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드링킹의 지속 가능성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에 가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12:16

업데이트 2021.07.21 13:42

청담동에 늘어선 여느 바를 상상하면 오산이다. 제스트는 제주 증류 소주 고소리술에 생딸기 향을 덧입힌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바다. 오미자나 한라봉을 직접 증류해 진을 만들고, 우리나라 지역 양조장의 술로 만든 칵테일 맛이 궁금하다면 바 '제스트 서울'(이하 제스트)를 추천한다. 재료의 껍질부터 속까지 전부 사용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는 면에서도 제스트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다. 이쯤 되면 세계 유일의 바란 말이 옳지 않을까.

한국의 식재료를 기본으로 술과 음식을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 바 '제스트 서울'의 칵테일. 제주 한라봉과 오미자 등으로 맛을 낸 진토닉이다. [사진 제스트서울 SNS]

한국의 식재료를 기본으로 술과 음식을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 바 '제스트 서울'의 칵테일. 제주 한라봉과 오미자 등으로 맛을 낸 진토닉이다. [사진 제스트서울 SNS]

[민지리뷰]
제로 웨이스트 바
제스트 서울

어떤 곳인가요.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에서 나와 걷다 보면 파인 다이닝과 바가 늘어선 청담동 이면 도로에 제스트가 있어요. 같은 청담동에 있는 앨리스 바에서 일하던 바텐더들이 독립해 오픈한 곳입니다. 지난해 12월에 오픈했고, 두세 번 가량 방문했습니다. '제스트'(zest)는 과일 껍질이란 뜻이면서 여기서는 제로 웨이스트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지역의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로 만든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제로 웨이스트 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인 인연으로는 바텐더 중 한 분을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의 바 '정글북 by 앨리스'에서 처음 인사 나누고 서울 앨리스에서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 후로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다 새 가게를 연다기에 한달음에 방문했죠.

특별히 이곳에 꽂힌 이유가 궁금해요.

같은 곳을 계속 찾는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저는 상품이나 콘텐트가 얼마나 본질에 충실한지와 판매하는 사람이 매력적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제스트에 처음 호기심을 갖고, 결국엔 이곳에 꽂혀버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먼저 제스트엔 '사람'이 매력적입니다. 제주에서 만난 바텐더를 서울에서 우연히 또 만났는데 제 얼굴도 알아보고, 제가 좋아하는 술 취향도 기억해 주었어요. 저는 혼자서 바를 찾기보다는 해외에서 손님이 오거나 좋은 일을 함께할 사람들과 주로 찾아요. 그럴 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력 있는 바텐더가 있다면 든든하더라고요. 그렇게 찾던 바의 실력 있는 바텐더가 독립해 차린다는 점에서 꼭 와보고 싶었어요. 또 인스타그램에서 준비하는 과정을 오픈한 것도 흥미로웠어요. 요리 교실도 다니고 지방 전통주를 찾으러 다니는 과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과연 어떤 공간이 될지 더 궁금해졌어요. 실제로 방문해 보니 자연·커뮤니티·지속 가능성 세 가지를 주요 컨셉트로 삼았더군요. 재료를 사용한 후 버리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지역 생산자들과 커뮤니티를 이루면서 직접 재료를 만들기도 하는 등 시그니쳐 칵테일에 브랜드 정신을 잘 녹여내고 있었어요. 서울 밖의 다양한 지방 도시에서 로컬 문화와 관련한 일을 하는 제 입장에서 가장 꽂히게 된 이유랍니다.

해외 F&B매거진에 소개된 '아시아의 떠오르는 새로운 바' 소개에 제스트에 소개된 사진. 나무와 조명으로 바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사진 드링크 말레이시아]

해외 F&B매거진에 소개된 '아시아의 떠오르는 새로운 바' 소개에 제스트에 소개된 사진. 나무와 조명으로 바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사진 드링크 말레이시아]

제스트 내부 모습. 바텐더와 손님들의 움직임이 마치 액자의 틀 안에 있는 작품처럼 보이는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사진 이승민]

제스트 내부 모습. 바텐더와 손님들의 움직임이 마치 액자의 틀 안에 있는 작품처럼 보이는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사진 이승민]

이런 공간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스트는 단순한 칵테일 바가 아니라 '파인 드링킹'(fine drinking·고급 음주 문화)을 추구해요. 이런 공간이라면 접근성보다는 음식 경험 전체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죠. 음료와 음식의 맛은 첫 번째이고 음료와 음식의 궁합, 제공되는 서비스와 직원·손님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해 공간에서 주는 종합적인 경험들이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스트를 '서울의 중심에서 한국의 로컬을 맛보는 체험 공간'이라고 본다면, 공간과 상품 그 컨셉트에 맞게 잘 짜여 있습니다.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서 계속 방문하게 되네요.

공간 기획자로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요.

제로 웨이스트와 자연을 주제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컨셉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칵테일 재료 선정에서부터 손수 술을 만드는 것까지 장인 정신을 가지고 진행합니다. 그 점에 손뼉 쳐 드리고 싶어요. '크래프트 진'(외부 자본의 지배를 받지 않고 소규모로 생산되는 방식)과 같은 문화는 이미 해외에서 몇 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걸 가지고 좋은 품질의 칵테일로 만들어 적절한 가격의 서비스에 녹여내는 건 어려운 일이죠.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실력이 필요한데, 제스트는 잘해냈습니다.

