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학사정관 '사교육 취업금지법' 나온다…”직업 자유 침해" 반발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16:18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입학사정관이 사교육 업체에 취업하거나 자문하는 것 등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학에서 학생 선발을 하는 입학사정관이 사교육 업체로 가는 길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입학사정관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등 10명은 전·현직 입학사정관의 사교육 업계 재직을 금지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 업무만을 전담하는 교육 전문가를 말한다. 성적 중심의 신입생 선발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학생의 잠재력과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2009년부터 대학에서 폭넓게 도입됐다.

학원·교습소·과외 원천 금지…위반하면 '징역'

지난 6월 6일 서울 역삼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대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6월 6일 서울 역삼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대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현재도 현행법상 입학사정관은 퇴직 후 3년 동안 학원에 취업하거나 학원을 설립할 수 없다. 하지만 '학원' 취업만을 막고 있어 규모가 작은 교습소나 과외까지는 막지 못했다. 또 퇴직자만 규제하다보니 입학사정관이 재직 중에 사교육 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사교육 업계에서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한 번 하면 먹고 살 걱정은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재직 중인 입학사정관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어서 사교육 업체 일을 병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취업 금지 규정을 대폭 강화해 전·현직 입학사정관이 사교육 업계에서 일하는 걸 완전히 막는다. 학원뿐 아니라 교습소 취업과 개인과외도 퇴직 후 3년동안 금지했다. 사교육 업체에 취직하지 않고, 외부에서 대가를 받고 자문·지원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학생선발 업무를 담당하는 입학사정관이 학원과 같은 사교육 기관과 협력해 입시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제재할 규정이 없다"며 "재직 중인 입학사정관이 직무 정보 금지도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 "비정규직 신세…법조계 전관예우와 같나"

모의 면접에서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모의 면접에서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사교육 업계 취업을 원천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입학사정관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 A씨는 "많은 입학사정관이 대학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언제 잘릴지 모르고 근무하고 있다"며 "퇴직 후에도 교육업계 재취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국립대 입학사정관 B 씨는 "입학사정관은 고등교육법상 법적 지위도 없어서 수년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처우 개선에는 관심도 없는 정치권이 가혹한 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직 중에 편의를 봐주고, 퇴임 후 거액을 챙기는 법조계 전관예우와 같은 수준으로 제한하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교사는 사교육 진출 제재 없어…형평성 논란

유명 과학고등학교 재직 이력을 내세운 한 입시컨설팅 업체 홍보물. 서울시교육청 관련 이력도 포함돼 있다.

유명 과학고등학교 재직 이력을 내세운 한 입시컨설팅 업체 홍보물. 서울시교육청 관련 이력도 포함돼 있다.

일각에선 입학사정관 뿐 아니라 교사의 사교육 업계 진출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학사정관 못지 않게 입시를 전담하는 교사가 사교육 업체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의 유명 고교 교사 중에는 재직 중에 EBS 강사로 활동하다 퇴직해 거액을 받고 사교육 업체로 가는 일이 흔하다"며 "공무원 신분인 교사의 사교육 업계 진출은 그대로 두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개정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조훈희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사교육 업체에 대학 입학사정관이 재취업하는 걸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며 "취업 제한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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