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역지사지(歷知思志)

프랑켄슈타인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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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1816년 메리 고드윈은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서 괴팍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기후가 불순했는데 기온은 낮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많이 내려 농작도 엉망이 됐다. 굶주린 사람들은 대부분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해골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 조지 고든 바이런, 의사 존 윌리엄 폴리도리 등과 어울렸는데, 날씨 때문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어느 날 우울했던 이들은 밤을 보내기 위해 괴담을 하나씩 창작해 내놓기로 했다. 이때 메리가 내놓은 것은 한 과학자가 시체들을 모은 뒤 전기의 힘으로 되살리는 이야기였다.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괴담에 이들은 큰 인상을 받았고, 바이런은 소설로 집필할 것을 적극 권했다. 힘을 얻은 메리는 이를 다듬어 2년 뒤 익명의 소설로 내놓았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듬해에는 폴리도리가 흡혈귀를 다룬 소설을 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역지사지 7/21

역지사지 7/21

오랫동안 문학사가들은 1816년의 이상 기후를 단순한 현상으로 지나쳤지만 20세기 들어 과학자들은 그것이 1815년 인도네시아에서 폭발한 거대 화산(탐보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역사시대에 손꼽힐만한 대규모 폭발로 인해 화산재가 대기를 덮었고 보기 드문 한랭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1816년은 유럽에서 ‘여름 없는 해(Year Without a Summer)’라고 기록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위기는 훗날 인류의 문화사에 어떤 발자국을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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