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대동세상' 내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국가개조론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0:04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15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진행된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이유와 선거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히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15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진행된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이유와 선거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경기도청 건물에는 꼭대기 층마다 미화원이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건물 지하의 구석에 있었다. 휴게실 내부는 햇볕이 들어 밝고 포근한 분위기다. 업무 환경이 달라지자 미화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직무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한 뒤 가져온 변화다. 7월 11일 서울대를 찾아가 기숙사 청소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이 지사가 흘린 눈물을 두고 ‘쇼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경기도청에 가져온 변화를 보면 눈물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지사도 7년 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여동생이 근무 중 사망한 아픔을 갖고 있다. “두 분이 손잡고 출근하다가 혼자 다니면서 운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는 동생이 생각나 감정이 북받쳤다”고 말하면서도 이 지사의 표정에 슬픔이 내비쳤다.

커버스토리 | 독점 인터뷰
“시대는 우아한 대통령 아닌 유능한 일꾼 원한다”
비타협적 원칙주의자보다 협상 능한 타협적 실용주의자가 더 필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지방분권 중심 개헌 바람직… 지금은 때 아냐

7월 15일, 여야를 통틀어 현재까지 대선 경쟁의 선두를 달리는 이 지사와의 인터뷰는 자연스레 청소노동자 환경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 지사는 “도청뿐만 아니라 도 산하 공공기관은 모두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지상으로 올렸다”고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간으로도 확산하려고 법률개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민간에서 ‘돈’이나 다름없는 건물 공간을 빼줄 리 만무해 보였다.

“공정한 세상 실현하려 인권변호사에서 공직으로 도구 바꿔"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호남권 선출대회가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안희정·이재명·문재인 후보(왼쪽부터)가 연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호남권 선출대회가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안희정·이재명·문재인 후보(왼쪽부터)가 연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휴게시설을 만들면 그 면적만큼 용적률에서 빼주면 된다. 휴게시설을 지으면 분양 면적이 그만큼 줄어드니까 기피했던 거다. 환경미화원, 경비원 휴게 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하게 하고, 용적률을 빼줘서 인센티브를 주면 민간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의무를 부과하기에 앞서 대안과 당근을 제시하는 협상 방식은 이 지사가 정책을 관철할 때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경기지역 계곡의 음식점 불법 구조물을 철거할 때도 대안을 제시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99.7%가 자진 철거했다. 비타협적 투쟁가로 보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그의 정책은 섬세하고 협상을 통해 성취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이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나?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성장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역사적 경험상 공정한 나라는 흥하고, 불공정이 판치면 망했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 이슈의 근원적 이유는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되니 공정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자원이 불공정하게 배치되니 효율성이 떨어져 사회 전체의 성장 가능성이 훼손됐다. 공정을 통해 국민이 행복해지고 공동체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기에 그 목표를 실현하고 싶었던 거다.”

대선 도전의 꿈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

“삶에서 공직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내게 공직은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는 하나의 도구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왔다. 사법연수원을 마치면서 판·검사보다 인권변호사가 낫겠다고 생각해 그 길을 갔다. 노동인권변호사보다 시민운동변호사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여기에 주력했고, 참여정부 때 정치제도가 많이 바뀌면서 공직으로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정치에 입문했다. 성남시장 재선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일부 국민이 저를 호명해줬다. 그 전엔 대통령은 생각도 못했다. 오히려 시장직을 즐기고 있었다. 한 해 예산 2500만원에 상근직 한 명 두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규직원만 2500명에 예산이 3조원이나 되니 얼마나 신났겠나? 시민운동가로서 하고 싶은 건 다 했다. 그런데 국민의 호명을 받으면서 대통령도 하나의 도구, 더 크고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첫 도전(2017년)은 실패로 끝났다.

“정권을 되찾는 데 기여했으니 목표는 이뤘다. 이후 도지사로 도구를 바꿨다. 시장보다 더 효율적이니까. 지금은 다시 일부 국민의 호명과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기에 대통령에 도전하는 거다.”

지난 대선 때와 달라진 게 있나?

“지향점이나 대통령에 대한 의미 부여는 똑같다. 다만 방식이나 절차, 형식이 많이 바뀌었다. 비유하자면 계곡의 모난 돌이 이제는 큰 강으로 나와 반들반들한 호박돌이 됐지만, 돌의 본질은 변함없다.”

