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야구 술판에 분노의 인증샷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16:51

업데이트 2021.07.20 17:00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진. 보배드림 캡처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진. 보배드림 캡처

"승부조작, 음주운전이 있었을 때도 저희 부자는 야구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접습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몇장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자신을 '빙그레 시절부터 한화 팬', 아들을 'NC 광팬'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속 쓰레기봉투에는 두 팀의 유니폼이 담겨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감염으로 리그를 멈춰 세운 선수들을 향한 야구팬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최근 야구계의 코로나19 집단 확진으로 KBO 리그가 출범 40년 만에 중단됐다. 일부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어긴 채 호텔방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가 감염되면서다. 확진된 선수들이 역학 조사에서 동선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야구계를 향한 팬들의 비판이 거센 이유다.

"백신 먼저 맞고 방역 수칙 악용"

지난 3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 모습. 연합뉴스

야구팬 박모씨는 "팬들은 더운 여름에도 경기장에서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를 잘했는데 정작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어겼다니 실망스럽다"며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자만에 빠져 본분을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 수칙을 어긴 선수 중에는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은 선수들도 있었다. 문제가 된 호텔방 술자리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발표 및 4단계 격상 조치 전에 있었다. 백신을 맞은 덕에 음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은 과태료와 감염병예방법 위반 조사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이를 두고 야구팬인 대학생 이재유(26)씨는 "다른 20대 청년들은 올해 안에 백신 맞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는데 국가대표로 백신 접종한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악용한 것 같아 더 배신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관리 소홀 KBO 향해 "또중경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6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방역수칙을 위반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징계를 논의했다. 뉴시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6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방역수칙을 위반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징계를 논의했다. 뉴시스

소속 선수 관리에 소홀했던 구단과 KBO를 향한 지적도 이어졌다. 10년 차 야구팬 함모씨는 "KBO는 그간 선수들의 일탈에 '엄중경고'로 일관하면서 '또중경고'라는 조롱을 받을 지경"이라며 "올 시즌 코로나를 무릅쓰고 직관도 여러 번 갔던 팬으로서 야구계 전체에 마음이 돌아섰다"고 밝혔다.

급기야 구단과 KBO를 수사해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코로나 감염 원인과 감염 경로를 은폐해 역학 조사를 방해한 구단과 KBO를 수사해 책임자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후 6시 기준 14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으나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KBO는 16일 상벌위를 열고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 4명에게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별도로 벌금 1000만 원도 부과했다. 그러나 KBO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위반한 두산에 대해서는 19일 엄중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

잇따르는 의혹에 경찰 수사 착수

서울 강남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서울 강남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야구계 코로나19 감염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면서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강남경찰서는 19일 호텔방 술자리에 있었던 NC 박민우(28) 선수를 16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확진된 NC 선수 3명과 일반인 2명은 코로나19 격리 치료가 끝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확진된 일반인 2명과 앞서 사적 모임을 가졌던 키움과 한화 선수 등 4명이 역학 조사에서 입을 맞춰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남구는 20일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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