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밀어붙인 文의 청와대, 공수처 첫 영장 집행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21:51

업데이트 2021.07.20 23:1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일 청와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부터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씨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과 관련해 이 비서관의 자택과 함께 청와대 사무실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지만 청와대 내부 사정에 거부당한 뒤 오후 6시 30분 철수했다.

‘성역없는 수사’를 명분으로 공수처를 출범시킨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정작 공수처의 첫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것이다. 적법한 법 집행을 거부한 건 물론이거니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공수처를 출범한 취지를 청와대가 앞장서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靑 “이광철 출근 안해 압수수색 불가”…하루종일 대기하다 철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이 비서관의 경기도 광명시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허위 보고서 작성 의혹 관련 자료를 찾았다. 공수처는 동시에 이 비서관이 근무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수처는 “청와대 내부 사정으로 금일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이 청와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은 등의 이유라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대기하다가 오후 6시30분께 일단 청와대에서 철수했다”며 “내일(21일) 다시 압수수색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날 공수처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허위 윤중천 보고서 작성 의혹으로 촉발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와대와 여당이 공수처법 통과를 밀어붙여 탄생시킨 공수처의 수사를 청와대가 앞장서 방해한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소위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막았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와대 입장에선 쉽게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수용한 전례로 남아 추후 수시로 압수수색이 이뤄지게 될 거라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 당시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수처 “실체적 진실 규명 위해 압색 필요, 21일 재시도”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가 지난 5월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가 지난 5월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이 비서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한 만큼 수사팀은 관련 자료 확보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되 불구속기소되자 이달 1일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공수처의 이번 압수수색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지난 3월 17일 공수처에 이첩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이규원 검사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며 접대 공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6차례 면담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9년 5월 말 법무부 과거사위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라며 수사를 권고하고, “윤갑근 전 고검장이 윤씨와 만나 골프나 식사를 함께했다는 정황이 있다”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검사 1호’ 사건…이광철 등 ‘윗선’ 겨냥한다

보고서에는 또 과거사위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 “윤석열 검사장은 ○○○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한겨레신문이 2019년 10월 11일 자 1면 머릿기사로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며 한겨례 신문은 지난해 5월 22일 『‘“윤석열도 접대” 진술 덮었다’…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라고 정정보도를 했다.

곽 의원과 윤 전 고검장은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 검사 등이 허위로 윤씨 면담 보고서를 작성하고 법무부 과거사위가 발표하도록 해 곽 의원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규원 검사에게 고위공직자범죄 혐의(허위공문서작성·피의사실공표 등)가 있다고 보고 해당 혐의를 지난 3월 17일 공수처에 넘겼다. 공수처법 제25조 2항은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정했다.

공수처는 지난 4월 말부터 ‘2021년 공제 3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가 수사하는 ‘검사 1호’ 사건이다.

공수처는 이규원 검사를 세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검찰총장 부속실 소속이던 A 수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A 수사관은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이규원 검사와 함께 윤중천 씨 면담에 동석했고 사후 면담 내용을 정리한 ‘초안’을 작성했다고 한다.

남기명 공수처 당시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지난 1월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기명 공수처 당시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지난 1월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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