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열달간 6번 고개 숙였다…국방장관이 '사과 장관'인 나라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14:57

업데이트 2021.07.20 15:16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박재민 차관, 원인철 합동참모의장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아프리카 아덴만에 해적 퇴치와 교민 보호를 위해 파병을 떠난 청해부대 34진에서 대규모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 전원이 철수한 데 대해서다.

[현장에서] 또 고개 숙인 국방장관

서 장관은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접종 노력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대원들이 도착하는 대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해외파병 부대 방역 대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제반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서 장관에겐 이번이 6번째 사과다. 취임 직후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부터 동해안 경계 실패, 부실 급식, 군 내부의 성추행 사건 등 사안이 일어날 때마다 사과를 거듭해온 그다. 군 안팎에선 서 장관의 사과에 대해 냉소적 분위기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 장관은 백신접종 노력의 부족함을 언급했지만, 왜 그랬는지 설명이 없었다. 더구나 국방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못해 대규모 감염이 일어난 게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날도 서면 브리핑에서 청해부대는 유엔이나 주둔국과 협의해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냐는 질문이 나오자 ”청해부대는 다국적군 소속이며, 청해부대가 주로 기항하는 국가는 외국군 백신 접종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청해부대 34진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 장관 왼쪽은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오른쪽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국방부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청해부대 34진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 장관 왼쪽은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오른쪽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국방부

그러나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다국적군을 주도하는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주한미군 장병에 백신을 접종하면서 한국군 카투사 병사는 물론 한국인 군무원도 대상으로 포함했다“며 ”청해부대가 2월 출항하기 전 군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미국으로부터 300명분의 백신을 지원받을 수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금 ‘아덴만 회군’을 복기하면 이처럼 곳곳에 무능과 태만으로 여길만한 대목이 보이는데도 서 장관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태세다. 일단 현재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고 보려는 면피성 사과라는 의심이 든다.

이 때문에 서 장관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무엇이 진정한 사과인가. 군대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은 지난해 4월 미국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침수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사고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은 1년 넘게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개선점과 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훈련 부족, 정비 불량, 그릇된 지휘 등을 들어 당시 지휘관이었던 장성을 보직해임시켰다. 그러면서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들 용감한 해병과 수병을 잃었다“고 밝혔다.

일만 터지면 전군 지휘관 회의를 소집한 뒤 백화점식 대책을 발표하는 한국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책임질 사람을 찾는 게 능사’라고 한다면 미 해병대의 사례를 오독한 경우다. 앞으로 똑같은 실수나 잘못을 되풀이하지않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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