을 알게 된 애디슨의 학교 교장 권유로 크리스는 쪽지를 엮어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힘든 세상에서 딸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아빠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출판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아빠의 쪽지'는 다음달 6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폐쇄됐던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서다. 그는 "딸이 고교, 대학에 진학해도 계속 쪽지를 남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