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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료제에 꽃 문양 넣은 이유?…디자인으로 주목 받은 이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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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의약품 패키지를 디자인한 김의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이 송도신도시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의약품 패키지를 디자인한 김의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이 송도신도시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약국에서 약통이 잔뜩 놓인 진열장을 보면 가끔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크기만 조금 다를 뿐인 새하얀 약통이 줄줄이 도열해 있다. 약통에 붙어있는 라벨엔 하나같이 검은색 글씨가 빽빽하다.

김의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 인터뷰 #독특한 그래픽 문양으로 국내외서 화제 #“심리적 안정감과 편의 제공에 초점”

의약품이 패키지 디자인을 차별화하지 못하는 건 이유가 있다. 의약품은 오·남용 시 인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특성이 있다 보니 주로 정보 전달에 치중해서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선보인 제약 패키지 디자인이 눈에 띈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시원하게 박혀있는 데다 색상도 상큼하다. 미국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예술작품이 떠오른다. 이처럼 독특한 제약 디자인을 적용한 김의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을 최근 인천시 송도에 있는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전문과 일문일답.

패키지 디자인이 이색적이다.
“처음엔 다른 제약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제품을 디자인했다. 디자인 전문 기업에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외 승인을 준비하면서 디자인 요소를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디자인 전개도 등 디자인 요소를 허가 과정에 반영한다.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선 디자인을 확인하기 위해 의약품 패키지 완제품까지 제출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제약사 암젠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유럽명 베네팔리) 디자인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은 ‘그래픽 색상이 너무 화려해 의약품 정보의 전달을 해치고, 자간이 너무 빡빡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의약품 패키지를 디자인한 김의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이 송도신도시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의약품 패키지를 디자인한 김의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문이 송도신도시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국내 규제기관은 허가 과정에서 그래픽 요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국내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 디자인 관련 조항은 딱 1개다. 의약품 패키지에 들어가는 일부 문자의 크기를 유형별로 6~7포인트 이상으로, 줄 간격을 0.5포인트 이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제외한 다른 디자인 관련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패키지의 독특한 무늬는 무엇을 상징하나.
“첫째, 류머티스성 질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제품에는 자갈 이미지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넣는다.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의 둥그런 형상이 자갈과 닮았다고 봐서다. 둘째, 암 등 종양 질환 제품에는 꽃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넣는다. 환자들의 정신적 안식과 치유를 형상화한 이미지다. 셋째, 안과 질환 제품에는 태양 빛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택했다. 시각 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포용의 의미를 담았다.”
자갈·꽃·태양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
“환자들에게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디자인 요소다. 환자들은 건강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자연을 마주할 때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착안해 제품 패키지에 자연물의 이미지를 유기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메시지를 담은 그래픽 무늬를 통해 시각적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약사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내 디자이너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구조 개발자는 의약품 패키지의 형태를 개발하고, 그래픽 개발자는 이 패키지의 디자인을 담당한다. 업무 영역은 크게 4개다.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약병을 감싸고 있는 레이블과 의약품 사용법을 적어둔 사용설명서, 규제기관이 지정한 의약품 관련 정보를 빽빽하게 적어둔 리플렛, 그리고 약병·사용설명서·리플렛을 담는 상자(패키지)를 디자인한다. 또 원가 절감에 기여하기 위해서 의약품 제조 공정과 물류·운송, 그리고 자재 수급 방식까지 고려해 디자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iF디자인상을 수상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의약품 패키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레마로체)의 기존 디자인(왼쪽)과 신규 디자인(오른쪽).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레마로체)의 기존 디자인(왼쪽)과 신규 디자인(오른쪽).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삼페넷)의 기존 디자인(왼쪽)과 신규 디자인(오른쪽).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삼페넷)의 기존 디자인(왼쪽)과 신규 디자인(오른쪽).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향후 출시 예정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아달로체)의 포장지에 디자인을 적용한 모습.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디자인으로 iF디자인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향후 출시 예정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아달로체)의 포장지에 디자인을 적용한 모습.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디자인으로 iF디자인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디자인을 적용한 달력.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디자인을 적용한 달력.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퓨어 조이'를 주제로 한 디자인을 적용한 인형.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양한 상품에 퓨어 조이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퓨어 조이'를 주제로 한 디자인을 적용한 인형.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양한 상품에 퓨어 조이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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