이 지사가 공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이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억강부약, 즉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북돋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이 같은 신념은 매우 강해서 가진 자에 대한 적개심이 발현된 것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이는 중도·중산층의 표심을 잡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저도 이미 강자이고 부자다. 내가 나를 부정하고 혐오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확히는 강자와 부자들의 ‘폭력성’을 제어하자는 거다. 인간이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부자가 가진 부를 이용해 더 많이 성취하려는 것 자체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약자에 대한 폭력성이 나타나거나 힘을 이용해 부당하게 취한다면 사회의 공정한 시스템을 해치는 것이니 바로잡아야 한다. 강자의 폭력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거다.”

이 지사가 모토로 내건 공정과 성장은 양립 가능한가?

“고도성장기에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이해됐다. 자원이 부족하니 분배보다는 최대한 모아서 힘 있는 소수에게 몰아줘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웠다. 구성원들이 혜택도 입었다. 이른바 낙수효과다. 후진국에서 나타나는 성장 방법의 하나다. 이 방법으로는 당연히 공정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 사회다. 원인은 양극화, 불평등, 경쟁 심화 등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공정성을 회복하는 게 성장의 길이다. 성장과 공정이 상호 순환하도록 하면 된다. 성장하면 기회가 늘고 경쟁이 완화돼 공존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공정성 확보가 좀 더 쉬워진다. 지금 상태로는 공정하지 못한 성장도 문제고, 공정한 저성장도 문제다. 가난한 공정으로 뭐 할 것이며, 공정하게 가난하면 뭐 할 것인가.”

“과거의 베짱이는 미래의 개미 될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11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11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설명을 들으면 이해되지만, 국민에게 각인되는 슬로건도 필요하지 않나. 예를 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처럼 말이다.

“그건 사기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건 우아하게 사람 속이는 게 직업인 사기꾼이 잘한다. 정치가 사기와 다른 건, 할 수 있는 약속을 하고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경우 사기 치는 건지, 진짜 실현 가능한 약속인지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과거 행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가 과거에 개미였는지 베짱이였는지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과거의 베짱이는 미래의 개미가 될 수 없다.”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건가?

“공정은 국가공동체 모든 영역에 필요한 기초 원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조직화된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 수도권과 지방 등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경쟁과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용(實用)으로 가야 한다.”

실용과 중도의 필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구현하기가 어렵다.

“이유가 있다. 효율적인 정책일수록 저항이 심하다. 그럼 정치인들이 손을 안 대려고 한다. 아마도 내가 우리 역사에서 전방위적으로 가장 심하게 공격을 받은 사람일 거다. 사회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기득권에 정면으로 저항해와서다. 웬만한 정치인이 기득권과 충돌을 피할 때 나는 더 강한 기득권에 더 강하게 부딪혔다. 사회적·정치적으로 죽을 뻔한 위기도 견뎠다. 그랬더니 성과가 났고, 그게 국민의 눈에 띈 것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무상교복, 무상산후조리원 등 사사건건 정부와 부딪히며 길을 냈다. 그 과정에서 광화문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보복성 감사를 당하기도 했다. 도지사가 된 뒤에도 기득권과의 싸움은 멈출 줄 몰랐다. 의지를 관철해온 노하우가 궁금했다. 이 지사는 ‘녹슨 칼과 잘 벼린 칼’로 비유했다.

“녹슨 칼을 든 공직자와 잘 벼린 칼을 든 공직자가 똑같은 정책 목표를 시행할 경우 녹슨 칼을 든 사람의 지휘는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저항이 심하니 녹슨 칼이라도 들어 휘두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리한 칼을 든 쪽은 굳이 칼을 쓸 필요도 없다. 이미 칼날만 보고 지휘가 관철되니까. 강력한 권한을 두되 행사하지는 않는 게 핵심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설득과 타협이 필요하다. 타협이 좀 더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이 지사의 설득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례로 ‘서신(書信) 정치’가 있다. 온라인으로 공문이 오가고, 만날 수 없으면 전화로 하면 되는 시대에 무슨 서신이냐 하겠지만, 그는 자신이 관철하려는 이슈가 있을 때 관련 기관이나 국회의원 등에게 서한을 보내 당위를 설명하고 협력을 구한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입법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10%로 인하해야 한다며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 시장과 구청장에게는 독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 입장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미얀마 군부의 민주화 운동가 탄압에 항의성 서한을 미얀마 대사관을 통해 발송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설득의 방식으로 진지하게, 최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써야 반향이 있다. 입법이 꽤 많이 이뤄지고 성과가 괜찮다”고 했다.

