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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클레오파트라의 꿀피부 비결’ 아프리카의 시어버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49)

한국 K-팝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그룹 BTS의 ‘버터(Butter)’는 연일 미국의 빌보드 차트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퍼지는 향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모든 요리의 맛과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버터는 BTS의 노래 가사처럼 뜨거운 여름 부드럽게 녹아내려 모든 사람을 푹 빠져들게 한다.

버터는 양이나 염소의 젖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고대에는 화장품이나 연고로 활용했던 기록이 많다. 이후 소의 우유에서 유지방과 유청을 분리해 버터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빵에 발라 먹거나 프라이팬에 식재료를 볶거나 구울 때 사용해 풍미를 더 한다.

버터는 보통 우유를 비롯해 양, 염소, 버팔로, 야크 등 다양한 포유류의 젖으로 만든다. 땅콩이나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로 만든 것도 있고 코코아나 씨어버터처럼 실온에서 식물성이지만 고체 상태로 있는 것도 버터라고 해 그 종류가 다양하다.

버터는 빵에 발라 먹거나, 식재료를 볶거나 구울 때 사용해 요리에 풍미를 더한다. [사진 pixabay]

버터는 빵에 발라 먹거나, 식재료를 볶거나 구울 때 사용해 요리에 풍미를 더한다. [사진 pixabay]

무염버터 & 가염버터

버터에는 소금을 넣지 않은 무염 버터와 소금을 넣은 가염버터가 있다. 무염 버터는 보존성이 짧고 식탁용으로는 맛이 부족하므로 제과원료나 조리용으로 이용되며, 신장병 환자를 위한 특수용도에 적합하다. 무염버터는 빵을 굽거나 쿠키를 만들 때 소금의 총량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염버터는 가염버터보다 더 쉽게 상하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기가 어렵다.

소금을 첨가한 가염버터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빵에 발라 먹거나 식재료를 볶거나 지질 때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발효버터 & 감성버터

발효 버터(sour butter)는 젖산균을 생크림에 넣어 숙성시킨 것이고, 감성 버터(sweet butter)는 젖산균을 넣지 않고 순수 우유로 숙성시켜 만든 버터다. 버터 제조 중 균을 넣어 숙성시키면 발효 버터가 되는데 과거 유럽에서 유크림을 모아 한꺼번에 제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유크림이 발효돼 만들어졌다. 일반 버터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고, 신맛이 느껴진다.

발효 버터에 함유된 유산균은 위와 장에 사는 나쁜 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력 증진을 돕는 역할을 한다. 발효 버터는 요리할 때 사용하기보다, 빵에 발라 날것 그대로 먹는 게 건강에 좋다. 가열하면 발효버터만의 독특한 향이 사라지고, 유산균이 죽기 때문이다.

우유에서 분리한 크림에 젖산균을 넣고 발효시켜서 만든 발효버터는 상쾌한 맛과 향이 있고 산도가 높으며 주로 유럽에서 많이 먹는다.

유럽 스타일 버터

버터 지방 함량이 다른 버터에 비해 더 높은 버터로 보통 버터의 지방함량이 81%라면 유럽스타일 버터는 지방함량이 86% 정도로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유럽 스타일의 버터는 수분이 적기 때문에 얇아진 페이스트리와 솜털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 때 사용한다. 비록 일부 제빵사가 지방 함량이 높아 일반 버터보다 적은 양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식 버터는 저지방 스위트 크림 버터보다 톡 쏘는 맛이 있다.

