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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진수 135점, 오늘부터 실물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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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단 하루 만에 한 달치 예약이 매진됐다. 백신 예약 경쟁만 치열한 게 아니다. ‘이건희 컬렉션’을 하루라도 빨리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관람객들의 경쟁도 뜨거웠다.

국립중앙박물관·현대미술관 전시 #한 달치 관람 예약 하루만에 매진 #전시 작품 중 국보 12건, 보물 16건 #김환기·이중섭 대표작도 선보여

삼성가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고(故) 이건희(1942~2020) 회장의 주요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1일 동시에 공개된다. 고대 유물부터 현대 회화까지 고 이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 중 일부가 일반 관람객에게 대규모로 공개되는 것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 216호)는 5일간 이어진 비가 그친 뒤 안개가 깔린 인왕산의 모습을 구석구석 자세히 그렸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 216호)는 5일간 이어진 비가 그친 뒤 안개가 깔린 인왕산의 모습을 구석구석 자세히 그렸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 이촌동 2층 서화실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9월 26일까지 열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소격동 서울관 1층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을 내년 3월 13일(추후 변동 가능)까지 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국보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를 비롯해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총 45건, 77점의 유물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작 중 국보만 12건, 보물도 16건이다.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청동기시대부터 철기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거의 모든 시기의 유물이 모두 포함된 것도 특징. 청동기시대 토기·청동기, 금동불, 전적(책)·사경(베껴 쓴 경전), 청자, 목가구 등 분야도 다양하다.

가로 5m, 세로 3m에 달하는 김환기의 대작 ‘여인들과 항아리’.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가로 5m, 세로 3m에 달하는 김환기의 대작 ‘여인들과 항아리’.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작품은 ‘인왕제색도’다. 국보 제216호인 인왕제색도는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북악산에서 바라본 안개 낀 인왕산을 그린 그림이다. 중국풍 일색의 산수화에서 벗어나 보이는 대로 직접 그린 진경산수화로 가치를 높게 인정받는다. 높이 40㎝의 큰 호리병 형태의 ‘백자청화 대나무무늬 각병’(국보 제258호)은 새하얀 표면에 푸른색으로 대나무 그림을 그린 팔각병이다. 화병과 비슷한 사이즈의 이 병은 뜻밖에도 술병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변관식 수묵화 ‘무장춘색’.[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변관식 수묵화 ‘무장춘색’.[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에 기증받은 총 1488점 중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인의 주요 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인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으로 한국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셈이다. 전시작은 크게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이란 세 가지 주제로 나눴다.

붉은 배경으로 묵직함을 더한 이중섭 ‘황소’.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붉은 배경으로 묵직함을 더한 이중섭 ‘황소’.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는 명실상부한 대작 중 대작이다. 세로 길이가 3m에 육박하고 가로 길이가 5m가 넘는다. 크기만 대작이 아니다. 권행가 미술사가에 따르면 비대칭의 자연스러운 선과 투박한 색면 처리 등 조선백자의 멋을 사랑했던 작가의 조형적 특성이 잘 드러난 김환기의 대표작이다.

‘백자청화 대나무무늬 각병’(국보 제 258호).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백자청화 대나무무늬 각병’(국보 제 258호).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6폭 병풍에 그려진 변관식의 ‘무창춘색(武昌春色)’(1955)은 말 그대로 가슴을 적신다. 이번 전시에 함께 소개된 이상범의 ‘무릉도원’(1955)과 더불어 한국적 실경산수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격동의 시기에 고난을 겪다가 나이 마흔에 생을 마감한 이중섭(1916~1956)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비극적이다. 그런 이중섭이 일본 유학 시절부터 즐겨 그린 그림이 바로 황소다. 이중섭의 붉은 황소 머리 그림은 총 4점인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1976년 처음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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