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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文 '벼랑끝 외교' 실패"...소마 공사 조만간 인사 이동

중앙일보

입력

일본 언론들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원인은 '성과'에 집착한 한국에 있다는 '한국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문재인 정부 내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요미우리, "韓 '방일 안할 수 있다'며 日 압박" #"18일까지 회담 실현 가까웠으나 분위기 급변" #마이니치, "의례적 회담에 조건 내건 韓이 원인" #"소마, 정례 인사 이동 통해 자리 옮길 듯"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자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던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다고 전하면서 "문 대통령의 '벼랑 끝 외교'가 실패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을 구체적인 성과는 없더라도 대화 재개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축소가 불가피해진 도쿄올림픽의 외교 이벤트로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성과'가 있을 경우 대통령의 방일을 검토하겠다"며 회담의 전제 조건을 반복해 언급했다. 일본 측에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계속 보여주면서 양보를 압박했다는 게 요미우리의 해석이다.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를 "벼랑 끝 외교"라고 표현했다.

요미우리는 전날인 19일 "문 대통령이 방일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회담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보도해 결과적으로 '오보'를 냈다. 이와 관련해선 "18일까지 90% 정도로 회담이 실현되는 쪽이었는데 19일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결국 한국은 여러 고려 끝에 '수출 규제 해제'를 정상회담의 성과로 일본에 요구했으나 일본이 끝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회담이 무산됐다고 신문은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이 확산하며 한국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강경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오는 23일 도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19일자 요미우리신문 기사. [뉴스1]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오는 23일 도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19일자 요미우리신문 기사. [뉴스1]

아사히, "문재인 정권하에서 관계개선은 무리" 

아사히신문도 20일 한국 정부가 '방일 성과'로 염두에 둔 것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 단행한 반도체 소재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철회 등이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일본이 수출 규제 문제에서 양보할 경우 불안정한 상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겠다는 한국 측의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는 "(수출 규제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결국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한 '의례 외교'라는 호기를 살리지 못하게 됐다면서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권에서의 관계 개선은 이제 무리일 것"이라는 일본 정부관계자 말을 전했다.

소마 공사, 인사 통한 '사실상 경질' 예정 

마이니치신문도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돼 한일관계 개선의 호기를 놓치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의례적인 외교의 장에서 '성과'를 수반하는 정상회담 실현을 강력히 요구한 한국 측의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올림픽 개최국 정상은 손님으로 온 다른 나라 정상들과 우호 확인 차원의 단시간 회담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 측이 현안 해결을 위해 일정 시간 이상의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 회담 무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소마 공사에 대해 인사이동을 통한 '사실상의 경질'을 계획하고 있을 뿐 즉각 경질이나 징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가 지난 13일 오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뉴스1]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가 지난 13일 오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뉴스1]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정부관계자는 "외무성이 조만간 소마 공사를 이동시킬 것"이라며 "'정기 인사이동'의 체계를 따르겠지만, 한국에서 반발이 거센 것을 고려한 사실상의 경질"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19일 기자들에게 소마 공사의 발언에 대해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며 유감"이라고 말했으나 추후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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