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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청해부대 감염..군의 무능과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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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코로나 집단감염이 터진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연합뉴스

코로나 집단감염이 터진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연합뉴스

문무대왕함 집단감염 과정 보면..코로나에 무감각 무대책 #국방부 합참 면피성 거짓말..사실관계 철저확인 책임물어야

1. 코로나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장병이 20일 모두 귀국했습니다. 301명 가운데 247명이 확진자며, 그 중 1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3명은 중증이라고 합니다. 초유의 황당한 국방사고입니다.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우리 군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사건 발생이후 이어진 변명과 거짓말..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2. 사건발생 상황을 보면 ‘군이 얼마나 무감각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7월1일까지 아프리카 항구에 들어갔습니다. 식수와 군수물자를 배에 실었습니다. 다음날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감기약만 처방했습니다. 이후 8일간 40여명이 코로나 증상을 보였습니다. ‘신속항체검사’키트를 이용한 검사를 했습니다. 전원음성..아무 일도 없이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13일 환자들이 폐렴 증상까지 보이자..비로소 현지 병원에 의뢰해 6명에 대한 유전자증폭(PCR)검사를 합니다. 전원확진.

3. 왜 신속항체검사에선 모두 음성이었을까?

항체검사는 병에 걸린 이후 생기는 항체를 검사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감염초기엔 항체를 확인하기 어렵기에 조기검진엔 부적절합니다.
대신 항원검사를 해야 맞습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난 2월 출발 당시 개인용 항원검사키트가 식약처 승인을 받지 못했고, 항체검사키트에 비해 성능도 떨어져’ 항체검사키트를 가져갔다고 변명했습니다.

4.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식약처는 작년 11월 의료인 또는 전문가용 항원검사, 항체검사 키트를 모두 승인했습니다. 당시까지 개인용 검사키트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만..전문가용은 항원 항체 모두 승인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방부는 지난 1월 전군에 ‘항체검사를 사용하지 말고 항원검사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무대왕함은 이전까지 사용하던 항체검사키트만 가지고 떠났습니다. 국방부와 합참과 해군의 설명이 제각각이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5. 집단감염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백신접종을 못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백신을 해외로 반출하지 못한다..고 외국 제약사와 계약돼있어서 못했다..고 질병관리청과 사전협의했다는 겁니다. 질병청이 막았다는 뉘앙스의 면피입니다.
그런데 정은경 질병청장은 19일‘군인에 대한 접종은 제약사 계약과 관계없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해군함정은 어디 있든 한국영토로 간주되기에 해외반출이 아닙니다. 사전협의 여부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립니다.

6. 사실 청해부대 작전을 총괄하는 합참은 지난 4월 이후 군인들에 대한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지금까지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에 대한 백신접종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군에선 ‘합참과 국방부 사이에 구두협의가 있었다’고 하지만..국방부에서 이 문제로 방역당국과 협의한 건 없습니다. 아덴만 인근 미군부대나 인접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방안도 검토된 적 없습니다. 한빛부대는 UN군지원으로, 아크부대는 주둔국(UAE)협조로 접종했습니다.

7. 자랑할 상황은 아니지만..문무대왕함 승조원 철수 오아시스작전은 꽤 성공적입니다.

안타까운 건 이런 노력과 정성을 미리 코로나 예방에 조금이라도 더 썼더라면..하는 아쉬움입니다.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국민들의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는 대통령의 뜨뜻미지근한 지적에 그쳐선 안됩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병사 부모의 심정으로 군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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