“부동산 대폭락하면 공공주택 비중 늘릴 기회 올 수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작성한 방명록.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작성한 방명록.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하며 단절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만들어낸 정부는 형태와 구성원이 다를지라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토양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4기 이재명 정부가 성립하더라도 결국 민주당 정부의 본질을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공과(功過),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해야 한다. 단절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 다만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거다. 부모보다 나은 자식, 더 유능한 정부를 만들면 된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일단 대통령 본인과 친인척 비리가 없어졌다. 역대 정부에서 늘 있었던 친인척과 본인, 핵심 측근의 비리가 없다. 남북관계도 북한과 서로 총을 쏘고 포격하는 걱정이 사라졌다. 갈등과 대결 위협이 완화된 것은 큰 성과다. 또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다. 물론 정권과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아쉽다. 뿌리 깊은 토건 마피아, 소위 관료들의 저항을 완벽히 제압하지 못했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의지만은 분명했지만….”

그런데 왜 불공정은 더 심화했을까?

“공정성이 이 정부 때문에 훼손된 게 아니라 추세적으로 정권마다 1%대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과 비례한다고 본다. 지금은 2%대에서 겨우 방어하고 있고, 다음 정부는 1%대를 향해 가게 될 거다. 성장률이 떨어질수록 경쟁이 격렬해지기 때문에 불공정에 대한 체감이 높아진다.”

이번 정권에서 그토록 고집스럽게 했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뭘까?

“부동산 문제는 공급과 수요가 정상화하면 가격이 정상화한다. 일단 공급이 부족했고, 사놓으면 돈이 되니 당장 필요 없는데도 사재기를 했다. 현 정부에서 집값이 오른 이유는 관료들이 정부 의지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손해 보면서 집값을 잡지 않으니 정책에 구멍이 난다. 집 열 채 가진 관료가 부동산 잡겠다고 발표하면, 대중은 이걸 투기의 신호로 생각하고 불신한다.”

집값 잡을 묘수가 있나?

“정부 이기는 시장도 없고, 시장 이기는 정부도 없다. 가격을 너무 많이 누르는 건 풍선효과를 부른다. 적당하게 막아야 한다. 금융 혜택을 확 제한해 사재기를 막아야 한다. 이자를 서너 배 받고 보유세를 올리거나 2주택 이상 거래제한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핵심은 정책 책임자의 신뢰다.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 부동산이라고는 평생 살 집 한 채밖에 없고 주변에 투기하는 사람도 없다. 앞으로 세계 금리가 오르면 자칫 부동산 대폭락이 올 수도 있다. 그게 현재 8%에 불과한 공공주택 비중을 20%까지 늘릴 기회일 수 있다. 하단을 받쳐서 경제위기를 예방하는 일거양득 전략이다.”

“4년 전 대선 때 ‘윤석열 총장 임명’ 공약… 내 눈이 짧았다”

1989년 사법연수원 수료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 지사는 “불공정한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일이 내 소명이라 생각해 27살에 판·검사 발령을 거부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989년 사법연수원 수료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 지사는 “불공정한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일이 내 소명이라 생각해 27살에 판·검사 발령을 거부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면 윤석열 검사와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부패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지사의 약속은 문재인 정부가 대신 실현했다. 그런데 지금 윤 전 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지사는 윤 총장에 대한 과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 보는 눈이 부족했던 것 같다. 총장을 할 때부터 이미 판단이 잘못됐다고 느꼈다. 이제 정치까지 나섰으니 참 어처구니없다. 복잡다단하고 광범위한 국정을 몇 달 만에 익힌다고 될 일인가. 정권심판론과 반문에 기댄 구태 색깔 정치를 보고 실망했다. 그는 자체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일 뿐이다.”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이재명과 윤석열의 공통점은 의회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 중 의회나 당대표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가 없다. 행정 경험이 풍부한 반면, 협치의 정치 경험은 부족한 건 아닌가?

