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늘어난 자가용 출퇴근, 코로나 피하려다 기름값 폭탄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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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45)씨는 이달 들어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사무실까지 직접 차를 몰고 출퇴근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방역 당국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 전까지는 주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했다. 이씨는 붐비는 지하철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면 코로나19의 감염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집에 각각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는 자녀가 있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로 외출은 줄었지만
승용차 출퇴근은 6%P 늘어
붐비는 대중교통 기피 영향

휘발유 값은 11주 연속 상승
서울지역 L당 1700원 넘어서
경유도 올라 32개월 만에 최고

그런데 이씨를 고민스럽게 하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비싸진 기름값이다. 매일 같이 장거리를 이동하는 이씨에겐 최근 기름값 상승세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는 “지난해에도 코로나19가 심해질 때마다 승용차로 출퇴근했다. 최근에는 기름값이 훨씬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만원어치 기름을 넣어도 일주일을 못 쓴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11주 연속 상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11주 연속 상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11주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주(11~15일)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710.2원을 기록했다. 전주보다 13.6원 올랐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L당 1700원을 넘어선 건 2018년 11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19일에는 서울 휘발유 가격이 L당 1719.4원으로 전날보다 2.59원 상승했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628.1원으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13.1원 올랐다. 19일에는 L당 1636.67원으로 추가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 이어 제주(1684원)·경기(1644원)·인천(1641원)·강원(1641원) 등의 휘발유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비쌌다. 경유 가격도 휘발유와 함께 올랐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L당 평균 1424.5원으로 2년 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 출퇴근 시간대 자가용 이용이 늘어난다. 서울시는 지난 5~16일 남산 1호 터널의 통행량을 분석했다. 이 기간 평일 퇴근시간대(오후 5~7시) 통행량은 하루 평균 3052대였다. 지난 2월(2814대)과 비교하면 8.4% 증가했다. 지난 2월은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 300명 안팎을 유지하던 때다.

경기 회복세에 따른 소비 증가와 국제 유가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를 들썩이게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4% 상승했다. 이로써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으로 2%대를 보였다. 특히 석유류 물가의 상승 폭이 컸다. 지난달 휘발유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19.8% 뛰었다. 경유는 22.4%, 자동차용 액화천연가스(LPG)는 17.2% 상승했다. 식품 물가도 오르면서 서민 생활에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3%를 기록했다.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들이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리키는 지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원유 생산을 늘려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려면 3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이후 교통 특성 변화’라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5월 서울 135개 지점에서 출퇴근 시간대 통행량은 2019년 12월과 비교해 2% 증가했다. 대신 출퇴근 시간대 이외에는 교통량이 3.8% 줄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외출 수요는 줄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2019년 12월 대중교통의 선택 비율은 65%, 승용차의 선택 비율은 35%였다. 지난해 5월에는 대중교통 비율이 59%로 낮아진 반면 승용차 비율은 41%로 높아졌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대중교통 선택은 6%포인트 줄고 승용차 선택은 6%포인트 늘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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