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정배의 시사음식

북한의 식량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0:20

업데이트 2021.07.2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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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정배 음식평론가

박정배 음식평론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5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에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지난 13일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 화상회의에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처음 공개했는데 “올해 곡물 700만톤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2018년 495만톤 생산 이후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와 정부가 잇따라 식량 문제를 이례적으로 공식 언급한 것은 북한 식량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곡물 부족 수요를 110만톤으로 예상했다. 수입분 20만톤을 제외하면 85만8000톤이 부족해 8~10월 심각한 상황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등이 공동 발간한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수준 2021’ 보고서에서도 2018∼2020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를 10명 중 4명 꼴(42.4%)인 1090만 명으로 추산했다.

식량 증산을 촉구하는 북한의 선전 포스터. [사진 조선의 오늘]

식량 증산을 촉구하는 북한의 선전 포스터. [사진 조선의 오늘]

북한의 식량난은 1990년대 동유럽 붕괴 이후 구조적인 만성을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제재·봉쇄·재해가 겹치면서 더욱 심화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중국과의 교역이 급감했고 지난해 태풍·홍수 등 잇따른 자연재해로 총 곡물 생산량이 전년 665만톤에서 552만톤으로 감소했다. 북한의 2020~21년 곡물 수급은 옥수수 221만톤, 쌀 140만톤, 감자 67.7만톤으로 옥수수가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옥수수는 비료가 필수적이다. 북한은 지난 4~5월 중국으로부터 인산암모늄을 약 868만 달러어치, 질소비료 등 비료 관련 제품을 204만 달러어치 수입했다.

곡물의 절대 부족과 더불어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영양의 질도 문제가 되고 있다. FAO에 따르면 북한의 최다 가축이던 닭은 2001년 토끼에게 추월당한 이후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토끼고기가 16만7000톤으로 1위를, 돼지고기가 11만5000톤으로 2위를 차지했고, 닭은 3만톤 정도에 머물렀다.

이 밖에도 북한은 연어·보가지(복어)·넙치·칠색송어·누에 양식까지 단백질 보충을 위한 보급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국제 정세에 취약한 북한의 ‘먹는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일례로 지난 9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7월 하순~8월 북·중 육로 무역 재개’ 소식을 알렸지만 중국의 지원은 인도적 지원이 아닌 동아시아 전략에 의한 것일 뿐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인도적 차원의 남북 식량 협력 제안 등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답이 없다. 북한에 있어 먹는 것은 ‘국력이고 사회주의’지만, 같은 민족의 인도적 지원은 끊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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