“협치와 조정은 의회의 특징이고, 지방행정은 집행 중심의 종합 행정이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국가 경영도 결국 종합 행정이다. 11년째 종합 행정을 맡고 있는데 협치와 조정의 경험도 했다. 성남시장 할 때 시의회가 여소야대였다. 시의회가 강력히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대통령 후보로 호명될 만큼 성과를 냈다. 난 협치와 조정, 통합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얼마 전 윤 전 총장이 변호사 시절의 이 지사를 법정에서 봤다고 언급했다.

“사실이 아니다. 난 거의 민사사건만 다뤘지 형사사건은 안했다. 성남·광주에서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1990년대 초반 (노동자들이) 하도 많이 잡혀가서 1년 내내 노동사건만 전념한 적도 있었다. 1995년에 김태년 지금 민주당 원내대표가 성남에서 청년운동을 하다가 간첩 혐의로 안기부에 잡혀간 적이 있다. 이때 매일 접견 가기 투쟁을 했다. 필리핀 노동자가 작업 중 왼팔이 절단된 산재 사건을 맡아 외국인도 우리나라 산재보험법 대상자가 된다는 첫 판례를 만든 것도 기억난다. 그때 배상금을 받아서 필리핀으로 보내줬다.”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감옥에 가거나 비리에 연루되는 불행을 겪었다. 이런 ‘대통령들의 저주’를 끝낼 자신이 있나?

“정치하면서 절대 친인척이 시정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래서 가족이나 측근들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았고, 그런 시도 자체를 나부터 철저히 차단했다. 단 한 명이 예외였다. 셋째 형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셔서 시장의 형이란 걸 내세워 인사에 관여하고 시정에 개입하려 했다. 이걸 못하게 막으니 어머니를 동원해서 나를 막으려다가 결국 어머니께 차마 해서는 안 될 극언을 형님이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전화해 ‘이랬다면서요?’라고 따지며 한 얘기가 형수한테 욕설한 거로 돼서 재판도 받고 고초를 겪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런 과정을 통해 친인척 비리는 상상할 수도 없게 정리됐다. 친인척 비리보다 차라리 욕설 파문이 낫다고 본다. 더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가더라도 나로 인해 그런 비리가 불거지는 사태는 없을 거다.”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 문제는 어떻게 보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특별한 혜택도 권리도 주지 말자. 재벌이라고 해서 불이익도 주지 말고, 혜택도 주지 말자. 전직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통합’은 어설픈 ‘봉합’과 다르다. 다만 일반적인 가석방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판례를 참고해 판단하면 될 거다.”

“어설픈 ‘봉합’의 사면은 반대, 원칙대로 하면 돼”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돼 있는 현재의 구조를 바꿀 필요성, 즉 개헌에 관한 의견은?

“레임덕을 막기 위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지방분권 강화를 중심으로 개헌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 에너지를 쏟지는 말자. 나는 실용주의자다. 개헌은 촛불혁명 직후에 했어야 했다. 그때가 87년 체제가 30년 되는 해로 시점도 좋았다. 결정적 기회를 활용 못 한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등 민생에 집중할 때다.”

이 지사를 돕는 이들 중에는 1970년대생, 90년대 학번인 ‘포스트 586’ 세대가 많이 눈에 띈다. 조직을 꾸릴 때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건 아닌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모였다. 소위 비주류다 보니 함께하는 비주류가 늘었다. 더 젊은 세대가 더 참여해주면 좋겠다. 지금 이 사람들(97세대)도 나이가 많다. 30~40대가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기자가 준비해간 질문을 하나도 건너뛰지 않고 직접 설명하는 모습은 1년 전 인터뷰 때와 변함없었다. 그의 정치 철학이 형성된 과정을 듣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를 나누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듯했다. 그가 가진 국가개조론의 윤곽은 그릴 수 있을 듯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왜 꼭 이재명이어야만 하는가.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희망 있는 새 나라를 만들 사람이 누구냐, 이재명이라고 확신한다. 현시대 지도자의 덕목은 위기의 시대를 고치려면 가치관과 비전이 있어야 하고, 정책을 집행할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걸 감안하면 결국 이재명이다. 일을 해야 하는 위험한 시대에는 우아한 지도자보다 일 잘하는 일꾼이 필요하다. 일할 사람을 찾는다면 증명된 이재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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