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전세버스, 개인택시처럼 개별면허 해달라는데…안전이 문제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00:24

업데이트 2021.07.2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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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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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 시장은 그동안 공급 과잉과 과당 경쟁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았던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스1]

전세버스 시장은 그동안 공급 과잉과 과당 경쟁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았던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스1]

흔히 관광버스로 통칭하는 전세버스는 전국적으로 4만1000대(지난해 12월 기준)가량이 있다. 종류도 25인승 이하에서 45인승까지 다양하다. 이들 전세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체는 1700개 정도다. 주로 행락철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용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세버스 10대 중 6대는 출퇴근, 통학 또는 학원·유치원의 등 하원 같은 정기적인 운행을 하고 있다.

전세버스 4만대 중 40% 지입차
광역시 20대 보유 등 운영 규제
지입차주 “맞춤 서비스 가능해져”
전문가들 “안전관리 부실화 우려”

노선버스·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전세버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파를 피해가지는 못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치열한 수주 경쟁으로 어려운 데다 코로나19 탓에 통근과 통학, 단체관광 수요까지 급감한 때문이다.

휘청이는 전세버스 시장에 폭발력 강한 현안이 또 한가지 있다. 전세버스 개별면허 허용 여부다. 전세버스도 개인택시처럼 차 한 대로 독립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개별면허를 허가해달라는 내용이다. 주로 지입차주들을 중심으로 이런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부도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입은 운전자가 차량을 산 뒤 회사 소유의 번호판을 달고 영업하는 방식이다. 지입차주는 수입의 일정 부분을 지입료 명목으로 회사에 낸다.

전세버스 업계에 따르면 차량의 약 40%가 지입이라고 한다. 1만6000대 정도다. 지입 비중이 이처럼 작지 않은 건 전세버스 운영 관련 규정 때문이다. 전세버스 영업을 하려면 특별·광역시도는 20대 이상, 기타 시는 10대 이상 버스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영업소에 상주하는 차량도 5대 이상이 필요하다.

최근 3년 간 전세버스 교통사고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3년 간 전세버스 교통사고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정 규모는 돼야 안정적인 운영과 고객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진 규정”이라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올해 초 시행한 ‘전세버스 시장실태 분석 및 제도개선 연구’를 보면 일본도 영업구역별로 3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해야 한다. 프랑스는 대수 제한은 없지만 본사 건물이 있어야 하고, 회사 설립지역에 필요한 관리 장비와 기술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등의 규제를 하고 있다.

사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이런 기준을 맞추려면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실제 차주이면서도 형식적으로는 회사에 소속된 지입차주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따온 계약의 경우 수익금 중 일부만 지입료로 내면 나머지는 모두 챙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 형편이 좋을 때 얘기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전세버스 시장은 이미 상당히 어렵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버스 1대당 매출액이 시외·고속버스는 2억원, 시내버스는 1억7000만원인데 비해 전세버스는 7000만원에 불과했다. 단체보다는 소규모 개별 관광으로 여행패턴이 변화한 데다 통근버스 시장에도 I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수요응답형 버스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일반 전세버스가 설 자리가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1993년에 면허제가 등록제로 완화되면서 전세버스 공급이 대폭 늘어난 걸 근본적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입차주들이 개별면허를 요구하는 건 지입료 부담을 덜고, 보다 다양한 영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들은 비법정단체이지만 ‘전국개인전세버스연합회’도 결성했다. 연합회의 법률지원단장인 장철우 변호사는 “사회 변화에 따라 사업자 중심인 전세버스 시장도 바뀌어야 한다”며 “개별면허가 허용되면 경쟁력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면허가 되면 재산권 보호도 훨씬 용이하다. 일부 사례이지만 회사가 무단으로 지입차주의 차량을 담보로 대출받는 등의 폐단을 예방할 수 있다. 또 개인택시처럼 매매 때 쏠쏠한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안전 관리에 대한 걱정이 크다. 지금처럼 회사가 안전을 책임지는 상황에서도 사고가 잦은데 개인이 오롯이 안전을 떠맡게 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거란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2017~19년) 전세버스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2017년 1053건에서 2018년 1151건, 2019년에는 1272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사상자도 증가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심상우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차량 정비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고 있는데 개별면허가 되면 차주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며 “경영상황에 따라 안전투자가 부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도 “전세버스는 개인택시보다 탑승 인원이 훨씬 많은 데다 차체가 큰 탓에 자칫 사고가 나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지입차주들은 관련 조합을 통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인택시 등 유사 사례를 봐도 조합이 일일이 관리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개별면허가 되면 더 심각한 공급 과잉과 과당 경쟁으로 이어질 거란 관측도 있다.

정부도 유보적인 입장이다. 장구중 국토교통부 버스정책과장은 “어려운 전세버스 상황은 알고 있지만, 안전문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개별면허가 현실화되려면 안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먼저 마련돼야만 한다. 안전은 다른 이익을 위해 절대 뒷전으로 미뤄둘 수 없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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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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