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싫다면 함께 짓자···공동 화장장 세운 6개 지자체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5:00

지면보기

종합 18면

경기지역 6개 지자체가 함께 공동으로 건립한 함백산추모공원 입구. 화성시

경기지역 6개 지자체가 함께 공동으로 건립한 함백산추모공원 입구. 화성시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6년 전 아버지의 장례만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화장 시설을 찾느라 분주했다. 수원과 성남 등 같은 경기 지역은 물론 인천과 서울 지역의 화장 시설에도 문의했지만 “예약이 꽉 찼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A씨는 화장 일정에 맞추느라 사일장을 치렀다. 화장 비용도 100만원을 냈다.

하지만, 최근 치른 어머니의 장례는 그때와 달랐다. 예정대로 삼일장을 치렀고, 화장 비용은 16만원이었다. 어머니를 화장한 곳은 화성시 매송면 숙곡1리에 있는 ‘함백산추모공원’이다. 그는 “아버지 장례 때는 조문객을 맞으면서도 화장 일정 때문에 계속 마음을 졸였는데 이번엔 마음 편하게 어머니를 모셨다”고 말했다.

화성·부천·안산·안양·시흥·광명 시민, 장례 부담 줄어 

지난 1일 문을 연 함백산추모공원에 각 지자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만 우선 이용·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다른 지역 장례시설과 달리, 화성·안산·부천·안양·시흥·광명 등 6개 지자체 주민들이 같은 혜택을 받는다.

이들 지자체가 공동으로 건립한 장사 시설이기 때문이다. 화성시가 매송면 숙곡1리 일대 30만1146㎡ 상당의 부지를 댔고, 전체 예산 1714억원은 인구 비율에 따라 6개 지자체가 함께 분담했다. 화장시설 13기를 갖춰 하루 최대 48건의 화장을 할 수 있다. 장례식장 8실, 봉안시설 2만6514기, 자연장지 2만5300기, 주차장, 공원 등도 들어섰다. 개원 이후 지난 14일까지 393건의 화장이 이뤄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 개원식. 화성시는 물론 부천, 안산, 안양, 시흥, 광명 등 6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한 광약 장사시설이다. 화성시

지난달 30일 열린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 개원식. 화성시는 물론 부천, 안산, 안양, 시흥, 광명 등 6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한 광약 장사시설이다.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을 운영하는 화성도시공사의 이호진 운영팀장은 “6개 시 인구 350만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장사 시설인 데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추모공원이라 그런지 계속 장례 절차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백산추모공원 운영은 다른 지자체 장사시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수원시 연화장의 지난 1~7일 화장 건수는 208건으로 전주(225건)보다 7.5% 줄었다고 한다.

장사 시설, 숙원사업이지만 후보지마다 주민 반발

장사 시설은 각 지자체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땅값 상승 등으로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이들이 대폭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화장률은 2014년 79.2%에서 2019년 88.4%로 매년 치솟고 있다. 경기지역의 화장률은 같은 기간 84.9%에서 91.4%로 6.5%p 증가했다.

하지만 전국의 화장시설은 62개뿐이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곳은 31개 시·군 중 4개(수원·용인·성남·화성)다. 후보지를 찾지 못해 서울시처럼 다른 지역(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장사시설을 만들었다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경기도는 한때 시군마다 화장장을 설치하는 '1시군 1화장장' 건립사업을 추진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 주민들이 심하게 반발하는 님비(NIMBY) 현상이 나타났다. 후보지 주민들이 찬성해도 인근 주민들이 “교통 체증 유발” “악취 등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대하기도 한다.

“6개 지자체가 손잡고 이뤄낸 협업사례”

함백산추모공원 조성에 참여한 6개 지자체 역시 장사시설 건립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후보지를 검토할 때마다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 대안으로 찾은 것이 ‘공동 장사시설’이다. 민선 5기였던 2011년 7월 최대호 안양시장이 당시 채인석 화성시장에게 ‘협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8개 지자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화성시는 395억원의 마을 발전 기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걸고 후보지를 모집했고 6대 1의 경쟁을 뚫고 매송면 숙곡1리가 부지로 선정됐다.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 조감도. 화성시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 조감도. 화성시

그러나 민선 5기 종료 이후 안양·군포·의왕·과천·평택 등 5개 지자체가 비용 분담에 반발하며 불참을 결정했다. 건립 부지 인근에 사는 수원시민들도 항의했다.

10년의 산고 끝에, 2019년 11월 지금의 6개 지자체가 공동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함백산추모공원이 탄생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6개 지자체가 손잡고 일궈낸 협업사례”라고 설명했다.

공동 장사시설 건립하거나 추진하는 지자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15년 전북 정읍·고창·부안군 등이 참여한 서남권 추모공원이, 2019년 전남 해남·완도·진도군이 참여한 남도광역추모공원이 문을 열었다.

경기 북부에서는 남양주·구리·포천시와 가평군이 공동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선우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이사장(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은 “주민 반발을 우려해 지역 경계나 다른 지역에 혐오·기피시설을 건설했다가 지역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궁여지책으로 공동 장사시설이 대안으로 나온 것”이라며 “해당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은 다수를 위한 특별한 희생을 하는 것이니 그에 맞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