듣다 보니 이곳 메뉴가 궁금해지네요.

직접 만든 크래프트 진과 지역 술을 이용한 칵테일, 과일 껍질로 직접 만든 소금, 재료 부산물로 만든 쿠키, 포도 가지로 만든 장식 등 메뉴 하나하나에 제스트가 추구하는 바가 뚜렷하게 담겨 있습니다. 제가 마신 칵테일은 '너티&버터'라는 칵테일이에요. 클래식 칵테일인 '네그로니'를 변형해 만든 칵테일이죠. 원래 레시피에는 진을 베이스로 사용하는데 제스트에서는 제주도 증류 소주인 고소리 술을 베이스로 했어요. 생딸기를 인퓨징(술에 재료를 담가 맛을 우려내는 과정)해서 향을 더했고요. 그리고 제스트에서는 진을 직접 증류해 만들어요. 봄에는 오미자와 박하, 한라봉과 매실을 기반으로 만들었고, 여름에는 참외로 증류한다고 들었어요. 설명을 들으면서 맛보는 경험도 매우 특별해요.

제스트의 바텐더가 섬세한 동작으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스트서울 SNS]

제스트의 바텐더가 섬세한 동작으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스트서울 SNS]

제주 고소리술을 베이스로 한 '러티&비터' 칵테일. 뒤에 보이는 메뉴는 김치볶음밥을 넣은 아린치니(밥을 넣어 동그랗게 튀긴 이탈리아 요리)다. [사진 이승민]

제주 고소리술을 베이스로 한 '러티&비터' 칵테일. 뒤에 보이는 메뉴는 김치볶음밥을 넣은 아린치니(밥을 넣어 동그랗게 튀긴 이탈리아 요리)다. [사진 이승민]

가격대는 어떤가요.

메뉴 가격이 주변 바나 레스토랑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식사 메뉴를 주문하면 인당 5만~10만원 선에서 이용할 수 있어요. 음식과 칵테일 맛을 보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가격이라 생각합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시그니쳐 칵테일이 2만5000원 정도로 비싸게 느껴지긴 합니다.

꼭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을까요.

시그니처 칵테일은 꼭 맛보세요. 처음 간다면 각각의 메뉴에 관해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주 한라봉이나 당근 같은 지역 재료나 토끼 소주, 제주 고소리술, 직접 만든 진처럼 기존 칵테일 메뉴를 제스트만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내용이 흥미로워요. 칵테일이나 술에 대한 지식을 미리 알아보고 간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만족도 점수를 준다면요.

8점을 주고 싶어요. 파인 드링킹을 추구하는 만큼 접객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칵테일과 음식이 맛있어요. 진이나 콜라 같은 칵테일 베이스를 직접 만들어서 제공하기 때문에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계절별로 바뀐 맛은 어떤지를 비교하며 즐기는 재미도 있습니다. 바 컨셉트와 추구점에 대해서는 저 역시 매우 공감하고요. 가치소비적인 측면에서도 좋았습니다.

재료의 속은 물론 껍질까지도 남김 없이 사용하는 제로 웨이스트 바답게 장식 하나도 포도 가지를 그대로 꺾어 사용했다. [사진 이승민]

재료의 속은 물론 껍질까지도 남김 없이 사용하는 제로 웨이스트 바답게 장식 하나도 포도 가지를 그대로 꺾어 사용했다. [사진 이승민]

어떤 면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았나요.

한국과 일본에서 여러 지방 도시를 다니며 일을 하다 보니 소비할 때도 '지역다움'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물욕이 없어 불필요한 소비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소비를 해야 한다면 기준은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 '만날 수 있는 사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있다면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치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스트는 서울의 수많은 바 중에서도 '찾아가는 바'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역(제스트에서는 이를 '자연'이라고 표현합니다)에서 나는 제철 재료와 전통 음료를 활용하고, 직접 술을 증류해 만드는 장인 정신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지역다움을 파인 드링킹에 접목해 수준 높은 상품을 만들어냈다는 데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공간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인테리어에 나무를 많이 쓴 것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자연 컨셉트 때문이긴 하지만, 일부 의자나 테이블에 스테인리스 등을 이용해 무게감을 주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1층이란 입지 조건 때문인지 이른 시간에 가면 바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낮에는 카페로도 운영하고요. 조도를 조절해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이런 점이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일본 지인들이 서울에 오면 데려가고 싶어요. 일본에는 지역 특산품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어요. 이전에 놀러 온 지인은 고향의 술이나 지역 재료로 만든 피클 등을 저에게 선물한 적이 있어요. 서울의 여러 곳 중에서도 이왕이면 우리나라 지역의 특산물을 접목한 주류다 보니 같은 의미로서 ‘선물’하고 싶어요. 또 다른 지방에서 그 지역만의 음료를 만들어 볼까 고민하는 창업가나 크리에이터에게도 방문하면 많은 것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문화적 교류도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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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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