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아닌 방역에 졌다, 코로나 회군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0:03

업데이트 2021.07.2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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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이 20일 오후 5시30분쯤 항공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아덴만 해역에 파병돼 임무를 수행하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작전을 중단하고 조기 귀국했다.

집단감염 청해부대 301명 귀국
중증 3명 포함 14명 병원 이송
나머지 장병은 생활치료센터로
서욱 국방 “국민께 깊은 사과”

전날인 19일 오후 문무대왕함이 정박한 아프리카 해역 인접 국가에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인 KC-330 시그너스 2대에 나눠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도착한 장병 301명 중 지금까지 2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현지에서 실시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로 확인됐다. 확진자는 대부분 경증으로 알려졌지만 산소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환자도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입국한 청해부대 장병 중 14명이 병원 2곳으로 이송된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이날 저녁 “301명의 청해부대 대원 가운데 3명이 코로나19 중등도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11명은 현지 의료기관에 입원했던 인원으로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군수도병원·대전병원 등 군 병원 2곳으로 옮겨 치료를 받는다. 나머지 인원은 군 생활치료센터(국방어학원)와 민간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분산 격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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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본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15% 이상이 고열·폐렴 증상 등이 나타난 중등도 환자로, 병원의 음압격리병실에서 산소마스크 등을 쓰고 집중 치료를 받는다. 5%는 위중증 환자로 고유량 산소 치료 등을 받는다. 80%는 무증상·경증으로 생활치료센터에서 열흘간 머무른다. 청해부대 장병도 이 기준에 따라 치료를 받거나 격리된다.

국방부는 귀국 장병 모두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다시 할 예정이다. 해군은 장병 가족에게 보낸 서신에서 “치료와 격리가 완료된 장병은 건강 회복 프로그램, 신체검사, 예방접종 등을 실시한 뒤에 휴가 예정”이라며 “일정 기간 격리가 불가피함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대규모 감염사태를 청해부대 장병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백신을 제때 챙겨주지 못한 군 지휘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서욱 “백신 접종 노력 부족했다” 이유는 설명 안 해 

청해부대 34진 장병은 강화된 코로나 방역 지침 아래에서 지난 5개월간 소수를 제외하곤 육지에 내리지도 못하고 함상에서만 생활했다. 그동안 정부와 군 지휘부는 해외 파병 부대로 백신을 단 한 개도 보내지 않았고, 현지 접종 가능성도 살피지 않았다. 감염 진단키트를 잘못 보낸 점도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선 지난 2일 간부 1명이 감기 증상을 보이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다. 확진자는 지난 15일 6명에서 19일 247명으로 대폭 늘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이경구(육군 준장) 국제정책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200명 규모의 특수임무단을 공군 수송기로 현지에 급파했다. 양민수(해군 준장) 제7기동전단장이 지휘하는 148명의 해군 파견부대가 특임단으로 현지에 도착해 문무대왕함을 인수했다. 특임단은 방역조치를 마친 뒤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출항한 청해부대 35진 충무공이순신함이 최근 아덴만에 도착해 문무대왕함의 임무를 넘겨받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박재민 차관, 원인철 합참의장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서 장관은 취임 직후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부터 동해안 경계 실패, 부실 급식, 군 내부의 성추행 사건 등 사안이 일어날 때마다 사과를 거듭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서 장관은 백신 접종 노력의 부족함을 언급했지만, 왜 그랬는지 설명이 없었다. 더구나 국방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못해 대규모 감염이 일어난 게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점 규명이나 대책 마련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서 장관의 사과에 대해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냉소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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