남아시아에서 유래된 버터 기(Ghee)

모든 물이 증발할 때까지 버터를 데워서 만드는 기(Ghee). [사진 Rainer Zenz on Wikimedia Commons]

모든 물이 증발할 때까지 버터를 데워서 만드는 기(Ghee). [사진 Rainer Zenz on Wikimedia Commons]

기(Ghee)는 남아시아에서 유래된 버터로 모든 물이 증발할 때까지 버터를 데우면 우유 고형분은 남아 갈색이 되도록 놔두어 만든 버터다. 이 갈색은 우유 고형분을 녹여 견과류 맛을 낸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발연점이 높아지고 저장 수명이 길어진다. 기는 소테와 튀김에 사용하면 더욱 바삭한 질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휘핑버터(Whipped butter)

휘핑된 버터는 일반 버터에 질소 가스가 주입해 만든다. 휘핑 과정을 거치면 더 많은 부피와 가벼운 버터를 생성하게 되어 낮은 온도에서도 바르기 쉬운 상태가 된다. 공기는 산화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질소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휘핑 버터는 지방이 충분하지 않고 일반 버터에 비해 밀도가 낮기 때문에 요리나 제빵용으로 거의 추천하지 않는다.

라이트 버터(Light butter)

라이트 버터는 물과 공기 그리고 때때로 다른 충전재를 첨가한 전통적인 버터로 지방을 약 25% 적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칼로리가 비교적 낮다. 라이트 버터는 요리하거나 굽는 데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컴파운드 버터(Compound butter)

허브나 마늘, 향신료, 꿀 등이 혼합된 컴파운드 버터(compound butter). [사진 pxhere]

허브나 마늘, 향신료, 꿀 등이 혼합된 컴파운드 버터(compound butter). [사진 pxhere]

컴파운드 버터는 가공되지 않는 버터를 녹여 허브나, 마늘, 향신료, 꿀 등이 혼합된 버터이다. 버터의 풍미와 향신료가 결합하여 샌드위치나 토스트에 발라 먹으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땅콩버터

고대 잉카인이 땅콩을 곱게 갈아 반죽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던 땅콩버터는 초기 유럽의 탐험가에 의해 전파되었고,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대량생산하면서 대중화하게 됐다. 오늘날 미국에서 생산되는 땅콩의 절반 이상이 땅콩버터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초기 미국에서는 땅콩이 노예나 먹는 싸구려 식품이었다. 노예는 살을 찌워야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땅콩버터를 먹였다. 환자에게 열량을 제공하기 위해 환자식으로도 이용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에는 고열량에 보존 기간도 긴 땅콩버터를 고기 대용으로 군사 식량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시어버터(Shea butter)

클레오파트라의 꿀 피부의 비결이었던 아프리카의 씨어버터(Shea Butter). [사진 Hopkinsuniv on Wikimedia Commons]

클레오파트라의 꿀 피부의 비결이었던 아프리카의 씨어버터(Shea Butter). [사진 Hopkinsuniv on Wikimedia Commons]

클레오파트라가 통치했던 이집트는 사막기후로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시어버터(Shea butter)는 식물성으로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해 오일이 아니라 버터로 불린다. 씨어 버터는 시어나무(Shea tree)의 씨앗을 만드는데, 천연 비타민 A, D, E, K가 풍부하게 함유돼 자외선 차단 효과가 뛰어나 두발과 두피를 윤기 나게 해 주며 피부 보습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파이토스테롤(Phytosterol)이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이 흡수를 막고 항염, 면역조절의 효과가 있다.

맛과 향기도 좋아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 식용으로 사용한다. 특히 코코아를 섞어 쓰거나 초콜릿을 만들 때 코코아 버터가 대용품으로 활용된다. 절세미인인 클레오파트라의 꿀피부의 비결도 바로 이 시어버터라고 하니 미용에도 효과가 좋고 맛과 향기도 뛰어난 씨어버터는 아프리카 농민의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버터처럼 부드럽게 그렇게 네 심장에 침입해 여름처럼 뜨겁게 널 그렇게 땀 흘리게 만들 거야. 너의 심장을 2개로 녹여줄게. 난 슈퍼스타처럼 빛나니까.”

BTS의 노랫말처럼 땀 흘리는 무더운 여름 입안 가득 녹아내리는 고열량의 버터 한 스푼으로 에너지 충전도 하고, 잠시나마 미각의 호사로 더위를 잊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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