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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할아버지와 서른둘 손녀의 ‘커플티’···푸른 하늘에 새긴 '추억'[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커플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들녘에 선 아흔의 할아버지와 서른둘의 손녀, 이렇게 사진으로 또 한장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커플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들녘에 선 아흔의 할아버지와 서른둘의 손녀, 이렇게 사진으로 또 한장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 할아버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에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부산에서 거주 중인
서른 두살 직장인 김은아입니다.
할아버지는 충청도에 거주하고 계시며
올해 아흔이십니다.

할머니께서 2016년에 돌아가신 터라
홀로 시골살이하고 계십니다.

이리 홀로 계시면서도
할아버지는 늘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6.25 참전용사임을
늘 자랑스러워하는 분이시니 언제나 당당하십니다.

그런데 가족들 입장에서는 홀로 계신데다
코로나가 극성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다행히 5월에 화이자 백신 2차까지 맞으셨고,
백신 맞으신 후 건강도 괜찮으셔서
그나마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백신 2차 맞을 때는
사실 제가 같이 보건소에 모시고 갔었어요.

그런데 친구분들이 부산에서 온 손녀 아니냐며
다들 알아보시더라고요.
평상시 할아버지께서 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하셨으면 다들 알아볼까요?

사실 제가 태어나서부터
할아버지 댁에서 5년간 살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일하느라 바쁜 탓에
할아버지, 할머니 슬하에 있었던 겁니다.
그 바람에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할아버지와 같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 제가 살았던 집이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추억이 많은 장소여서
집에서 주로 사진을 찍습니다.
할아버지가 연세가 많으셔서
멀리 여행하시기엔 힘들어하시기도 하고요.

그간 찍은 사진을 몇장 첨부하니
한번 보시고 참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은아 씨가 사연과 함께 첨부한 사진입니다. 이렇듯 할아버지와 손녀는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진 김은아

김은아 씨가 사연과 함께 첨부한 사진입니다. 이렇듯 할아버지와 손녀는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진 김은아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사진전문가인 기자분이 찍어주면
더 기억에 남을 ‘인생 사진’이 될 것 같아 사연을 신청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은아 올림


문 앞 데크엔 할아버지 의자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여기 앉아서 텃밭을 살피고, 동네 사람과 인사를 나눕니다. 물론 손녀가 오는 날도 여기서 손녀를 기다립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문 앞 데크엔 할아버지 의자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여기 앉아서 텃밭을 살피고, 동네 사람과 인사를 나눕니다. 물론 손녀가 오는 날도 여기서 손녀를 기다립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충청도 어드메 할아버지 댁에서 

사연의 주인공들을 만났습니다.
(홀로 계신 할아버지를 염려한 가족의 요청으로
사는 곳의 지명과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는
커플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맞춘 듯했습니다.
그래서 손녀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할아버지를 젊어 보이게 하려고  

이 복장을 준비하신 겁니까?”

“네, 맞아요.”
“이번에 사진 찍으려고 일부러 사신 거예요?”
“하하, 맞습니다.”
“그럼 몇 살이나 젊어 보이게 찍어드릴까요?”
“음, 지금보다 딱 10년만…. 하하.”

이 대답으로 손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아버지도
용케 손녀의 말을 마음으로 읽었는지 한마디 했습니다.
“옷이며, 신발이며 다 은아가 사서 공급햐.
때때로 용돈은 물론이고….
월급 뻔할 텐데….
게다가 부산에서 예까지 한 달에 한두 번씩 꼭 다녀가.
내가 국민학교뿐이 안 나왔는데 집안에 박사가 둘이여.
둘 중 하나가 은아여.”

자랑하는 할아버지와 달리,
손녀는 겸연쩍어하며 할아버지께
한사코 그만 말씀하시라 손사래 쳤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은아 씨의 작은어머니가
못 참겠다는 듯 한마디 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통번역학박사예요.”

할아버지가 온 동네 사람들에게 손녀를 자랑할 이유가 그득했습니다.

마침 하늘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커플 티셔츠, 청바지 차림과 잘 어울릴
하늘을 배경으로 택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손녀는 내내 할아버지를 살폈습니다. 무더위에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니 염려스러웠던 겁니다. 사진 촬영을 마치자마자 손녀는 할아버지 물부터 챙겼습니다. 김경록 기자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손녀는 내내 할아버지를 살폈습니다. 무더위에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니 염려스러웠던 겁니다. 사진 촬영을 마치자마자 손녀는 할아버지 물부터 챙겼습니다. 김경록 기자

하늘을 배경으로
손녀에게 보란 듯 당당하게 포즈를 잡은 할아버지,
손녀의 바람처럼 10년은 족히 젊어 보입니다.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는 손녀,
할아버지에겐 둘도 없는 금지옥엽입니다.

그간 사진으로 추억을 쌓아 온 할아버지와 손녀,
그 추억의 사진들 중 한장으로 오래 기억되길 바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무더운 7월입니다.
아무리 무더워도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찾아갑니다.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소소한 사연이라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가족사진 한장 없는 가족,
오랜 우정을 쌓은 친구,
늘 동고동락하는 동료,
오래 간직하고픈 연인 등

기억하고 싶은 사연을
꼭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은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모시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곳이 특별한 곳이면
중앙일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와
포토팀 사진기자들이 어디든 갑니다.

기록한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photostory@joongang.co.kr
▶5차 마감: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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