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해 빼돌린 칡소…10마리 ‘얼룩빼기’로 부활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1 00:03

지면보기

18면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내수읍 한 축사. ‘씩씩’ 소리를 내며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성을 내는 줄무늬 소가 보였다. 어깨 근육이 두툼하고 콧등에 검은빛이 돌았다. 농장주 최수호(29)씨는 “호랑이처럼 몸에 검은 줄이 선명한 게 칡소”라며 “야생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예방 접종할 때마다 진땀을 뺀다”고 말했다.

고기 맛 좋아 일제강점기 대량 반출
개체수 줄어든 토종 한우 품종 개량
수컷 칡소와 암컷 황우 교배에 성공
2025년까지 14억 투입, 브랜드 육성

최씨는 토종 한우인 칡소를 보존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고민도 있다. 수십년을 거치며 품종 개량이 이뤄진 황우에 비해 칡소는 중량이 덜 나가고, 사육 기간이 길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씨는 “똑같은 사료를 먹여 키워도 황우보다 칡소 몸무게가 100㎏(생체중) 이상 덜 나간다”며 “30개월 기준 소 출하 가격은 평균 200만원 정도 낮아서 손해를 감수하며 칡소를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축사에서 토종 칡소와 흑우가 한 우리에 모여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축사에서 토종 칡소와 흑우가 한 우리에 모여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통 한우 종(種) 보존과 농가 소득을 놓고 고민하던 충북도가 묘수를 내놨다. 우수 형질을 가진 칡소와 암컷 황우를 교배하는 ‘칡소 우량 송아지 생산’ 사업이다. 보통 칡소보다 몸집이 더 크고 질병에 강한 우수 종을 늘리는 게 목표다.

충북도 동물위생시험소에 따르면 내수읍 축산시험장에서 기르는 암컷 황우 10마리가 오는 10월께 개량 칡소를 출산한다. 시험소는 지난해 12월 경북 지역에서 가져온 우량 칡소 정액을 황우 난자와 인공수정 시키는 데 성공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송아지 중 암컷을 다시 칡소(씨수소)와 재교배하는 방식으로 2025년까지 개량 칡소를 증식할 계획이다.

전순홍 충북동물위생시험소 생명자원팀장은 “우리가 아는 한우(황우)처럼 잘 자라고 칡소의 줄무늬를 가진 송아지가 태어나길 기대한다”며 “확률상으로는 황우와 칡소가 나올 확률이 각각 25%, 둘의 장점을 가진 송아지가 나올 확률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충북도가 개량 칡소 개발에 나선 건 소를 키울수록 농가 손해가 커지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황우는 거세우 기준 27~30개월 정도면 몸무게가 750㎏에 달해 출하가 가능하다. 반면 30~32개월까지 기른 칡소는 650㎏에 불과하다. 농가들은 생체중 1㎏당 2만원으로 따져, 칡소 한 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220만~250만원의 손실을 보는 실정이다. 전 팀장은 “칡소의 명맥을 잇는 사업은 유지하되, 농가에는 개량 칡소를 보급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토종 한우인 칡소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일제가 고기 맛이 좋은 칡소를 일본으로 대량 반출하고, 한우를 황갈색 한가지로 표준화하는 심사제를 시행하면서 개체 수가 100마리도 안 됐다.

충북은 1996년 ‘향토 새 옷 입히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칡소 복원을 시작했다. 복원 사업을 주도한 최재원 음성축산물검사소장은 “우수한 칡소를 교배해 수정란을 생산하고 인공수정을 거쳐 개체 수를 늘렸다”며 “칡소는 개체 수가 적어 근친이 심화하고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2025년까지 14억원을 투입해 칡소 수를 1000마리까지 늘릴 계획이다. 칡소 농가에는 마리당 30만원이던 출하장려금을 올해부터 100만원으로 올렸다. 안호 충북도 축산과장은 “칡소와 황우 교배시험을 통해 개량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며 “칡소를 충북 대표 축산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