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운명의 D-1…'친문 적자'의 부활이냐, 재수감이냐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05:00

업데이트 2021.07.20 05:50

항소심 선고가 끝난 뒤 김경수 경남도지사[뉴스1]

항소심 선고가 끝난 뒤 김경수 경남도지사[뉴스1]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다”며 지난해 11월 6일 항소심 법정을 떠난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 지사는 상고심에서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오전 10시 15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은 김 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연다. 상고심이 접수된 지 8개월여 만이다.

김경수는 ‘킹크랩’ 시연 보고 승인했나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은 무죄를 받은 김 지사로선 상고심에서 남은 업무방해 혐의까지 무죄를 받기 위해선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 혐의를 벗어야 한다. ‘킹크랩’의 존재를 알고, 2016년 11월 9일 드루킹과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일당의 경기도 파주 사무실 일명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가 핵심 쟁점.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만든 자동으로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의 순위를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따라서 킹크랩 시연이 있었는지, 김 지사가 이 시연에 참관했는지는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느냐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실관계다. ‘시연 참관’ 여부는 재판 과정에서 김 지사 측과 허익범 특검팀의 의견이 단 한 번도 일치되지 않은 지점이기도 하다.

드루킹 김씨는 킹크랩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댓글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2020년 2월 이미 징역 3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드루킹의 범행에 김 지사를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김 지사가 댓글 순위를 조작한 것은 아니더라도 댓글 조작에 쓰일 프로그램 시연을 보고 묵시적으로 승인하고, 드루킹 범행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면 김 지사를 드루킹의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당일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6분간 이어진 네이버 로그 기록을 킹크랩 시연의 증거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링크 등을 근거로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 ‘산채’ 엇갈린 동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 ‘산채’ 엇갈린 동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김 지사 측은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맞서고 있다. 김 지사 측은 수행비서의 당일 구글 타임라인을 통해 김 지사의 동선을 분석할 때 특검이 주장하는 ‘시연’을 볼 시간이 없었음을 주장한다.

저녁 6시 50분쯤 드루킹의 산채에 도착한 김 지사가 약 1시간가량 닭갈비 식사를 했고(약 7시 40분까지), 이후 경공모의 ‘선플 운동’과 관련한 브리핑을 1시간여 듣고(약 8시 50분까지) 잠시 머무른 뒤인 9시 15분쯤 산채를 떠났다는 주장이다. 이 행적에 비춰볼 때 김 지사 측은 당일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6분간의 네이버 로그 기록은 시연이 아니라 단순히 드루킹 측 개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킹크랩 개발자가 예정해놓은 개발 일정인데 항소심이 특별한 이유 없이 ‘시연’으로 단정한 오류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김 지사의 1·2심은 김 지사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업무방해 혐의 공모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1·2심 유·무죄 엇갈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과 2심의 판단은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실행한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엇갈렸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2017년 12월 28일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특정되기 전이므로 이를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이익 제공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드루킹 측이 2017년 5월 대선 직후 일본 대사 자리를 요구하고 김 지사가 거절한 것, 김 지사 측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어떤지 물어본 것, 오사카 총영사 대신 센다이 총영사 자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드루킹 측에 전달한 것은 모두 ‘2017년 대선과 관련한 보답 내지 대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 5월 치러진 대선 관련 선거법 사건의 공소시효는 6개월 뒤인 그해 11월로, 김 지사 기소 시점(2018년 8월)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황이다. 댓글조작이 대선 때 이뤄졌고, 이 보답으로 공직을 제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김경수 ‘선거법 무죄(2심)’ 반박한 특검 상고이유서의 논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경수 ‘선거법 무죄(2심)’ 반박한 특검 상고이유서의 논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검은 항소심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상고이유서 등을 통해 “항소심이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조문을 해석할 때 ‘특정 후보자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은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또 공직 제안을 대선에 대한 대가로 단정한 점에 대해서도 “대선 및 향후 지방선거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 성격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것”이라며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친문 적자’ 재수감되나, 대선출마 날개 다나 

김 지사 앞에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놓여 있다. 하나는 21일 대법원이 항소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김 지사의 형을 확정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실형 2년을 선고받은 김 지사는 재수감이 불가피하다. 김 지사는 지난 2019년 1월 1심 선고 이후 법정구속 됐지만 항소심에서 보석을 신청해 수감 77일 만인 2019년 4월 석방됐다. 이후 불구속 재판을 받았고, 항소심 역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지만 도지사 신분인 점 등을 고려해 보석을 취소하지 않았다.

21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고 2년간 복역한 이후 추가로 형의 효력이 실효되는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다른 가능성은 파기환송 가능성이다. 이 경우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김 지사에게는 최상의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대법원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다면 김 지사로서는 가장 불리한 판단을 받게 되는 셈이다. 당장 지사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파기환송심에서 받을 공직선거법 형량에 따라 5년(100만원 이상 벌금형)에서 10년(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피선거권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1·2심에서 인정된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과가 나온다면 김 지사로서는 기소 이후 3년여만의 ‘기사회생’하는 건 물론 정치적 날개를 달게 된다. 이 경우 ‘친문(親文) 적자'로 불리는 김 지사로선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여권 유력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허위사실공표(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후 지사직을 수행하며 3개월 만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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