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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포차 너마저···백종원 떠난 '백종원 거리'에 빈 점포 속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종원씨 동업자가 운영하던 강남구 논현동 한신포차 1호점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함종선 기자

백종원씨 동업자가 운영하던 강남구 논현동 한신포차 1호점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함종선 기자

20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인근 먹자골목. 서울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상권이고 한창 붐빌 시간이지만 걸어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곳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 자리에서 30년 동안 점포를 소개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이 상권이 침체됐던 적은 없었다"며 "이곳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중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원씨는 건물 2곳 매각하고 철수 #백씨 동업자의 한신포차1호점도 매물로 #메인 상권 1층에도 '무권리금'점포 #임대료만 내고 문 닫는 점포도 늘어

메인 상권 뒤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죽지 못해 살고 있다"며 "가게 문을 닫는 게 그나마 돈을 덜 버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임대료와 인건비, 그리고 음식 재료비는 모두 올랐는데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메인 상권 뒤편 음식점의 문을 두 달째 닫고 있다는 한 자영업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서 매달 임대료만 내고 있다"며 "이전에 영업하던 사장님에게 냈던 권리금을 포기하고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종원거리'라고 불리던 지역의 메인상권 1층 점포에도 '무권리금'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함종선 기자

'백종원거리'라고 불리던 지역의 메인상권 1층 점포에도 '무권리금'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함종선 기자

메인 상권 1층에도 문을 닫은 점포들이 적지 않았다. 코너 1~2층에서 영업하던 대형 고깃집도 문을 닫았고, 손님들이 줄을 서서 포장을 해가던 떡볶이집도 간판만 남아 있었다. 개그맨 박성광씨가 운영하던 주점도 문을 닫았고 '무권리금' 현수막을 붙여 놓고 새 임차인을 구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논현동 우림공인중개사무소의 임동주 공인중개사는 "최고 3~5억원까지 붙었던 권리금이 30~4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2018년 개그맨 박성광씨가 운영하던 주점. 이 곳 1층은 현재 와인 점포로 바뀌었다. 함종선 기자

2018년 개그맨 박성광씨가 운영하던 주점. 이 곳 1층은 현재 와인 점포로 바뀌었다. 함종선 기자

논현동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이곳은 2018년 백종원씨가 이곳에서 철수하기 직전이 제일 좋았고, 그 이후에는 계속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곳은 한신포차 1호점을 중심으로 새마을식당·홍콩반점·미정식당 같은 ‘백종원 식당’의 1호점이 19개나 모여 있어 ‘백종원 거리’라고 불렸다.

그런데 임대료가 오르면서 2018년까지 백종원 식당이 모두 철수했고, 최근에는 백씨의 동업자가 운영하던 한신포차 1호점까지 매물로 나왔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대지면적이 592㎡인데 평당 2억원가량인 35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며 "이전에도 매물로 나왔다가 매수자가 없어 매물을 회수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거래가 성사될 진 미지수"라고 말했다.

백종원 거리라고도 불렸던 영동시장 일대 먹자골목. 저녁 7시인데도 썰렁하다. 함종선 기자

백종원 거리라고도 불렸던 영동시장 일대 먹자골목. 저녁 7시인데도 썰렁하다. 함종선 기자

'백종원 식당'을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 식당들은 저렴한 음식값으로 장사하는데 당시에는 임대료가 너무 올라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백종원 거리 내 A식당의 임대료는 39% 올랐고, B식당과 C식당도 각각 33%, 31%씩 상승했다. 실제 2018년에는 메인 상권 1층 점포의 월세가 3.3㎡당 40만원 가까이 올랐었다. 20평 점포의 경우 한 달 월세만 800만원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조금 내려갔지만, 아직도 3.3㎡당 30만원 선이다.

백씨는 백종원 식당을 모두 철수하기 전 이곳에 사 놓았던 자신의 건물을 먼저 팔았다. 백씨는 2012년 이곳의 4층짜리 건물(대지면적 205㎡, 연면적 480㎡)을 44억원에 사서 2016년 74억원에 팔았고, 2014년 130억원에 매입한 6층 건물(대지면적 444㎡, 연면적 2030㎡)은 2016년 174억원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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