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공소장 유출' 감찰, 황당 전개? 열람자 중 3명이···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14:24

업데이트 2021.07.20 19:27

지난 6월 11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지난 6월 11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내용 언론 공개에 대해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지시해 시작된 대검찰청의 감찰이 2개월 동안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다. 그 이유를 두고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서 “친정부 성향의 검사장 3명이 당시 이 고검장 공소장을 열람해 유출자로 의심받게 되자 감찰이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공소 제기 이후 공소장 공개가 피의사실공표죄와 달리 현행법상 범죄가 아니어서 무리한 감찰이란 지적이 일었던 가운데 유출자마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가까운 친정부 성향 검사로 확인될 경우 ‘누구를 위한 감찰이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유출 의심자 사실상 특정해놓고 발표 미루고 있나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부(부장 한동수)는 박 장관의 지시로 지난 5월 14일부터 감찰 1·3과, 정보통신과 3개 부서를 투입해 대대적으로 진상 파악에 착수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같은 달 12일 이 고검장을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한 뒤 이날 자정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과 연계된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공소장을 등록했다. 이에 따라 대검 감찰부는 13일 0시부터 13일 오후 공소장 내용이 언론이 보도될 때까지 이를 열람한 검사들을 1차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당시 외부 유출된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된 공소장 전본이 아니라 수사팀이 전산망에 등록한 기소 혐의에 대한 세부 범죄사실을 담은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팀이 전국 검사들의 수사 참고용으로 공유한 공소장을 전산망을 통해 열람한 수사팀 이외의 검사가 외부로 유출했다고 의심한 것이다.

친정부 검사장 3명도 리스트에…朴 "열람과 유출 달라"

그런데 지금까지 감찰 조사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현재 A검사장 등 친정부 성향 고위 검찰 간부 서너 명이 10여 명의 열람자 가운데 포함됐다는 것이다. 특히 A검사장은 친정부 성향의 이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의 핵심 참모로 일한 적 있다. A검사장은 열람 경위와 언론 등 유출 여부를 묻는 중앙일보의 연락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고검장과 가까운 다른 검사장 두 명도 공소장을 열람한 것으로 나타나 유출자로 의심받고 있다고 한다. B검사장 역시 사실 여부 확인에 답을 하지 않았다. C검사장은 “직접 열람한 적은 없다”며 “공소장 내용에 대한 최초 보도 이후 경위를 파악하던 중 수사팀이 아니더라도 공소장 열람이 가능하다는 부하 검사의 보고를 받았고, 그 검사가 제 사무실에서 시연을 해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감찰부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의 공익신고자인 장준희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를 상대로도 직접 방문 조사와 함께 컴퓨터 포렌식 작업까지 벌였다고 한다. 장 부장은 “공소장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라며 “불법 출금 사건을 공익신고한 데 대한 표적 감찰이다”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친정부 성향 검사장들이 유출자로 의심받게 된 상황에 이르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장관 지시로 애초에 범죄가 아닌 사건을 감찰로 밀어붙이자 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감찰 지연 이유가 친정부 성향의 검사장이 유출자로 의심받기 때문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지만, 열람과 유출은 다르다”며 “아직 감찰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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